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파스칼 라미 전 WTO 사무총장 “한국 TPP 가입은 시간문제다”
입력 2015-11-03 16:05 

한국이 환태평양동반자협정(TPP)에 가입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파스칼 라미 전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은 한국의 TPP 가입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이처럼 시원스럽게 답변했다.
2일 미국 워싱턴DC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가 개최한 포럼에서 기자와 만난 라미 전 사무총장은 이미 TPP 참가국 일본과 한국간에 활발한 무역이 이뤄지고 있고 한·미간에는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된 상태”라며 한국이 TPP에 추가로 가입하는 것에는 큰 걸림돌이 없다”고 밝혔다. 이는 ‘한국이 나중에 TPP에 추가로 가입하려면 상당한 가입비를 부담해야 할 것이라는 일각의 주장을 일축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라미 전 사무총장은 TPP 가입으로 한국도 자유무역 지평을 좀더 넓힐 수 있겠지만 다른 TPP 가입국들도 한국과의 교역을 확대해 더 많은 혜택을 챙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 TPP 가입이 기존 TPP 가입국들에게도 손해될 것이 없다는 의미다. TPP 최대 수혜국으로는 거대 수출시장을 얻게 되는 베트남과 말레이시아를 꼽았다.
또 라미 전 사무총장은 TPP와 함께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추진하고 있는 범대서양무역투자동반자협정(TIPP)을 거론하며 과거의 자유무역협정은 관세와 비관세장벽을 낮춰 각국 수출기업을 성장시키는 효과를 가져왔다면, 최근 추세는 여러 나라에 생산시설을 갖고 있는 다국적기업으로부터 각국 소비자들을 보호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금까지는 자유무역협정 조항이 관세나 비관세 장벽에 집중됐지만 최근 전세계적으로 소비자 보호강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소비자 피해 방지 조치 마련을 위한 협력과 합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TPP 가입국들이 단순히 교역부분과 관련된 협력관계만 구축하는 것이 아니라 각종 제도·규정 등에서도 단일화를 추구하게 되므로 더욱 포괄적인 시장통합이 일어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라미 전 사무총장은 TPP와 TIPP가 본격 출범하면 세계 자유무역이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는 TPP나 TIPP는 상품·서비스 관세를 낮추고 비관세 장벽을 제거하는 데 주력해 온 과거의 자유무역협정과 달리 기후변화 대책, 규제 단일화, 노동력의 자유로운 이동, 반부패 공조, 정치적인 협력까지 아우르는 포괄적 협정”이라며 자유무역협정의 새로운 세대 출현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라미 전 사무총장은 다만 양자간 협정이 다자간 협정으로, 교역조건 협의가 포괄적 규제 협의로 확대되면서 단일한 합의안을 이끌어 내기까지 상당한 시간과 노력을 요한다는 점은 앞으로 극복해야 할 과제”라고 진단했다. 이같은 이유로 라미 전 사무총장은 중국이 TPP에 가입하기 쉽지 않다고 잘라말했다. 그는 중국이 TPP에 가입한다면 가입국들의 국내총생산(GDP)이나 시장 규모면에서 획기적인 일이 될 것”이라면서도 중국이 규제 수준, 투자 여건, 환경 또는 소비자 보호 장치 등을 TPP 가입국 수준으로 맞추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도에 대해서도 유사한 평가를 내렸다.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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