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거지키우기’ ‘내꿈은 정규직’…씁쓸한 현실 인기게임이 되다
입력 2015-11-05 16:02 

거지는 조소와 멸시의 대상이 아니다. 공감의 캐릭터다. 정규직은 현실뿐 만이 아니라 가상세계에서도 이루고 싶은 꿈이다. 이른바 ‘삼포세대의 팍팍한 현실은 모바일 게임에서조차 고스란히 반영돼 있다.
‘거지키우기는 그런 게임이다. 스마트폰에서 게임을 클릭하자 불쌍한 표정의 거지가 한푼 줍쇼”하며 등장한다. 쪼그리고 앉아 구걸하는 거지 캐릭터가 게임의 주인공이다. 버튼을 누르니 거지에게 돈이 떨어진다. 구걸을 많이 할 수록 돈이 쌓인다.
이 게임은 모바일 게임 개발사 마나바바가 개발한 ‘거지키우기다. 지난 8월 출시된 후 두달만에 구글플레이 게임 순위 2위까지 차지했다. 비참한 주인공을 내세운 게임은 더 있다. 인턴사원을 정규직을 만드는 게 목표인 ‘내꿈은 정규직, 더 높은 시급을 얻기 위해 알바 경험을 쌓는 ‘병제의 극한알바 등이 대표적이다. 화려한 컴퓨터그래픽(CG)이나 장대한 스토리와는 거리가 멀다.
그런데 젊은층을 중심으로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다. ‘거지키우기는 누적다운로드 170만건을 돌파했다. ‘내꿈은 정규직은 국내에서 100만건을 넘었고, 영어 중국어 일본어로도 번역돼 해외에서 50만건 추가 다운로드를 달성했다. ‘병제의 극한알바도 최근 10만건이 넘었다.

거지키우기 게임은 지난 6월 문정훈 대표가 지인 2명이 함께 두달만에 뚝딱 만들었다. 추석을 기점으로 다운로드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문 대표는 다들 부자가 되고 싶어하는데, 부자의 반대를 고민하다 거지를 주인공으로 삼았다”면서 거지에 감정이입을 해 돈을 모으는 쾌감으로 게임을 즐기는 것 같다”고 했다.
‘내꿈은 정규직은 살벌한 직장생활을 생생하게 녹였다. 게임 속 주인공은 업무 중 실수를 했다며 잘리고, 회사 매출이 떨어졌다며 해고 된다. 상사가 주는 미션을 실패하면 뜨는 ‘게임 오버 화면은 인턴 주인공이 무릎을 꿇고 울고 있는 모습이다. 이 게임을 만든 퀵터틀 이진포 대표는 권고사직을 세번이나 당한 자신의 쓰라린 경험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이 대표는 직장인 10여 명을 찾아가 회사 생활에 대해 인터뷰하고 그 내용을 게임에 녹였다. 이 대표는 직접 해고당해보니 마음이 참 아프더라. 나의 경험을 게임으로 만들었는데 사람들이 많이 공감해줘서 놀랐다”면서 이땅에 힘든 사람들이 정말 많은 것 같다”고 했다.
게임의 공통적 주제는 ‘흙수저로 비유되는 암담한 현실에 대한 공감이다. ‘거지 키우기 사용자들이 구글 플레이스토어에 남긴 후기를 보면 돈이 없는 실제 나 자신과 게임 속 거지가 닮았다” 아무리 일해도 돈을 못모으는 현실의 답답함을 해소시켜준다”는 공감의 평이 줄을 잇는다.
사용자 욕망을 대리충족하는 게 게임이다. 1990년대 공주를 키우는 ‘프린세스 메이커는 외모에 대한 열망, 다양한 직업에 대한 호기심을 충족시키며 청소년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전문가들은 비정규직, 청년 실업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한국 사회의 모습이 게임에 반영된 결과라고 해석한다. 성공회대 하종강 교수는 청년들이 살기 힘든 현실이 게임에 반영된 현상이다. 정규직이 되기 힘들고, 돈을 모으기 힘든 처지를 게임 속 주인공에 감정이입을 하게 되는 것 같다”고 했다.
[이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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