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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팟캐스터] ‘20세기 소년소녀’, 추억의 힘은 무엇보다 ‘강력하다’
입력 2015-11-04 09:54 
세상에는 텔레비전과 인터넷 방송, 유튜브 채널 등 다양한 비주얼 중심의 플랫폼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비디오가 아닌 오디오로 사람들과 소통하는 이들도 있죠. ‘팟캐스터라고 불리는 사람들의 인터뷰를 통해 그들이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를 들어봅니다.<편집자 주>


[MBN스타 유지훈 기자] 사람은 모두 과거가 있다. 그리고 그 과거 속 유소년기는 때때로 더욱 특별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 시절을 원한다면, 그리고 그 시대가 1990년대라면, 들어볼만한 팟캐스트가 있다.

일요일 아침 ‘20세기 소년소녀 진행자들을 만나기 위해 서울 서초구 인근 한 사무실로 찾아가봤다. 모두가 늦잠을 자고 있을 시간, ‘20세기 소년소녀 진행자 네 사람은 이 날이 월요일을 앞둔 날이라는 사실을 잊은 듯 밝은 표정이었다. 방송의 기획자인 쇼를 시작으로 차례차례 자신을 소개하기 시작했다.

제 이름은 쇼입니다. ‘20세기 소년소녀에서 웃음소리를 담당하고 있어요. 즉 ‘이 방송의 분위기가 좋구나라는 것을 청취자들이 느끼게 하는 역할이죠. 녹음 외적으로는 업로드를 하고 ‘업데이트 됐어요 하고 알려주고 하는 정도입니다. 아무도 팟캐스트를 모르던 2008년, 그때 일본어 관련 팟캐스트를 했었어요. 그 당시 좋아하는 배우 이름 따서 쇼라는 이름을 지었어요. 직업은 그림 그리는 사람입니다.”(쇼)

저는 린입니다. 저는 제 성이 임 씨고 이게 ‘수풀 림자인 데, 일본과 중국에서 린이라고 읽어서 린이라는 예명을 지었어요. 저는 그냥 회사 다녀요. ‘나도 알바다 ‘더 연예계 세 가지 팟캐스트를 하고 있습니다. 스크린이라는 케이블 채널 예능프로그램 ‘영화의 발견에서 ‘독한 녀석들이라는 코너에 출연했었고 거기서 ‘다른 사람이 싫어하는데 나만 좋아하는 영화를 골라줬었어죠. 결국엔 잘렸으니 나름 흑역사입니다.”(린)

쇼와 린의 소개 이후 유난히 다정해 보이는 두 사람이 있었다. 둘은 팟캐스트로 인연을 맺어 결혼에 골인한 부부였다. 인터뷰 중에도 티격태격하며 둘만이 보여줄 수 있는 특유의 호흡이 눈길을 끌었다.

사카린이에요. 맨 처음 ‘20세기 소년소녀 게스트로 나왔을 때 뉴슈가라는 예명을 하려다가 발음이 잘 안돼서 사카린으로 바꿨어요.(웃음) 이런저런 일을 하다가 지금은 전업주부에요. 그리고 제 옆에 있는 애가 남편입니다.”(사카린)

저는 민입니다. 이름에 민 자가 들어가서 그냥 민으로 했어요. ‘20세기 소년소녀 외에도 ‘레트로 박스라는 팟캐스트를 하고 있습니다. 그냥 회사 다니고 있고, 사카린의 남편입니다.(웃음) 저희 둘은 ‘20세기 소년소녀 방송을 하다가 만났어요. 게스트로 나온 사카린에게 ‘네가 말을 자하니 같이 방송을 만들자고 했지만 흐지부지 됐고, 어느 순간 사귀게 됐고, 결혼을 했습니다.”(민)

‘20세기 소년소녀는 90년대 추억을 주제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는 토크형 팟캐스트다. 당시 인기를 누렸던 홍콩영화부터 가요, 학교생활, 애니메이션, 문방구의 음식 등 그 시대에 살았다면 누구나 기억하고 있을 주제를 다룬다.

