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
[종합]신원호PD 말처럼 `응답하라 1988`는 정말 잘 안 될까?
입력 2015-11-05 18:00  | 수정 2015-11-05 18:01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박세연 기자]
이우정 작가와 신원호 PD가 의기투합한 ‘응답하라 시리즈는 그간 예능이 강세이던 케이블채널 tvN을 드라마 명가로 만든 선봉장이었다. 1997년, 1994년을 ‘소환하는 데 성공한 ‘응답하라 제작진이 이번에는 1988년을 배경으로 한 새 시리즈를 내놓는다.
6일 첫 방송되는 ‘응답하라 1988은 2015년판 ‘한 지붕 세 가족으로, 1988년 서울 도봉구 쌍문동에 사는 다섯 가족의 이야기를 담아낼 예정이다.
본격 방송에 앞서 내놓은 0화 ‘시청지도서가 전작 ‘응답하라 1994 첫 회 시청률을 압도하며 뜨거운 반응을 예고한 가운데,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모처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연출자 신원호 PD는 ‘응답하라 1988 첫 방송을 앞둔 속내를 비교적 솔직하게 털어놨다.
무엇보다 ‘응답하라는 우리 마음대로 멈출 수 있는 시리즈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라”고 말문을 연 신PD는 이번에 망하면 그만 하겠지 하는 전제로 시작했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또 또 하나의 전제는, 세 번째가 잘 될 리가 없다는 것이다. 박수 칠 때 떠나라는 댓글이 많은데, 우리도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확률적으로 세 번째 시리즈가 잘 된 적이 없으니, 우리도 잘 될 리 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첫 방송을 앞두고 이토록 내려놓은 연출자는 단언컨대 없었다. 그는 연신 승산의 기준을 숫자로 본다면 ‘응사보다 잘 될 리가 없다”, 두 번째까지 잘 되다가 세 번째 폭망하는 게 시청자 입장에서 재미있다. 나라도 망하는 것 한 번 보고 싶을 것”이라는 ‘자폭 발언을 서슴치 않았다.
하지만 내려놓음과 동시에 단단하게 가지고 갈 수 있는 점도 분명했다. 바로 ‘내실이다. 어차피 망할 텐데, 시청률에 연연할 필요가 없더라. 그러면 뭔가 우리가 하고 싶던 이야기를 해보자 했다”는 신PD는 요즘 다들 세련됐는데, 그 중 촌스러운, 따뜻한 드라마 하나 있으면 어떨까 싶었다”며 훈훈하게 속닥거리는 이야기를 담은 뭉클한 드라마라는 평가를 받는다면 그것으로 만족”이라 밝혔다.
1988년을 배경으로 삼은 이유는 무엇일까. 신PD는 정치, 사회적으로 따뜻한 인심이 살아있던 시기로 기억한다”며 또 좋은 노래, 영화, 사건사고 등 할 이야기가 많은 시기가 88년이 압도적이었다”고 설명했다.
자극적인 설정도 일부러 피했다. 이는 차별화를 위한, 막장 드라마 전성시대에 대한 일종의 선전포고이기도 하다.
신PD는 자꾸 쉽지 않단 말씀 드리는 이유는, 가족 이야기라는 게, 임팩트 있게 스토리로 가려면, 암 정도 걸려줘야 한다. 임팩트 있는 무언가가 필요하다”며 ‘응팔에는 그런 임팩트 있는 에피소드가 없을 것”이라 말했다. 그러면서도 소소한 기억을 뽑아내는 게 어려웠지만 잔잔한 감동을 줄 수 있는 에피소드를 풀어냈다‘고 강조했다.
다만 로맨스를 위해, ‘응답 시리즈의 전매특허인 ‘남편찾기는 이번에도 이어진다. 신PD는 첫사랑 코드는 떼어놓고 갈 수가 없다”며 이번에도 남편찾기는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PD는 남편 찾기 반응을 보고 놀라긴 한다. 우리 드라마의 색채이기도 하다”면서도 남편찾기에 전체 이야기가 가려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런 쪽 이야기 말고도 다른 이야기가 많으니까 그 쪽으로도 사랑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시대적 배경은 분명 격동의 현대사의 중심이지만, 신PD는 일반적인, 평균적인 사람들이 그 시대를 살아오면서 겪었던 경험들, 뉴스를 통해 접했던 식으로 역사를 풀어낸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 드라마가 격동30년은 아니지 않나”며 역사 속으로 깊숙이 들어가면 좋겠지만, 평균의 사람들이 겪은 경험을 반영할 것이다. 이번에는 깊이 들어가는 설정이 있긴 하지만, 극소수다"고 역사를 풀어내는 방식을 전했다.
방송 전부터 높은 관심을 모은 여주인공, 걸스데이 혜리 캐스팅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신PD는 ”기본적으로 캐릭터와 배우 본인이 갖고 있는 캐릭터, 성격의 간극을 최대한 좁혀줘서 연기하기 편하게 만들어주자는 게 캐스팅 주안점”이라며 이번 성덕선 역 캐스팅 전부터 예능 프로그램에서 혜리를 봤는데, 하는 행동이 딱 성덕선과 비슷하더라”고 말했다.
회의 하면서 (캐릭터의) 레퍼런스가 만들어진 인물이라 눈여겨 봤었는데 중간에 너무 떠버려서 마음 속으론 (캐스팅을) 접었었다”는 게 신PD의 설명. 하지만 그는 직접 만나보니 인간적으로 정말 괜찮은 친구다. 사랑을 참 많이 받고 자란 친구고, 사람을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는 친구다. 그래서 이야기를 길게 하다 보면 우리 극 자체가 리얼한 게 있다 보니 그런 쪽 연기와 잘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혜리의 연기에 대해서는 기존 연기자들이 연기를 배워가며 쌓아온 틀이나 관습적인 부분이 전혀 배어 있지 않은, 자유로운 모습이 보였다”며 기존 캐스팅 칼라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고민은 했지만, 캐릭터적으로 잘 맞았기 때문에 선택하게 됐고, 지금 굉장히 마음에 든다”고 덧붙였다.
한시간 남짓 진행된 간담회에서 엿볼 수 있던 건, 많은 것을 내려놓은 가운데서도 숨길 수 없는 ‘응답하라를 성공시킨 자신감이었다. 신PD의 염원처럼 ‘응답하라 1988은 따뜻한 가족애, 우리 골목과 우리 이웃 등 평범한 소시민들의 이야기와 아날로그식 사랑과 우정으로 향수와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을까. 주사위는 이미 던져졌다.
psyon@mk.co.kr[ⓒ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