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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V타임머신] ‘그녀들은 예뻤다’…못난이, 로코 여주로 ‘우뚝’
입력 2015-11-03 13:48 
사진=MBC, 디자인=이다원
1분1초가 빠르게 지나가는 요즘, 본방사수를 외치며 방영일 만을 손꼽아 기다리는 날은 점점 줄고 있습니다. 클릭 한 번만으로 지나간 방송을 다운 받고, 언제든 보고 싶은 드라마를 볼 수 있는 시대입니다. 모든 것이 빨리 흘러가는 현재, 지난 작품들을 돌아보며 추억을 떠올리고 이를 몰랐던 세대에게 소개하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


[MBN스타 이다원 기자]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나태주 作 ‘풀꽃)

한 시인의 짧은 시구처럼 오래 보면 더욱 사랑스러운 이들이 있다. 못생겨도 밥값은 제대로 해내는 로맨틱 코미디 여주인공들이다. MBC 수목드라마 ‘그녀는 예뻤다가 제대로 망가진 황정음 덕분에 흥행하고 있는 가운데, 그동안 사랑받아온 ‘못난이 여주인공들에 대한 관심도 다시 높아졌다.

누가 봐도 미녀는 아니지만, 자신에 대한 자신감과 믿음 하나만으로도 매력을 발산한 인물들. 김삼순부터 ‘짹슨까지 ‘외모지상주의에 통쾌한 한방을 날린 ‘오래 보아야 사랑스러운 인물을 살펴봤다.



◇ ‘내 이름은 김삼순

2005년 전국에 센세이션을 일으킨 여주인공이 등장했다. 능력도 없고 어리지도 않고 날씬하지도 않은 ‘흔녀 김삼순(김선아 분). MBC ‘내 이름은 김삼순은 그 ‘흔녀가 옛 애인의 배신도 이겨내고 능력 있는 연하남 현진헌(현빈 분)의 사랑을 쟁취하는 과정을 담았다.

촌스러운 이름에 뚱뚱한 외모까지 콤플렉스인 김삼순은 ‘노처녀라는 수식어에 딱 어울리는 인물. 가끔 히스테리도 부리지만 의리 있고 정 많은 ‘쿨한 언니다. 레스토랑 사장이자 부잣집 아들인 현진헌과 티격태격하면서도 절대 기죽지 않은 대찬 성격으로 그의 마음을 흔들어 놓았다.

현진헌에게도 아픔은 있었다. 너무나도 사랑했던 첫사랑 유희진(정려원 분)이 홀연 사라진 것. 첫사랑의 아픔을 잊게 한 김삼순과 일명 ‘썸을 타는 순간 유희진이 돌아왔고 그의 주치의 헨리킴(다니엘 헤니 분)까지 엮이면서 복잡한 사각관계가 형성됐다.

그러나 김삼순의 무기는 바로 ‘솔직함. 현진헌에게 이별을 고한 후 나홀로 제주도 한라산에 올랐지만 결국 그를 찾아온 현진헌과 재회, 예쁜 사랑을 다시 시작했다.

이 작품은 인기만큼이나 많은 명대사도 만들어냈다. 극중 김삼순이 현진헌의 마음이 유희진에게 남아있고 생각한 뒤 이제 남자 때문에 울 일도 없을 줄 알았는데 서른이 되면 안 그럴 줄 알았다. 가슴 두근거릴 일도 없고 전화 기다린다고 밤샐 일도 없고, 그게 얼마나 힘든 일인데. 그냥 나 좋다는 남자 만나서 가슴 안 다치게 내 이 맘 안 다치게, 나 그렇게 살고 싶었는데 그렇게 겪고 또 누굴 내가 이렇게 좋아하는 내가, 내가 너무너무 끔찍해. 심장이 딱딱해 졌으면 좋겠어”란 대사는 오랫동안 시청자의 머릿속에 남았다.

사진=tvN, 디자인=이다원


◇ ‘막돼먹은 영애씨

2007년 첫 방송된 tvN ‘막돼먹은 영애씨 시리즈는 대한민국 평균 여성 이영애(김현숙 분)의 일과 사랑 속 고군분투 얘기를 담았다. 이영애도 김삼순처럼 이름 때문에 고통 받는 인물. 그는 시즌1 첫 회에서 가상 인터뷰로 등장해 뚱뚱하고 평범한 외모지만 배우 이영애와 늘 비교돼 부모를 원망 많이 했다”고 털어놔 웃음을 선사하기도 했다.

