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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S] 이대호 “못하면 핑계일 뿐…나에게 화났었다”
입력 2015-10-29 09:46  | 수정 2015-10-29 09:47
소프트뱅크 호크스 이대호가 일본시리즈 4차전에서 3안타 4타점 맹타를 휘두르며 MVP에 선정됐다. 사진(日 도쿄)=서민교 기자
[매경닷컴 MK스포츠(日 도쿄) 서민교 기자] 일본시리즈 3차전. 이대호(33·소프트뱅크)는 열 살 아래인 야마다 데쓰토(23·야쿠르트)의 3연타석 홈런으로 팀이 역전패를 당하는 것을 벤치에서 지켜봐야 했다.
일본시리즈 1, 2차전 최고의 활약을 펼친 이대호였지만, 3차전을 앞두고 목에 담이 결려 제 컨디션을 발휘할 수 없었기 때문. 이대호는 2타수 무안타로 침묵한 채 5회가 끝나기도 전에 선수보호 차원에서 교체를 할 수밖에 없었다.
휴식은 짧았다. 목 상태도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그러나 앉아서 또 팀이 지는 것을 두고 볼 수 없었다. 2연승 뒤 1패를 당한 소프트뱅크는 한 번만 더 지면 시리즈 분위기가 완전히 역전될 수 있는 위기였다.
지난 28일 일본 도쿄 메이지 진구구장에서 열린 일본시리즈 4차전. 이대호는 통증을 참고 팀의 4번 타자로 경기에 나섰다. 경기 직전 이대호는 몸이 좋지 않아 어떻게 경기를 할지 나도 모르겠다”며 걱정이 앞섰다.
약 4시간이 흐른 뒤. 이대호는 1회부터 시작해 경기가 끝난 뒤 한동안 야쿠르트 적지에서 ‘이대호! 이대호!의 연호를 듣는 감격적인 순간을 맞이했다. 부상 투혼의 결과는 값지고 달콤했다.
이대호는 이날 4타수 3안타 1볼넷 4타점 1득점을 올리며 팀의 6-4 승리를 이끈 최우수선수(MVP)였다. 1회초 선취점을 올린 결승타에 이어 이날 승부를 가른 3회초 싹쓸이 3타점 2루타는 압권이었다.
이대호의 해결사 본능을 일깨운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 하나는 자존심이었고, 또 하나는 자신을 향한 분노였다.

몸은 좋지 않았다. 그런데 아프다고 못하면 그건 핑계일 뿐이다. 결과로 말해야 한다.”
이대호가 첫 타석부터 자신 있게 배트를 돌린 것은 이 때문이었다. 스윙은 크지 않았다. 대신 날카로웠다. 힘을 강하게 싣지 않았다. 대신 타구는 강렬했다.
여긴(메이지 진구구장) 구장이 작다. 강하게 칠 필요가 없었다. 배트 중심에만 맞히면 충분히 넘길 수도 있기 때문에 자신 있게 치기만 하면 될 거라 생각했다. 삼진을 당하더라도 자신 있게 치고 싶었다.”
이대호는 전날(27일) 벤치에서 화가 났다. 야마다의 3연타석 홈런을 바라보고 있는 것 때문이 아니었다. 야마다는 야마다일 뿐이었다. 이대호는 두 차례 타석에 나가 아무 것도 하지 못한 자신에게 화를 내고 있었다.
당연히 벤치에서 화가 났다. 야마다가 때문이 아니라 내가 못 쳐서 화가 났다. 그렇게 하느니 차라리 아예 경기에 안 나가는 게 낫다.” 이대호는 몸이 따르지 않은 자신을 탓했다.
하지만 야마다의 엄청난 활약은 이대호를 움직였다. 야마다는 이날 일본시리즈 역사상 최초로 한 경기 3연타석 홈런 대기록을 쓰며 영웅으로 등극했다. 야마다가 MVP에 선정된 순간 이대호는 바로 짐을 싸서 야구장을 떠났다.
당연히 자극이 됐다. 나도 상위 타선이다. 야마다가 그렇게 하는데 나도 4차전에서 동료들을 위해 해결을 해주고 싶었다.” 그리고 이대호는 자신과의 약속을 지켰다.
이제 소프트뱅크는 일본시리즈 2연패까지 1승만 남겼다. 이대호도 2년 연속 챔피언 반지를 낄 수 있는 두 번째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이대호는 끝까지 열심히 해서 남은 경기에서 끝내겠다. 내일 뛰고 빨리 쉬고 싶다”고 했다.
그 의미는 다시 후쿠오카행 비행기를 타지 않고 5차전에서 우승을 확정짓겠다는 강한 의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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