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국세청은 기업에 저승사자? ‘성실납세 이행협약’ 아시나요
입력 2015-10-29 15:27 

세금을 낼 만큼 낸다고 생각했어요. 근데 세무조사만 받았다 하면 세금을 더 뜯어간단 말이예요. 세금 때문에 사업자금 운용상 예측을 못하는 부분이 많아서 애를 먹을 때가 아주 많습니다.”
평소 정직하게 신고를 했다고 생각했는데도 막상 세무조사를 받아보면 추가로 또 세금을 내야하는 상황에 울분을 터뜨리는 기업인이 꽤 많다.
이 때문인지 어떤 회사는 세무법인 두세곳과 계약을 맺고 물샐틈 없는 세무업무를 맡긴다. 하지만 이 조차 세금을 완벽히 산출했다는 보장이 없고 비용도 만만치 않다.
상당수 기업인에게 국세청은 ‘성실신고와 관계없이 무조건 세금을 징수하는 기관이란 선입견이 강하게 박혀 있다. 국세청은 먼지 한올까지 탈탈 털어내려 하고 납세자는 일방적으로 당하는 관계란 인식도 강하다.
물론 국세청의 기본 업무는 세금 징수다. 때문에 납세자에게 부담스런 존재로 인식되는 것은 일면 자연스런 현상이다. 그러나 국세청과 납세자 사이에 ‘신사협정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이런 선입견은 상당 부분 풀리게 된다.

인천 광역시 남구 주안동에 위치한 A철강사. 이 회사는 제철소 고로(용광로)용 부품을 만드는 우량 중소기업이다. 세계 25개국 60여개 제철소에 연 6500만달러 어치 부품을 수출한다.
A사는 지난해 국세청과 성실납세이행협약을 맺었다. 협약을 체결하자 중부지방 국세청 성실납세지원국 소속 세무진단팀 3명이 이 회사에 파견을 나갔다. 이들은 상반기 4일, 하반기 5일간 A사로 출퇴근해 세무업무를 도왔다.
이 과정에서 국세청은 최근 수년간 A사가 연구인력 건강보험료를 세금공제 대상이 아닌 것으로 잘못 알고 있었던 사실을 바로 잡아주기도 했다. 이 항목이 세금공제 대상임을 뒤늦게 깨달은 A사는 곧바로 관할 세무서에 경정청구를 해 1200만원 법인세를 돌려받았다. 국세청이 세금 환급까지 직접 도운 셈이다.
성실납세이행협약이 큰 호응을 얻으면서 납세자들 사이에 소리소문 없이 퍼져나가고 있다.
국세청 세무진단팀에 기업 세무자료를 공개하면 국세청이 여러 세금쟁점에 대해 컨설팅을 해주고 기업이 내야 할 세액을 산출하는데 도움을 준다. 세무진단팀이 가이드해 준 방향에 맞춰 해당 기업이 세액을 산출하고 세무서에 신고·납부하면 그것으로 모든게 끝이라는 일종의 ‘신사협정이다. 세금을 낸 뒤 추가로 또 징수당할 걱정이 없다.
국세청이 컨설팅을 해주고 납세자가 성실하게 납세 의무를 다하는 시스템이란 점에서 ‘국세청과 납세자는 늘 적대관계라는 기존 선입견은 더이상 성립되지 않는다.
국세청 관계자는 성실납세이행협약에 대해 국세청과 납세자가 상호 동반자적 관계에서 소통하고 기업 스스로 성실하게 세금을 낼 수 있도록 지원하자는 취지에서 이 제도를 도입하게 됐다”고 밝혔다. 국세청과 협약을 맺은 기업의 한 관계자는 세금과 관련한 불확실성을 조기에 해소할 수 있어 세무조사 걱정 없이 사업에만 전념할 수 있는게 큰 장점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제도는 지난 2009년 8월 서울청·중부청이 관내 15개 중견기업과 협약을 맺으면서 처음 시작됐다. 이후 기업 만족도가 높아짐에 따라 2011년 전국 70개 기업으로 확대됐고 지난해엔 101개로 늘어났다.
국세청과 맺은 협약사항을 잘 이행하면 정기 세무조사가 면제되는 등 실질적 혜택이 주어진다.
직전 사업연도 매출이 300억~1000억원인 기업이 이 협약을 신청할 수 있으며 국세청은 희망기업의 내부 세무통제 시스템 구축 현황 등을 서면·현장 심사한 후 협약 대상자를 선정하게 된다.
[남기현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