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전 일본 총리가 최근 서울서 열린 한일중 정상회의에 대해 위안부 문제나 역사 인식에 대해 한일 정상 간 인식차이가 좁혀지지 않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5일 오후 서울대 사회과학대학과 아시아연구소 주최로 열린 ‘광복 70년, 한일수교 50년에 한일관계를 다시 바라본다 제목의 강연에서 이처럼 밝혔다.
그는 정상회담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협력의 장애를 함께 극복하기를 기대한다”고 발언하고,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도 협력은 역사를 비롯한 민감한 문제를 처리하는 토대 위에서 이루는 것”이라고 말한 것을 언급했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이에 대해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특정한 과거에만 초점을 맞추는 자세는 생산적이지 않다며 협력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비판하면서 그러나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자세가 생긴 것은 다행이었다”고 평가했다.
8월 발표된 전후 70주년 기념 아베 총리의 담화에 대해서는 작정한 듯 날 선 비판을 쏟아냈다.
그는 담화에 ‘침략, ‘식민지 지배, ‘반성, ‘사죄 같은 단어들이 포함됐지만 그 문맥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었다”며 특히 ‘러일전쟁은 식민지배하에 있던 많은 아시아와 아프리카 사람들에게 용기를 줬다는 구절은 그 결과로 식민지가 된 한국민들에게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아베 총리는 ‘반성과 ‘사죄에 대해 반복해서 뜻을 표명했다고만 언급하면서 스스로 반성과 사죄의 마음을 전하지 않았다”며 아베 총리 스스로는 애국자라고 착각하고 있는 것 같지만 이는 자신감이 없는 것의 반증”이라고 지적했다.
진정한 애국심에 대해서는 과거의 역사적 사실을 직시하고, 잘못에 대해 사죄하는 용기를 가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2009년부터 이듬해까지 재임한 하토야마 전 총리는 아베 담화 하루 전인 8월13일 서울에서 ‘동아시아평화선언을 발표했고 그 하루 전에는 서대문형무소를 방문해 무릎을 꿇고 일제 식민지배에 대해 사죄해 화제를 모았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앞으로 한일 관계를 비롯한 동아시아의 나아갈 길로는 ‘우애에 입각한 동아시아공동체 창설을 꼽았다.
그는 이미 10개 아세안 국가들은 올해 안에 경제공동체를 창설하기로 했고 시진핑 중국 주석은 2020년까지 동아시아공동체를 창설하고 싶다고 밝혔다”며 일본이야말로 선두에 서서 선도자의 역할을 할 때”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이어 일본은 아시아의 사람들에게 심각한 피해와 고통을 줬고 7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진정한 화해가 이루어졌다고 볼 수 없다”며 한중일 정상회담이 재개되고 한중일 협력이 다양한 분야에서 이뤄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날 강연에는 정운찬 전 총리, 이부영 전 국회의원, 설훈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등이 참석했으며 권숙인 서울대 교수, 이원덕 국민대 교수, 김병연 서울대 교수, 이종원 일본 와세다대 교수 등이 패널로 참여했다.
[매경닷컴 디지털뉴스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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