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금값 떨어진다” 다시 야금야금 金사는 사람들
입력 2015-11-05 10:05 

#금융사 직원 A씨(38)는 여유자금 1억원 운용을 두고 고민에 빠졌다. 주식시장에 투자하려니 코스피 1900~2100 박스권 장세가 장기간 지속되면서 방향성 예측이 어렵다. 그렇다고 정기예금에 묻어두자니 연 1%대 저금리가 성에 안찬다. 급등한 집값을 감안할때 1억원은 부동산에 투자하기에는 너무 ‘푼돈이다. 고민하던 A씨는 ‘역발상 투자에 나서기로 했다. 최근 하락 추세를 나타내고 있는 금에 저가 분할 매수로 투자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대표 안전자산 금이 지니는 가치는 보전될 것인데다 최근 하락 추세에도 불구하고 금값의 장기 상승 트렌드가 여전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최근 국제금값이 하락세를 나타내자 A씨와 같은 개인들의 금 매집세가 늘고 있다. 고공행진을 펼쳤던 금값이 하락추세로 돌아선 상황을 저가 매수 기회로 삼는 모습이다.
5일 한국거래소(KRX)에 따르면 KRX금시장에서 개인은 지난 8월~10월 3개월간 442kg의 금을 사들였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개인 금매수 규모인 320kg 대비 38%나 급증한 수치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국제 금가격이 하락하자 개인들이 이를 매수 기회로 삼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세계금위원회(WGC)에 따르면 지난해 9월 트로이온스(oz)당 평균 1238.80달러를 기록하던 국제 금값은 지난 9월에는 oz당 평균 1124.50달러로 1년새 9.23%나 급락했다.

최근 국제 금값이 떨어지는 이유는 미국 금리인상 가능성 때문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934년 프랭클린 루즈벨트 미국 대통령이 금값을 oz당 20.67달러에서 35달러로 올렸을때 달러가치가 40% 폭락했을 정도로 금과 달러는 반대로 움직이는 경향이 강하다. 미국 금리인상은 달러 강세 재료다. 이런 까닭에 미국 금리인상은 금가격 하락 재료로 작용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금가격이 이처럼 하락 압력에 직면해 있지만 장기적으로 금가격은 지속적으로 상승해왔다. WGC에 따르면 지난 2005년말 oz당 435.60달러를 기록하던 국제금값은 올해 9월말 1114.00달러로 156%나 급등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는 1379.37에서 1962.82로 42% 상승에 그쳤다. 흔히 주식투자에 있어 장기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하지만 정작 장기투자 성과는 금 투자 쪽이 훨씬 높은 셈이다.
한국거래소는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노후 대비 투자 수단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금 등 실물자산은 물가변동을 반영하는 경향이 있어 장기투자에 적합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설명했다. 물가가 오를 경우 현금의 가치는 시간이 갈수록 줄어든다. 그러나 금은 물가와 비례해 가치가 올라가는 경향이 있어 장기 물가 상승 위험에 대비하기에 제격이다.
아울러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같은 비상상황 발생시 금의 가치는 더욱 위력을 발휘한다. 금이 지니는 안전자산으로서의 가치와 더불어 환차익까지 발생하기 때문이다.
외환시장 관계자는 금융위기 발생시 안전자산인 금과 달러에 대한 시장 수요가 늘어나며 둘의 가치가 동반 상승한다”며 한국 입장에서는 금융위기가 터질 경우 원화 환산 금값 상승 탄력이 더욱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평상시 금값과 달러값은 반대방향으로 움직인다. 그러나 위기시에는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금가격 상승이익과 환차익을 동시에 거머쥘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국제금값은 금융위기 발발 직전인 지난 2007년말 oz당 833.75달러에서 금융위기 발발 이후인 지난 2011년말 oz당 1531.00달러로 83.63%나 급등했다. 같은기간 달러당 원화값은 936.1원에서 1151.8원으로 18.73%나 가치가 떨어졌다. 금 가격과 달러가 동반 강세 현상을 나타낸 것이다. 현재 3.75g(1돈)당 20만원 안팎에 살 수 있는 순금 돌반지 가격이 당시 30만원 가까이 치솟았던 이유다.
이같은 장점에도 불구 당분간 미국 금리 인상 가능성에 따른 금값 하락 추세가 유효하다는점, 금값 가격 변동성이 높다는 점은 금 투자에 있어서 주의해야할 요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금 투자를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주요 거래 방식으로는 KRX금거래소, 골드뱅킹, 골드ETF(상장지수펀드) 등이 있다.
지난해 3월 개장한 KRX금거래소는 금 투자를 가장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수단으로 꼽힌다. KRX금거래소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개장하며 1g 단위로 원화 환산 금시세를 따라 거래가 가능하다. 개인이 참여할 경우 KRX금시장 회원 증권사인 한국투자증권, 대신증권, 유안타증권, 하나금융투자 등 11개 증권사를 통해 거래할 수 있다. 거래수수료는 증권사 별로 0.15~0.50% 수준이며 매매차익에 대해 비과세되는 유일한 금 투자 상품이라는 점이 돋보인다.
골드뱅킹은 신한은행, 우리은행, 국민은행 등에서 제공하고 있어 해당 은행 거래고객이라면 누구나 손쉽게 거래할 수 있다. 1% 수준의 수수료가 부담스러워 보이지만 인터넷뱅킹으로 거래할 경우 거래수수료를 기본 30%에서 최대 50%까지 깎아준다. 다만 매매차익에 대해 배당소득세가 과세된다는 점이 아쉽다. 고액 자산가의 경우 금 매매차익이 종합소득과세 대상에 포함된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골드ETF는 달러표시 국제 금값에 따라 시세가 변동한다는 점이 다른 투자수단과 차별화된다. KRX금거래소나 골드뱅킹은 모두 원화 환산 금가격 움직임에 따라 수익이 결정되는 반면 골드 ETF는 환헤지를 하기 때문에 국제 금값 변동에 따라 수익이 결정된다. 골드ETF 대표 상품으로는 삼성자산운용이 운용하는 KODEX골드선물 등이 있으며 증권사를 통해 거래할 수 있다.
[한우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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