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핫` 했던 ELS펀드, 수익률은 `헉`
입력 2015-11-02 17:19  | 수정 2015-11-03 10:11
지난해 9월 국내 대표 자산운용사인 삼성자산운용과 한국투자신탁운용이 각자 배타적 사용권까지 신청하며 유망 신상품으로 주목받았던 '주가연계증권(ELS) 펀드'의 투자성과가 기대 이하인 것으로 나타났다. 15개 안팎의 개별 지수형 ELS에 분산투자해 손실위험을 낮추고 안정적 성과를 추구한다던 애초 설명과는 달리, 시장이 오를 때는 수익률이 연 7% 내외로 제한되고 시장이 빠질 때는 하락위험을 거의 그대로 반영하기 때문이다.
2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삼성ELS인덱스' 펀드는 지난달 30일 종가 기준 최근 1년 수익률이 -1.8%, '한국투자ELS지수연계솔루션' 펀드는 -0.9%로 집계됐다. 두 펀드 모두 개별 ELS의 연평균 제시 수익률 7%는커녕 1%대 중반 예금이자만도 못한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한 것이다.
ELS 인덱스 펀드는 만기가 각기 다른 13~20개의 ELS에 분산투자하는 펀드다. 만기 또는 조기 상환이 이뤄지면 자동으로 동일 구조의 ELS를 편입해 재투자의 번거로움을 줄였다. 삼성운용이 지난해 8월 25일, 한국운용이 같은 해 9월 24일 거의 한 달 간격으로 비슷한 구조의 상품을 내면서 두 회사 모두 금융투자협회에 배타적 사용권 허가 신청을 냈다. 연 6~7% 수준의 ELS 쿠폰수익을 챙기면서 지수 상승에 따른 ELS 평가가격 상승까지 노릴 수 있다면서 마케팅 경쟁도 뜨거웠다. 하지만 1년 후 성과는 부끄럽기 그지없는 수준이다.
배타적 사용권은 펀드, 파생결합증권, 보험 등 금융상품에 대해 각 협회가 새로운 유망상품 발굴을 유도하기 위해 1∼6개월간 단독 사용권을 부여하는 제도다. 금투협은 지난해 9월 열린 ELS 펀드 관련 신상품 심의위원회에서 두 상품에 대해 기존과 다른 새로운 상품이라고 인정할 수는 없다면서 배타적 사용권 신청을 모두 기각했다.
그렇다면 ELS 펀드가 성공적인 결과를 내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본래 지수형 ELS 상품은 기초자산인 지수가 일시적으로 조정을 받아도 발행시점 대비 40~50% 이상 하락하지만 않으면 미리 정해진 연 6~7% 수익을 받을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하지만 ELS펀드의 경우 담고 있는 개별 ELS의 일별 평가가격을 평균해 펀드로 만든 것이어서 시장이 조금만 흔들려도 그 영향이 수익률에 즉각 반영돼 원금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지난 9월 초 글로벌 증시가 일제히 하락했을 때 ELS 펀드는 -10% 이상 손실이 발생하기도 했다.
반면 시장이 10% 이상 크게 오른다고 해도 상승분 반영에는 한계가 있다. 앞서 지난 4월 홍콩 항셍중국기업지수(HSCEI)가 지난해 8~9월 대비 최대 40%, 유럽 유로스톡스50(Eurostoxx50)이 20% 가까이 올랐을 때 ELS 펀드 설정 이후 최고 수익률은 5~7% 수준에 불과했다. ELS 상품의 특성상 시장이 올라도 상환 조건을 채우면 연간 6~8%, 6개월 기준으로는 3~4% 수익을 올리고 운용이 중단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투자자의 투자 성향이나 목적에 따라 개별 지수형 ELS나 상장지수펀드(ETF)를 통한 분산투자가 낫다고 지적한다. 업계 관계자는 "구조화된 파생상품으로서 약속된 성과를 안정적으로 추구하려는 보수적 성향의 투자자라면 개별 지수형 ELS에 투자하는 게 안정성 측면에서 유리하고, 증시가 충분히 많이 빠져 반등을 노리는 공격적 투자자라면 ELS 펀드보다는 ETF에 투자하는 게 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1년 전 발행된 유로스톡스50, HSCEI, 코스피200 등 3개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는 이미 지난 4월 말 대부분 조기상환이 이뤄져 6개월 만에 약 3.5~4%(연 7~8%)의 수익을 냈다. 또 3개 지수를 추종하는 펀드에 분산투자를 했다면 평균 약 2% 수익률이 나왔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재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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