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건설업계 `분양 아파트 계약률` 끌어올리기 백태
입력 2015-11-05 17:13  | 수정 2015-11-06 09:51
래미안 길음 센터피스 견본주택에서 예비 청약자들이 단지 모형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 제공〓삼성물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많은 아파트가 쏟아지면서 분양시장이 절정으로 치닫는 가운데 건설사들이 각종 금융 혜택을 내세우며 실계약률 끌어올리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5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올해 말까지 총 50만6553가구가 시장에 나올 것으로 예상돼 2000년 이후 가장 많은 수치를 기록할 것이란 추산이다. 건설사들의 밀어내기 분양이 한창이던 2007년(29만402가구)은 물론이고 지난해(33만854가구)에 비해서도 1.5배 가까이 많은 수준이다.
공급이 많아지면서 업체들은 '중도금 무이자·계약금 정액제' 등을 통해 사실상 분양가를 할인해주는 조건을 달아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보통 분양을 받으면 '계약금 10%·중도금 60% 이자 후불제·잔금' 형식으로 돈을 낸다. 하지만 공급 과잉 논란에 더해 정부가 지난달 말 새 아파트를 사는 사람들이 활용하는 집단담보대출(분양 중도금대출) 심사도 까다롭게 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하자 계약 단계에서 찬바람이 불 것을 우려한 건설사들이 파격적인 금융 조건을 내걸기 시작한 것이다.

삼성물산은 지난달 30일 분양에 들어간 서울 성북구 '래미안 길음 센터피스'에 대해 1차 계약금 1000만원 정액제(1개월 후 차액 납부)에 중도금 무이자 혜택을 준다. 분양가가 3.3㎡당 평균 1656만원 선이고, 전용면적 59~109㎡형 집을 사서 계약금 10%를 내는 것을 감안하면 109㎡형 계약자는 그 5분의 1도 안 되는 계약금을 걸게 돼 할인을 크게 받는 셈이다.
동대문구 '래미안 답십리 미드카운티' 역시 계약금 1000만원 정액제가 걸렸다. 전용 59㎡형에 비해 청약경쟁률과 계약률이 뒤지는 편인 전용 75·84·123㎡형에 대해서는 중도금 대출에 대해 무이자 지원을 해준다.
현대건설도 은평구 응암동 일대에 분양 중인 '힐스테이트 백련산 4차'에 대해 중도금 무이자와 계약금 정액제 조건에 더해 저렴한 분양가를 계속 강조하고 나섰다. 이 아파트 3.3㎡당 평균 분양가는 1410만원 선으로 전용 84㎡형 분양가가 4억6000만~4억8000만원 선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 평균 분양가는 10월 말 2454만원으로 올 들어서는 1700만~2400만원 선을 오간다.
효성도 비슷하다. '용인 기흥 효성해링턴 플레이스'에 대해 중도금 무이자 대출 혜택을 지원하는 것과 함께 3.3㎡당 평균 분양가 900만원 선을 내걸었다.
KB부동산 시세에 따르면 인근 영덕동 일대 기존 아파트 평균 매매가가 3.3㎡당 1009만원, 기흥역세권의 경우 3.3㎡당 1150만원 선이다. 분양가 자체를 크게 낮춰서라도 실계약률을 높이려는 건설사들의 고민이 물씬 묻어나는 마케팅이란 진단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총전용면적을 감안하면 계약금으로 일정액만 받는 것은 할인 분양하는 것과 같다"며 "은행들이 중소·대형사를 가리지 않고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나 집단대출 심사를 강화해 중도금 이자가 기존 2.3~2.5% 선이던 것이 요즘 들어선 3.2~3.5%까지 높아지는 마당에 무이자 지원에 나선 것은 계약률을 높이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전략"이라고 털어놨다. 2~3년 후 닥칠지도 모르는 입주 대란을 미리 피하기 위한 조치라는 얘기도 많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건설사들이 분위기가 좋을 때 물량을 털자는 심리가 있는 건 확실하다"며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분양이 많았던 2007년에 분양한 아파트가 입주에 들어가는 2009년 서울 인근에서 벌어졌던 35~40% 가까운 할인 분양 여파에서 학습을 한 건설업체들이 미리 입주대란을 피하기 위해 다양한 분양 전략을 쓰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열풍이 식지 않은 대구와 부산은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아직까지 대구·부산에서는 건설사들이 무이자 지원을 하지 않고 계약금도 최고 한도인 20%로 끌어올려 오히려 '실수요 가려내기' 작업을 하는 상황이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청약 열기가 높지 않은 지역은 처음부터 수요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문턱을 낮추고 있다"며 "반면 청약 광풍이 부는 지역에서는 문턱을 높여 조건을 차별화하는 것이 계약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최적 전략 조합"이라고 전했다.
[김인오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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