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복부인시대 가고 `복청년`이 쥐락펴락
입력 2015-11-01 17:26  | 수정 2015-11-01 22:01
부동산 스타트업 `패스트파이브` 홈페이지 화면 캡처.
3년 전 직장을 나와 벤처캐피털 투자회사를 꾸린 서른세 살 박지웅 씨(패스트트랙아시아 대표)는 올해 초 지인들과 스타트업을 꾸려 부동산 임대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기존 건물을 빌려 카페 같은 분위기에서 자유롭게 일할 수 있도록 모임 공간을 꾸민 후 회원들에게 자리를 내어주는 일이다. 지난 4월 서울 서초동에 문을 연 지 한 달 만에 모든 자리가 채워질 정도로 시장 반응이 좋아 지난달에는 역삼동에 2·3호점을 열었다.
돈과 연륜이 쌓여야 발을 들일 수 있다는 부동산시장에 20·30대가 이끄는 스타트업 창업 바람이 불고 있다. 아직 하나둘 창업하는 초기 단계이지만 건물 임대부터 부동산 중개, 셰어하우스, 집수리, 인테리어 등 창업 분야가 다양하다.
업계에서는 '최소 수억 원의 목돈을 넣어 몇 천만 원씩은 날려 봐야 감이 조금 생긴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올 정도로 투자 진입장벽이 높지만 2030세대는 세 가지 강점을 가지고 시장 흐름을 탄다. 스타트업은 신생 벤처기업과 비슷하게 첨단 기술에 기반한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있지만 창업 단계여서 자금 조달이 필요한 소규모 회사를 말한다.

일상 속에서 벌어지는 문제의식과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창업한다는 점에서 '생계형 온라인 창업'과는 다르다. 대표적인 게 '공유' 개념을 도입한 스타트업이다. '패스트파이브'는 외국계 빌딩임대관리전문 업체가 주로 투자하는 서비스드 오피스 임대시장에 '공유' 개념을 추가해 창업한 사례다. 큰 회사들처럼 강남 도심 빌딩을 사들일 자금은 없지만 일부를 빌려서 공동 사무실로 리모델링한 후 다시 임대를 놓아 수익을 올린다. 건물 한두 층을 빌려 공동으로 쓸 수 있도록 인테리어를 한 후 1~8인 규모 작은 회사나 개인에게 보증금 없이 월 단위 회원료를 받는다. 공간을 공유하는 개인이나 소규모 회사들이 서로 돕고, 필요하면 외부 전문가를 공동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연결해주는 '커넥트 앤드 컬래보 서비스' 등 창업 지원과 컨설팅도 이뤄진다.
부동산개발업자처럼 땅을 사들여 섹션오피스를 짓거나 개인 자산으로 수십억 원 하는 빌딩을 사고팔 여력이 없는 30대 젊은이들이 큰돈이 오가는 부동산시장에 나올 수 있었던 건 크라우드 펀딩을 이용해 스타트업을 꾸렸기 때문이다. 패스트파이브는 지난 7월 P2P(개인 대 개인) 투자·대출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2·3호점에 들어갈 돈을 모았다. 건물주에게 주어야 할 보증금 5억여 원 중 2억원은 12분 만에 채워지기도 했다.
'오셰어하우스'는 커피전문점 사장이 또래 청년의 주거비 부담을 덜어보자는 생각으로 대학가 인근 주택을 빌리거나 사들여 여러 명이 한 집에 살 수 있는 공동 집으로 다시 꾸민 후 기존 원룸 평균 월세보다 10만원 정도 낮은 가격에 임대를 놓는다.
중개업시장에도 2030세대들이 만든 스타트업이 입성했다. 지난 2월 첫 발걸음을 뗀 '부동산다이어트'는 김창욱 씨(30)와 임성빈 씨(32), 그리고 오성진 씨(25)가 창립 멤버다. 공인중개사 자격증이 있는 멤버들이 직접 현장을 방문해 매물 사진을 찍어 공개하고 거래도 맡는다. 중개수수료는 0.3%로 한정하고 일반 거래에 비해 얼마나 거래 비용을 절약할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액수를 비교해주기도 한다.
네트워크에 강한 애플리케이션(앱) 특성을 살려 '매칭'을 사업 아이템으로 잡기도 한다. 단순히 온라인이나 앱으로 방이나 집을 직거래하도록 하는 부동산 중개 서비스와는 다르다. '닥터하우스'는 수요자들이 원하는 콘셉트와 가격으로 집수리·인테리어 업자를 만날 수 있도록 주선해주는 앱이다. 박종국 닥터하우스 운영자는 "서울 시민 중 30% 이상이 1인 가구일 정도로 혼자 사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나만의 공간'을 꾸미려는 인테리어 수요도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김인오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