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소형 아파트 매물 품귀…실수요·임대수익 노린 투자 성행
입력 2015-10-28 17:13  | 수정 2015-10-28 23:43
30대 직장인 이 모씨는 최근 노원구 상계동 등 주요 단지를 돌며 소형 아파트를 찾았지만 번번이 허탕을 쳤다. 전용면적 84㎡는 매물이 꽤 있지만 59㎡ 이하는 매도자가 호가를 높이는 바람에 너무 비싸거나 매물이 쏙 들어갔던 것.
다달이 통장에 월세가 찍히는 직장 동료가 부러워 지금이라도 소형 아파트를 사려던 이씨는 "소형 매물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렵다"며 한숨을 쉬었다.
분양시장뿐 아니라 매매시장에서도 전용면적 60㎡ 이하 소형 아파트 인기가 상한가를 치고 있다.
특히 전세가율이 80~90%에 육박해 매매가와 전세금 차이가 크지 않거나 저평가된 성북·노원·도봉·강북구 등 강북이나 강서구 등 강남 일부 지역에서는 전세난에 지쳐 내 집 마련에 나선 실수요자와 임대수익을 노린 투자자까지 가세하면서 소형 아파트 품귀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28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성북구 길음뉴타운은 최근 소형 아파트 거래가 크게 줄었다. 8단지 59㎡ 이하 거래량은 지난 3분기 12건으로 1·2분기(24건·25건)에서 반 토막 났다. 반면 85㎡ 초과 거래량은 분기별로 큰 차이가 거의 없다.
인근 9단지도 59㎡ 이하 거래량은 지난 3분기 5건으로 1분기(12건)와 2분기(9건)에 비해 쪼그라들었다.
85㎡ 초과는 19건으로 지난 1·2분기(24건·22건)와 엇비슷하다. 길음동 A공인 관계자는 "작은 평형은 월세로 돌리기 쉬운 데다 최근 집값이 오르면서 시세 차익 기대감에 쓸모가 많다 보니 지방에서도 투자 상담 전화가 걸려올 지경"이라며 "낡은 아파트여도 임대료를 낮추면 세입자 구하는 데 어려움이 없어 노후도도 따지지 않는다"고 전했다.
강서구 염창·등촌동 등은 59㎡ 매물은 씨가 말랐다는 말이 나온 지 오래다. 강서구 등촌주공3단지 58㎡는 이달 들어 매물이 거의 없는 가운데 매매가는 1억원가량 뛰어 3억7000만~4억1000만원이다.
소형 아파트 매물이 '실종'될 정도로 인기가 높은 가장 큰 이유는 저금리다. 함영진 부동산114센터장은 "주택 시장이 상승장을 탔던 2000년대 중반까지는 시세 차익을 기대했지만 최근 집값 상승이 예전만 못해 월세를 받아 운용 수익을 얻는 실속형으로 투자 트렌드가 바뀌었다"며 "저금리의 장기화와 1~2인 가구 증가 등으로 소형 아파트는 당분간 수익형 부동산으로 각광 받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2006년 통계 작성 이후 월별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는 가운데 지난달 소형 거래 비중은 36.7%로 조사됐다. 지난 1월만 해도 40.9%, 2월엔 42.6%에 달했지만 이후 꾸준히 감소한 것. 매매시장에서 소형 아파트 거래가 줄고 있다는 얘기다.
그런데 가격 움직임은 정반대다. 지난달 소형 아파트값은 지난해 말보다 5.7% 뛴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같은 기간 중대형과 대형 아파트값은 각각 2.5%, 1.55% 오르는 데 그쳤다.
다만 소형 아파트 월세 재테크는 주의해야 할 점이 많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소형 아파트라도 서울 외곽이나 거주자의 연령층이 높은 지역은 월세 전환이 쉽지 않은 만큼 젊은 직장인들이 많은 역세권 위주로 접근하면 좋다"고 조언했다. 특히 올해 중소형 평형 위주로 분양된 물량이 2~3년 후 한꺼번에 입주하는 것을 감안해 주변의 공급 물량도 체크해야 한다.
세금 문제도 있다. 기준시가 9억원 초과 아파트를 보유한 1주택자와 2주택 이상을 갖고 있는 다주택자는 내년까지 연간 임대소득이 2000만원 이하이면 세금이 부과되지 않지만 2017년부터 과세 대상이 된다.
함영진 센터장은 "임대소득에 대한 과세는 큰 흐름이어서 피해 가기 어려운 만큼 개인은 연간 임대소득 수준을 2000만원 이하로 낮추거나 주택임대사업자로 가입해 세제 혜택을 받는 식으로 임대 전략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영신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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