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손가락 피부를 모사해 소리까지 들을 수 있는 ‘전자피부를 개발했다.
고현협 울산과기원(UNIST) 생명화학공학과 교수와 이헌상 동아대 화학공학과 교수 공동 연구진은 손가락의 지문을 모사해 압력과 진동, 온도, 소리까지 감지해 낼 수 있는 전자피부를 개발했다고 1일 밝혔다.
연구진이 개발한 전자피부는 기존의 촉각 센서로는 감지하기 어려웠던 미세한 거칠기 감지가 가능하다. 물방울이 충돌할 때 생기는 압력과 온도 변화도 잡아낼 수 있을 정도다. 연구진은 이것이 손가락의 지문을 그대로 모방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인간의 손가락이 미세한 거칠기도 느낄 수 있는 이유는 지문이 있기 때문이다. 지문이 물체의 표면과 맞닿을 때 미세한 진동이 발생한다. 인간의 손가락에 있는 지문은 이 진동을 감지해 낸 뒤 ‘딱딱하다 혹은 ‘울퉁불퉁하다와 같은 느낌을 갖게 된다. 고현협 교수는 1초에 수백번 발생하는 진동을 느낄 수 있는 전자피부”라며 또한 미세한 ‘돔 모양의 구조가 서로 맞물리도록 제작, 작은 외부 환경의 변화에도 이 돔 구조가 변형되면서 압력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진이 개발한 전자피부는 ‘소리를 듣는 것도 가능하다. 소리가 갖고 있는 파동이 공기 중으로 퍼질 때 발생하는 진동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이면서 과학 대중화에 힘썼던 미국의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의 연설을 전자피부와 스마트폰에 각각 들려줬다. 스마트폰은 녹음 기능을 활용했다. 고현협 교수는 스마트폰이 녹음한 음질보다 전자피부가 파동으로 들은 소리가 더욱 명확하게 들렸다”고 말했다.
연구진의 다음 목표는 전자피부가 느끼는 신호를 뇌가 인식하게끔 하는 것이다. 전자피부가 느끼는 감각을 인간이 직접 느낄 수 있다면 로봇은 물론 의수, 보철기, 웨어러블 소자, 음성인식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이 가능다. 고현협 교수는 이번에 개발한 전자피부는 만드는 공정이 간단하다”며 단일 소자를 통해 물리적 신호를 감지 및 구분할 수 있고 민감도 또한 다른 센서에 비해 높은 만큼 다양한 분야에 활용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인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최신호에 게재됐다.
[ 원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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