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중국 반도체 굴기 뒤에는 초대형 인수합병 가능한 ‘왕서방 머니’
입력 2015-11-04 16:59 

중국 정부의 ‘반도체 굴기 중심에는 항상 칭화유니그룹이 있다. 칭화유니그룹은 칭화대학이 세운 칭화홀딩스의 자회사로 1988년 설립됐다. 사실상 중국 정부에서 운영하는 국영기업이다.
칭화유니그룹이 주목받은 것은 지난 2013년 시스템반도체 설계업체인 스프레드트럼 커뮤니케이션과 RDA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를 동시에 인수하며 중국 내 최대 반도체 칩 설계 회사가 되면서부터다. 이후 칭화유니그룹은 반도체 관련 회사를 잇달아 인수하거나 인수제안을 하면서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지난 7월 칭화유니그룹은 세계 3위 메모리 반도체 업체인 미국 마이크론을 230억 달러(약 26조원)에 인수하겠다는 제안을 했다. 당시 마이크론 주가가 주당 20달러 이하로 떨어진데다 최근 사업부진이 심화되고 있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본 것이다.
마이크론 인수에 성공할 경우 중국 정부는 메모리 반도체 핵심 기술을 통째로 가져올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하지만 이 제안은 반도체 핵심 기술 유출을 우려한 미국 정부에 의해 바로 기각됐다.

마이크론 인수에 실패한 칭화유니는 대신에 지난달 미국의 샌디스크를 우회 인수하는 성과를 거뒀다. 창화유니그룹의 자회사인 유니스 플렌더가 대주주로 있는 웨스턴디지털이 샌디스크를 인수한 것이다. 샌디스크는 메모리 반도체의 한 축인 낸드플래시 관련 핵심 특허를 많이 보유하고 있고, 웨스턴디지털은 세계 최대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 업체다.
낸드플래시 메모리는 최근 대용량 저장장치인 SSD(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에 많이 사용되면서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그동안 싼 가격 때문에 HDD를 찾는 소비자가 많았지만 지금은 SSD 가격도 급속히 떨어지면서 낸드플래시 사용량이 급속히 늘어나는 상황이다. 낸드플래시 핵심 기술들은 D램 생산에도 활용할 수 있어 향후 칭화유니의 행보가 주목되는 부분이다.
샌디스크에 이어 칭화유니는 지난달 대만의 파워텍 지분 25%를 약 6억 달러(약 6800억원)에 인수해 최대주주가 됐다. 파워텍은 규모는 작지만 반도체 후공정으로는 세계 최대 회사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조립 후 테스트를 맡는 회사인데 반도체 전체 공정에서는 꼭 필요하다.
지난 1일에는 칭화유니가 대만의 미디어텍에 대한 인수를 제안하기도 했다. 미디어텍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같은 모바일기기의 두뇌 역할을 하는 어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를 설계하는 전문 업체다. 모바일 AP 관련 시장점유율은 미국 퀄컴에 이어 세계 2위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정부의 반도체 설계 기술은 한국보다 앞서있다는 평가를 내리는 곳도 많다”며 미국의 인텔도 3D 크로스포인트라는 신개념 메모리 반도체로 공세를 취하고 있어 당분간 시장에서는 치열한 그릇 뺏기 싸움이 전개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승훈 기자 / 이기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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