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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경기 ‘방콕’ 징계, 무리뉴에게 너무 가혹한
입력 2015-11-07 07:00  | 수정 2015-11-07 09:40
나 이 사람 지금 너무 초조하다. 사진(잉글랜드 런던)= AFPBBNews=News1
[매경닷컴 MK스포츠 윤진만 기자] 영국축구협회(FA)는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규정에 단호하게 새겼다. ‘어떤 이유든지 절대, 절대로 심판 판정에 왈가왈부하지 말 것.
하지만 어디 인간 마음이 뜻대로 되랴. 경기는 졌지, 심판 판정은 마음에 안 들지, 그때는 언론에 대고 말하고 싶어 입이 간질간질한 지도자가 거의 태반일 테다. 이때 참으면 조용히 넘어가지만, 직설적으로 말하든 기술적으로 돌려서 말하든 판정에 대해 안 좋은 쪽으로 얘기하면 그에 대한 대가를 반드시 받는다. 지난 3월 퀸스 파크 레인저스 풋볼 디렉터 레스 퍼디낸드, 9월 안드레 빌라스-보아스 제니트 감독이 말 한번 꺼냈다가 철퇴를 맞은 축구인들이다. 이들에겐 하지 말라는 언행을 한 벌로 각각 1경기, 6경기 터치라인 접근금지령(Touchline ban)을 받았다. 징계 기간 중 자기팀 벤치에 앉지 못하고, 관중석에서 앉아 경기를 지켜봐야 하는 징계다. K리그에서도 심심찮게 볼 수 있는 장면이다. 박항….
이렇게 살짝 금을 밟아도 철퇴를 맞는 판국에 대놓고 선을 넘어버리면 그땐 한 차원 더 높은 징계가 내려진다. 경기장 출입금지령(Stadium ban)이다. 경기 전, 경기 중 경기장 내 매점도 이용 못 하는 중징계다. FA 규정에 따르면 터치라인 진입금지령은 경기 전과 하프타임에 영상 통화나 다른 방식으로 선수들에게 전술을 주문하고, 당부의 말도 남길 수 있다. 언론 인터뷰를 직접 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경기장 출입금지령은 다르다. 과거 <텔레그라프> 보도에 따르면 FA가 어떤 식으로든 경기 전, 경기 중 징계 감독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기 때문에 ‘꼼수를 쓰기 어렵다. 전화까지 도청하지 못해 감독의 지시사항이 경기장 안 벤치에 전달되는 루트를 완벽하게 차단하진 못할지라도 징계 효과는 상대적으로 크다.

2014년 3월 뉴캐슬 유나이티드에서 힘겨운 나날을 보내던 앨런 파듀 현 크리스탈팰리스 감독은 헐시티와의 리그 경기 도중 기술 지역 부근에 머물던 상대팀 미드필더 데이비드 메일러의 안면을 머리로 들이받았다.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괴이한 행동에 FA는 7경기 출전정지령을 내렸는데, 그중 3경기를 경기장 출입금지, 남은 4경기를 터치라인 접근금지로 했다. 그래서 파듀 감독은 초반 3경기 동안 (홈경기 기준)구단 사무실 내 자신의 방에서 TV로 시청했다. 그는 생각한 것만큼 최악은 아니었다. 사무실에서 아주 편하게 지켜봤다”고 말했고, 그가 빠진 채 치른 경기에서 뉴캐슬은 승리하기도 했지만, 감독 구단 팬 선수 모든 클럽의 구성원에 있어 결과를 책임지는 리더의 부재가 달갑지 만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요새 프리미어리그 뉴스에 가장 많이 거론되는 주제 무리뉴 첼시 감독은 주말 스토크시티 원정경기에서 호텔방에서의 TV 시청이 ‘최악인지 아닌지 직접 느낀다. 사우스햄튼과 웨스트햄 유나이티드에서 심판의 판정에 대해 어떠한 말도 해서는 안 된다는 FA ‘E3 규정을 어겨 1경기 경기장 출입금지 징계를 받았다. 이는 퍼디낸드 디렉터와 파듀 감독의 사례를 비춰볼 때 터치라인 출입금지령이 내려지리라는 예상을 깬 FA의 결정이다. FA는 ‘과거 사례에선 터치라인 진입금지 징계가 내려지는 경우가 잦았지만, 무리뉴씨 건은 다르다고 해석했다. 사우스햄튼전에서 주심이 페널티킥을 선언하지 않았다는 것에 열이 올랐던 무리뉴 감독은, "주심이 첼시에 결정을 내리기를 두려워하는 것 같다. 다른 감독들은 내버려두면서 나만 벌한다"라는 말로 심판계와 FA의 심기를 동시에 건드렸다. 그래서 감독 생활 중 최악의 위기에 직면한 시기에 한가로이 TV를 시청하는 ‘스페셜대우를 받게 되었다.
팀이 지면 억울한 것은 당연할 테고, 이겨도 리더십 결여 및 선수와 불화설이 사실인양 느껴질 테니 영 찝찝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yoonjinman@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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