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대우證 매각 시동…인수후보 3社 당찬 출사표
입력 2015-11-02 17:30  | 수정 2015-11-02 23:38
사상 최대 증권사 매물인 KDB대우증권을 두고 KB금융지주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금융지주 간 혈투가 시작됐다. 이들은 대우증권 경영 상태에 대해 꼼꼼히 들여다본 뒤 연말께 본입찰을 거쳐 최종 승자를 가릴 예정이다. 인수 후보군이 국내 유수 금융사라는 점, 인수 뒤 시너지가 기대된다는 점에서 매각 향방에 대해 귀추가 주목된다.
2일 대우증권 대주주 KDB산업은행(지분율 43%)이 이날 오후 3시 매각 예비 입찰을 마감한 결과 KB금융지주,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금융지주, 대우증권 우리사주조합 등 4곳이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했다. 매각 대상은 대우증권과 산은자산운용(산업은행 지분 100% 보유) 패키지다. 인수 후보 중 대우증권 우리사주조합은 아직까지 뚜렷한 인수자금 조달처를 확보하지 못해 인수전 완주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으로 업계에서는 KB금융 미래에셋 한투금융 삼파전 구도로 보고 있다.
이들 인수 후보는 각각 인수 명분이 뚜렷하다는 점에서 향후 치열한 인수 경쟁을 예고했다.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금융지주는 자기자본 '10조원' 한국형 투자은행(IB) 도약을 꿈꾸며 이번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이웃 일본의 대표적인 글로벌 IB인 노무라금융투자는 자기자본이 27조원 규모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현재 NH투자증권이 자기자본 4조4495억원으로 1위를 차지할 정도로 규모가 작은 상황이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대우증권은 훌륭한 인재와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는 매력적인 매물"이라며 "여기에 우수한 재무구조를 지닌 대우증권 인수를 통해 대형 증권사로 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에셋증권이 대우증권 인수에 성공하면 미래에셋이 보유하고 있는 자산운용 분야에서 강점과 대우증권이 지닌 IB·영업망 등을 결합해 시너지를 내는 것은 물론 대형화를 통해 글로벌 IB로 도약하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게 업계 평가다. 미래에셋증권은 대우증권 인수를 위해 1조원 규모 대형 유상증자를 실시하는 등 강한 인수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실제 박현주 회장이 이번 인수전에 전력을 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투자금융지주도 아시아 최고 IB로 성장한다는 목표로 이번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한투 관계자는 "대우증권 인수는 국내 1등 경쟁에서 벗어나 2020년 시가총액 20조원, 자기자본 수익률 20%라는 '비전2020' 달성을 위한 관문"이라고 말했다.
한국투자금융지주는 이미 옛 동원증권 시절 증권사 인수·합병(M&A)을 통해 덩치를 키운 경험이 있는 데다 대우증권 인수에 성공하면 자기자본 7조5000억원에 달하는 대형 증권사로 발돋움하며 명실상부한 국내 1위 증권사로 도약할 수 있는 상황이다. 김남구 부회장이 오랜 장고 끝에 막판 인수전 참여를 결단한 까닭이다.
여기에 맞서 은행계 금융지주로 분류되는 KB금융지주는 '한국판 BoA메릴린치'를 꿈꾸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상업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BoA)와 투자은행 메릴린치가 결합된 BoA메릴린치는 은행 부문의 안정적 수익성과 IB 부문의 높은 경영 효율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는 장점을 지녔다"고 평가했다. KB금융은 KB국민은행이라는 대형 은행을 거느리고 있다. 그러나 증권업 분야에서는 절대 약세다. KB금융 자회사 KB투자증권은 올 상반기 자기자본 6098억원으로 업계 17위 중소형 증권사다. 이런 까닭에 KB금융은 은행 부문 의존도가 절대적으로 높다는 약점을 지녔다.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KB금융은 2013년 옛 우리투자증권 인수전에 뛰어들었지만 고배를 마신 바 있다. KB금융이 대우증권을 탐내는 이유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은행·증권사 복합 점포가 허용됨에 따라 KB금융이 증권사를 더욱 절실히 원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KB투자증권이 점포망이 취약한 중소형 증권사라는 점은 역으로 KB금융의 강점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인수·합병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나타나는 영업점 통폐합 등 구조조정이 필요 없기 때문이다.
인수 후보들은 각각 단점을 지니고 있어 향후 이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여부에도 관심이 모인다. KB금융은 이사회에 의사결정 관련 권한이 집중돼 있어 인수가격을 강하게 베팅하기 어렵다는 게 문제점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 밖에 미래에셋증권은 자체 성장 증권사로 M&A 경험이 일천하다는 점이, 한국투자금융은 인수자금 조달 과정에서 재무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는 염려가 나온다.
[한우람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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