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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주원 "특정화된 배우 이미지, 불만이에요"
입력 2015-10-29 14:22 
영화 '그놈이다' 동생 죽인 범인 잡기 위해 고군분투 장우 役
"체중 늘리고 꼬질꼬질한 모습, 연기하기 편했죠"
"평생 꺼이꺼이 울어본 적은 처음"
"드라마만 흥행킹? 영화 흥행도 맛보고 싶어요"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체중을 늘렸는데 멋져 보인다고요? 멋져 보이려고 노력하지 않았는데…. 외적인 건 신경 전혀 안 썼고, 장우 감정대로 연기하려고 노력했어요. 그래도 멋지게 나온 거면, 음 다행인 거죠? 하하."
배우 주원이 변했다. 그동안 알던 모습이 아니다. 체중을 8kg가량 늘렸고, 수더분해 보인다. 경상도 사투리도 처음 구사한다. 꼬질꼬질해 보이는 외모도 낯설다. 영화 '그놈이다'(감독 윤준형) 속 장우다. 어린 동생을 죽인 범인을 쫓기 위해 죽음을 예견하는 소녀 시은(이유영)의 도움을 받아 범인을 추적한다.
주원은 전작 드라마 '용팔이'에 이어 여동생을 위해 필사적인 오빠를 연기했다. 그는 "실제 여동생은 없는데 일종의 로망이 있다"며 "주위 친구들은 여동생과 원수처럼 지낸다고 한다. 하지만 난 옛날에 부모님께 '여동생 생기면 좋겠다'고 떼를 써 부모님을 당황하게 한 적이 있다. 그래도 여동생이 있었으면 예뻐하고 잘해줬을 것"이라고 웃었다.
단, 보수적이었을 게 분명하다. "여자가 치마보다는 바지 입는 걸 좋아한다"는 주원은 "남자친구가 있다면 '누구야'하고 빨리 집에 데려오게 했을 것이고, 누가 괴롭히면 때려줬을 것"이라고 했다. 극 중 여동생이 오빠가 일하는 곳에 와서 앉을 때 가죽 잠바를 덮어주는 것 장면 등은 주원의 생각이기도 했다. "형이 있는데 학교 다닐 때 그랬어요. 저는 항상 왜소했어요. 형이 언제나 덩치가 좋았죠. 학교에서 누가 괴롭히면 항상 형이 달려왔었죠. 여동생이 있었으면 아마 제가 그러지 않았을까요?"
'그놈이다'는 주원에게 새로운 작품이었다. 본인 자신도 "이제껏 나에게서 보이지 않은 모습이 많았던 것 같다"고 인지할 정도였다. 고생도 많이 했다. 하지만 주원은 선택에 망설임이 없었다. "스릴러라니, '나한테 스릴러 출연 제의가 들어왔다!'고 좋아했다. 남자면 하고 싶어하는 장르니까"라고 행복해했다.
마침 틀에 박힌 이미지가 싫어질 때였다. 이제껏 한 번도 비슷한 역을 한 적이 없는데 '모범생', '착한 학생'의 이미지가 생겼다. 변화를 갈구할 때였다. 마침 감독의 설득도 귀를 쫑긋하게 했다. "감독님이 제 기존 이미지가 필요하다고 했어요. 전 변화를 갈망했는데 말이죠. 감독님이 '장우는 센 인물이 아니라 동생과 먹고살려고 하다 보니 이미지가 그럴 뿐이다. 원래 거친 배우가 했다면 공감받지 못했겠지만 모범생 이미지 캐릭터가 여동생을 위해 범인을 처절하게 쫓는 모습을 보면 응원을 건넬 것 같다. 네 이미지에 장우라는 사람의 옷을 입혔으면 좋겠다'고 하셨는데 색다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전혀 걱정 없었고 좋았어요.(웃음)"
20대 배우가 맡기에는 꺼려질 법도 한데 주원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라는 그에게, 아마 소속사는 싫어했을지 모른다고 하니 주원은 웃었다. 이어 "예전부터 나름 막연한 계획이 있었다. 30대 넘어가는 시점에 어떤 색깔이 정해져 있다면 바꿔보자는 것이었다"며 "회사에 들어오기 전부터 이런 생각을 사람들에게 얘기하고 다녔다. 별문제 없었다"고 미소 지었다.
