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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의 야구생각] kt, 정체성과 맞바꾼 당장의 성적
입력 2015-11-03 09:51  | 수정 2015-11-03 15:04
헬멧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는 장성우. kt는 추문으로 얼룩진 장성우를 내년 6월부터 팬들에게 다시 내보내기로 했다. 사진=MK스포츠 DB
프로야구 10구단 kt 위즈가 결국 장성우를 끌어안기로 했다. kt는 2일 최근 SNS 폭로전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장성우에게 50경기 출장 정지, 벌금 2000만 원을 부과하는 선에서 징계를 마무리했다. 내년 6월 중순 쯤 이면 장성우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포수 마스크를 쓸 것이다.
걱정스럽다. 지금 같아선 얼굴이 화끈거려 장성우가 나오는 경기를 볼 자신이 없다. 입에 담기도 창피한 추문으로 얼룩진 장성우를 야구장에서 다시 보는 건 정말 싫다.
최소한 1년 정도는 장성우를 팬들과 격리시킬 줄 알았다. 그 정도는 되어야 용서가 될 것으로 봤다. 비록 장성우 자신이 SNS에 올리지 않았더라도 스스로 사실을 시인한 사안이다. 또한 장성우는 현재 치어리더 박기량으로부터 고소를 당한 상태다. 박기량은 장성우로 인해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었다. 박기량 뿐이 아니다. 조범현 감독과 옛 팀 선배와 팬들까지 조롱거리가 됐다.
그런데 kt는 고작 2개월 남짓 출장정지로 장성우에게 면죄부를 줬다. 당장의 성적이 중요하게 작용한 듯하다. 주전포수를 빼고 시즌을 치를 자신이 없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kt는 성적 보다 더 큰 것을 잃었다. 바로 팀의 정체성이다. kt는 신생팀이다. 아무 것도 그려지지 않는 흰색 도화지와 같다. kt는 올해 그 흰 바탕에 멋진 스케치를 완성했다.
팀 성적을 떠나 선수들의 때 묻지 않은 열정과 스포츠맨십이 팬들을 감동시켰다. 조범현 감독은 막내 구단의 사령탑으로 몸가짐, 마음가짐 하나 조심했다. 때로는 심판에게 강하게 어필할 수 있는 상황에서도 팀의 이미지를 생각해 넘어가기도 했다. 선수들에겐 승패에 상관없이 정직한 플레이, 공격적인 플레이를 주문했다. kt가 가야할 밑그림을 그린 것이다.
kt는 국내 굴지의 IT 기업이다. 젊은 팬들이 많다. kt의 팀 색깔도 기업 이미지에 맞게 밝고 희망차고 정직한 야구단이 되길 희망했다. 불행히도 kt의 장성우 사건 처리는 실망스럽다. 장성우 사건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던 당시 한 20대 지인이 기자에게 프로야구에 쓰레기 선수가 한 명 있더라”고 했다. 그것이 장성우를 바라보는 요즘 젊은이들의 시선이다.
kt는 당장의 성적 때문에 팀의 정체성을 바로 세울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
[매경닷컴 MK스포츠 편집국장 dhkim@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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