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국부펀드인 한국투자공사(KIC) 안홍철 사장이 6일 갑자기 사의를 표명했다.
안 사장은 지난해 9월 국부펀드와 연기금 등 글로벌 공공펀드 협의체 설립을 주도하고 KIC의 대체투자 비중 확대 초석을 다졌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하지만 동시에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대선캠프 특별직능단장을 역임하며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등 야권인사를 트위터에서 원색적으로 비난한 전력으로 계속 물의를 빚어왔다. 아울러 수익성에 대한 시장의 우려를 불러일으킨 미국 메이저리그 구단 LA다저스에 대한 투자 시도 등 일부 무리한 투자 시도도 주변에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KIC는 6일 오전 안홍철 KIC 사장이 일신상의 이유로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재무부 관료 출신이자 KIC 감사 출신인 안 사장은 박근혜 정부 1년차인 2013년 12월 KIC 제5대 사장에 취임했지만 이듬해 2월 김현미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이 안 사장의 야권인사 트위터 비난사실을 제기하면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한 야권의 끊임없는 퇴진 공세를 받아왔다.
정치권과 정부, KIC 안팎에서는 이번 안 사장 사의가 이달중 열릴 국회 기재위 법안심사 일정을 앞두고 정부가 안 사장에게 사의를 요청한 데 따른 것으로 보고 있다. 안 사장 역시 이달 2~3일 KIC가 주도한 공공펀드 공동투자협의체(CROSAPF) 2015 연차총회를 마무리하면서 이 제안을 받아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으로 정국이 어수선한 상태에서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일부 공공기관장의 거취가 여야 정국에 불필요한 변수로 작용하면 안 된다는 청와대와 여권의 판단도 이번 안 사장의 사의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여야는 오는 9일 기획재정위원회 경제재정소위를 열어 법안심사에 들어갈 예정이다. 경제재정소위는 경제활성화법 중에서도 핵심법안인 서비스기본법을 담당하는 소위원회다. 정부·여당은 내년 치러질 20대 총선이 점차 다가옴에 따라 이번 정기국회가 경제활성화법을 통과시킬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기회로 보고 있어 안 사장에게 사퇴 압박을 가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특히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로 여야가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상황이라 더이상 야당에 다른 빌미를 줘선 안된다는 여당내 분위기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새정치민주연합 관계자는 감사원이 KIC에 대한 감사를 마치고 발표 시점을 내부에서 조율하고 있다고 들었다”며 감사에서 문제점이 드러나 발표 전에 사퇴한 것이 아닌가 추측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의 한 새누리당 의원은 대통령이 경제활성화법안 통과를 강조하는 마당에 경제재정소위가 안 사장 때문에 이 이상 파행을 겪는 것은 여당도 바라지 않는다”며 야당에 다른 핑곗거리를 주지 않아야 법안 통과가 좀 더 수월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이날 안 사장의 사퇴가 알려지자 야당은 곧바로 환영을 표하고 나섰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야당 간사인 윤호중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늦었지만 안 사장 문제가 잘 처리된 것은 다행”이라며 그동안 경제재정소위가 제대로 운영되지 않았는데 이제 정상화 수순을 밟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금까지 여야간 합의가 이뤄져도 안 사장 때문에 처리가 안된 법안이 있었는데 그런 법안부터 처리해 나가겠다”며 우선 서비스기본법의 경우 내용을 잘 살펴보겠다”고 덧붙였다.
[우제윤 기자 / 정석우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