그러면서 일종의 본인의 '배우론'에 대해서도 똑 부러지게 짚었다. "20대 배우가 해야 하는 역할, 상업적 이미지가 분명히 필요하다는 건 당연히 인정해요. 하지만 저는 제가 사랑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직업이 아니라 여러 가지 모습을 연기해야 하는 직업이잖아요. '멜로는 이 사람이어야 해', '액션은 역시 이 사람을 시켜야지!'라고 정해지는 게 개인적인 불만이었던 것 같아요. 할리우드 배우들 보면 정말 놀랍고 부러워요. '배트맨'이 싸이코도 됐다가 '인터스텔라' 주인공이 극 중 에이즈 환자가 되기도 하잖아요. '사도' 송강호 선배 보면서 목소리 하나가 바뀌면 또 달라지는 걸 보고 '그래 저게 배우 아닌가?'라는 생각도 요즘 많이 했어요."
주원은 함께한 유해진에게 고마운 마음도 내비쳤다. "제가 생각하는 걸 누구한테 말하는 건 쉽지 않아요. 그런데도 제일 답변을 잘해주는 건 해진 형이죠. 정말 진지하게 잘 들어줘서 속깊은 이야기를 하는 사이가 됐어요. 사적으로 믿음이 가는 사이가 됐고, 정말 큰 힘이 되는 형이에요. 같이 영화 출연해서 칭찬하는 거냐고요? 절대 아니에요. 하하."
주원은 이번 작품이 특히나 달랐다고 재차 강조했다. "내가 아닌 것 같은 느낌이 많이 들었다. '이렇게까지 감정이 나오는구나. 나한테 없던 모습이고 못해봤던 건데?'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회상했다.
"일단 사투리 연기가 어려웠죠. 감정 잡는 것도 힘들었고요. 연인하고 헤어지는 감정이 아니라 가족이 죽는 거잖아요. 특히 유치장 신에서 제일 감정이 폭발해야 하는데 막막한 신 중 하나였어요. 나름 범인을 의심했는데 그 사람이 나타나니깐 죽이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서 달려가게 되더라고요. 순간 깜짝 놀랐는데 수갑이 풀어졌죠. 저도 놀랐고, 스태프도 당황했어요. 태어나서 그렇게 꺼이꺼이 울어본 적이 한 번도 없었던 것 같아요. 끝나고 나서까지 감정이 안정이 안 되더라고요. 구석에서 혼자 울었던 기억이 나요."
드라마는 출연만 했다 하면 흥행킹이었는데 영화는 그렇지 않다. 주원은 "흥행이 되면 그 기분이 너무 궁금하다"고 했다. "영화 흥행이 안 되면 '날 이제 더 안 써주면 어떡하지?' 그런 생각도 했었어요. 그런데 감사하게도 많은 분이 제가 공연할 때나 드라마 촬영장에 오면 분위기가 좋아진다고 하세요. '작품이 끝나 먼 훗날 이 작품이 좋은 추억으로 남을 수 있게 해준 것 같다'고 말씀도 해주셨는데 고맙더라고요. 올해 20대 마지막 해인데 나름 신중하게 연기한 것 같아요. '용팔이'도 후반에는 흐지부지한 느낌이 없지 않지만 그래도 나름 잘 돼서 좋았어요. '그놈이다'도 좋은 성적으로 받아 기분 좋아졌으면 좋겠어요. 어서 빨리 무대 '인사해 관객들을 만나고 싶어요."
jeigun@mk.co.kr/사진 강영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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