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국가자격시험장 안에서 용변 본 남성…“화장실 이용 제한은 인권침해”
입력 2015-10-29 09:46 

국가기술자격시험 도중 응시자에게 화장실 이용을 제한하는 것은 인권침해에 해당한다는 판단이 나왔다. 국가인권위원회는 관련 제도의 개선을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에게 권고했다.
29일 인권위에 따르면 지난해 10월5일 국가기술자격시험(기사)에 응시한 박모(54)씨는 시험을 보다 용변이 급해지자 감독관에게 화장실에 가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감독관은 규정상 허가할 수 없다고 답했다.
국가기술자격시험을 관리하는 산업인력공단은 부정행위 예방 등을 위해 시험 중 화장실 이용을 제한하고 있다. 배탈·설사 등으로 용변이 매우 급한 경우나 시험시간의 절반이 지났으면 화장실 출입을 허가하되 재입실은 허가하지 않는다.
당시 용변이 너무 급했던 박씨는 감독관에게 시험장 안에서라도 용변을 보게 해달라고 요청했고, 감독관은 다른 응시자들에게 양해를 구한 뒤 시험장 뒤편 쓰레기통에 용변을 보도록 했다.

시험장에 있던 응시자는 모두 남성이었지만, 여성 감독관 1명이 있어 이 감독관이 시험장 밖으로 나간 뒤 용변을 봤다.
박씨는 시험이 끝나고 시험장에서 화장실 문제로 수치심과 굴욕감을 느꼈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인권위는 용변문제는 사람에게 가장 기본적이고 최우선적으로 보장돼야 하는 생리적 욕구”라며 화장실 이용을 과도하게 제한해 시험실 뒤편에서 용변을 보도록 한 것은 수치심과 굴욕감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한 인격권 침해행위”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시험 응시자 본인이 통제할 수 없는 긴급한 생리문제로 나머지 시험을 포기해야 하는 현재 시험관리규정은 불합리하다며 산업인력공단 이사장은 관련 제도를 개선하라”고 권고했다.
현재 인사혁신처가 주관하는 국가공무원시험(5·7·9급)에서도 시험 중 화장실 출입을 할 수 없으며 부득이하게 화장실을 이용할 경우 재입실을 할 수 없다.
교육부가 주관하는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는 시험 중에도 동성의 복도 감독관이 동행해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고, 재입실 후에도 계속 시험을 볼 수 있다.
[매경닷컴 디지털뉴스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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