1회는 97년대 노래에 대해 전반적으로 다뤘어요. 그리고 그 방송은 우리가 들어도 재미가 없었죠.(웃음) 맛있는 부분만 건져내고 쳐내고,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어요. 과거에 대해서 이야기하자는 기획은 저희가 ‘응답하라시리즈보다 먼저 했는데, 드라마가 더 빨리 나와 버렸어요. 그렇다고 ‘우리가 먼저다 같은 자부심은 없어요.”(린)

팟캐스트를 시작한 이유는 결혼 전후가 달라요. 결혼하기 전에는 세상에 뭐라도 남기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죠. 다니던 회사가 망하고 그 일때문에 좌절하면서 더 그랬던 것 같아요. 팟캐스트를 하면서 누군가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에 대해서 반응해주는 게 좋았어요. 결혼 이후에는 제가 나중에 자식을 낳게 된다면, 팟캐스트 덕분에 그 아이는 저에 대해서 더 잘 알게 될 것 같아요. 저는 제 아버지의 젊은 시절에 대해서 모르는 게 조금 아쉬웠거든요.”(민)

과거는 한정되어있다. 때문에 과거를 주제로 하는 ‘20세기 소년소녀가 계속될지에 대한 의문도 있다. 하지만 그들은 그런 대한 걱정 없이 방송을 계속하고 있었다. 여기에는 추억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가지고 있는 멤버들의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우리 방송의 주제인 과거. 여기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알고 싶으면 인터넷에 찾아보면 되요. 저희는 그냥 단어 하나, 문장 하나로 듣는 사람의 추억을 상기시킬 수 있게 해주는 거예요. 무책임하다는 말도 들어죠. ‘술자리 대화수준이다 ‘소양이 없다라는 것도 있어요. 그 말이 사실이기도 해요. 저희는 전문적인 방송을 할 정도의 소양이 없습니다.(웃음) 우리가 지향하는 것은 철저하게 코미디에요. 무엇보다 ‘어떻게 하면 웃길까 하는 게 더 중요합니다.”(사카린)

다음 방송의 주제는 녹음을 끝내고 점심을 먹다가 결정해요. 예를 들면 게임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보면 문방구 앞에 있던 게임 이야기를 하고, 그러다가 ‘문방구이야기 하면 되겠네라고 결정짓는 거죠.(웃음) 그리고 문방구 이야기하다보면 불량식품이 나오게 되고 이걸 이야기하다보면 그 당시 학교 선생님한테 혼났던 이야기, 그러다가 그 당시 우리가 줄여 입었던 교복. 이런 식으로 계속 돌아요. 소재고갈에 대한 걱정은 없어요. 만약 고갈이 된다면 ‘21세기 소년소녀로 이름 바꾸면 되죠.”(린)

팟캐스트에는 ‘1990S 스무고백 ‘응답하라 2000처럼 과거 추억을 주제로 한 방송들이 있다. 그럼에도 ‘20세기 소년소녀가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는 이유는, 그들의 계획에도 없었던 네 사람만의 숨겨진 조합이 있었다.

저희 나이가 미묘하게 달라요. 쇼는 90년대 말에 고3, 린은 중3, 저랑 민은 초등학교 졸업할 무렵이에요. 그래서 저희가 같은 시기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도 다른 이야기가 나와요. 집중했던 음악, 좋아했던 영화도 달라요. 만약 똑같은 나이였다면 똑같은 이야기만 반복하게 됐을 거예요”(사카린)

추억의 힘은 강하다. 그 시절에 대해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잊고 살았던 과거에 대한 애틋한 감정을 느끼기도 한다. 이렇게 강력한 추억의 힘을 몇 번의 손짓으로 ‘20세기 소년소녀를 통해 느껴보는 건 어떨까.


* ‘20세기 소년소녀
2015년 3월17일 ‘자기소개와 소년소녀 편으로 첫 방송. 8월29일 ‘추억의 가요프로그램이후 잠정적 휴식기 돌입. 9월25일 방송재개. 주1회 무작위 업로드.

*‘팟캐스트는 애플의 아이팟(iPod)과 방송(broadcasting)을 합성한 신조어다. 주로 비디오 파일형태로 인터넷을 통해 콘텐츠를 제공한다. 안드로이드 기기에서는 ‘팟빵 어플리케이션으로, 애플 기기에서는 ‘Podcast 앱으로 즐길 수 있다.


유지훈 기자 ji-hoon@mkculture.com/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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