이영애는 그동안 나온 못생긴 여주인공 중에서도 독특한 위치를 점한다. 착하거나 사랑스럽지도 않고, 세상과 타협도 잘한다. 어찌보면 평범한 2030 한국 여성의 전형적인 모습이라 더욱 공감을 자아낸다.

그 흔한 재벌2세와 로맨스도 없다. 못생겨도 당당해서 반했다는 연하남 남친부터 거절하기 미안해서 사귄 남자, 사귄지 얼마 안돼 은밀한 요구를 하던 지질한 남자까지 이영애의 로맨스는 현실 그 자체다. 여기에 진상 부리는 상사, 박쥐 같은 동료, 미모만 믿고 얄밉게 구는 여자 친구 등 주위에서 찾아볼 수 있는 캐릭터들이 시청자의 공감대를 넓혔다.

그동안 개그우먼으로 인기를 얻던 김현숙은 이 작품으로 당당히 배우라는 수식어를 얻게 됐다. 또한 국내에서 제대로 된 첫 시즌제 드라마로 현재 시즌 14까지 방송되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톱배우 하나 없이 못생긴 여주인공의 리얼 라이프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면서도 위트 넘치는 설정으로 큰 인기를 끈 사례였다.

사진=SBS, 디자인=이다원


◇ ‘주군의 태양

SBS ‘주군의 태양은 공효진이 영화 ‘미쓰 홍당무에 이어 또 한 번 ‘예쁘지 않은 캐릭터로 분해 큰 인기를 얻었던 작품이다. 밤낮없이 나타나는 귀신으로 잠 한 숨 자지 못하는 태공실 역을 맡아 짙은 다크서클과 산발머리로 등장해 신선한 충격을 줬다.

귀신을 보는 여자 태공실과 첫사랑의 저주로 사랑하지 못하는 킹덤그룹 주중원(소지섭 분)이 우연히 만나 티격태격하다가 사랑에 빠진다는 로맨틱 코미디다. 자칫 밋밋할 수 있는 전개에 ‘귀신이라는 서늘한 소재를 삽입해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했다.

특히나 공효진의 활약은 대단했다. 그는 꾸미지 않은 옷차림에 다크서클 짙은 얼굴, 헝클어진 헤어스타일로 ‘미모와 거리가 먼 캐릭터를 완성했다. 또한 어눌하고 맥없는 말투지만 할 말은 다하는 순수한 매력으로 보는 이의 마음까지 흔들어 놨다. 못생겨도 사랑스러운 공효진의 연기력으로 2013년은 가히 ‘주군의 태양의 해라고 할 수 있었다.

사진=MBC, 디자인=이다원


◇ ‘그녀는 예뻤다

김선아, 김현숙, 공효진에 이어 차세대 못난이 로코퀸 수식어는 황정음이 이어 받았다. MBC ‘그녀는 예뻤다에서 역변의 아이콘 김혜진 역을 맡아 큰 인기를 얻고 있는 것. 이전 못난이 캐릭터가 몸매로 승부했다면 그는 이른바 ‘마이클 잭슨 패션, 악성 곱슬, 주근깨 등 다양한 못난이 요소로 첫회부터 시청자의 눈을 사로잡았다.

어릴 적 한 미모하던 김혜진이 못생기게 변한 뒤 첫사랑이었던 지성준(박서준 분)과 로맨스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앞서 김삼순, 이영애 등이 할 말 다하는 당당함을 매력포인트로 내세웠다면, 김혜진은 착하디 착한 성격과 긍정적인 마인드를 무기로 삼았다.

지성준은 자격지심에 자신을 속이는 김혜진을 보면서 서서히 끌렸고, 자신의 첫사랑이었단 사실을 알고 비로소 마음을 활짝 열었다. 현재 2회가 남은 상황에서 두 사람의 로맨스가 이뤄져 앞으로 어떤 엔딩을 맞이할지 관심이 높아진 상태다.

이 작품이 시사하는 건 앞서 히트쳤던 못난이 여주인공 로맨틱 코미디물과 비슷하다. 여자는 외모보다 내면이 중요하다는 것. 현실에서는 안 먹힐 이론일지도 모르지만, 이들 작품으로 인해 많은 시청자의 판타지가 충족된 건 분명하다. 못난이 여주인공들이 이토록 사랑받을 수 있었던 건 어쩌면 이런 판타지 충족 때문은 아니었을까.

[변두리 퀘스천] 못난이 로맨스 걸 차기 후보는? KBS2 ‘오 마이 비너스의 신민아! 인형 같은 그가 못난이 캐릭터를 위해 얼마나 망가질 수 있을까요?


이다원 기자 edaone@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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