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남중국해 고래싸움에 새우 등터지나…G2싸움에 한국·대만 `불편`
입력 2015-10-28 16:56 

중국의 강력한 경고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남중국해 난사군도 인공섬 근해에 원하는 때에 마음대로 군함을 계속해서 진입시키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중국은 인공섬 주변 영공을 방공식별구역으로 선포하고 인공섬을 요새화하는 등의 강경조치를 검토하는 등 맞불을 놓으면서 ‘강대강 대치가 계속되고 있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강군·해양대국 건설을 기치로 내건 만큼 중국입장에서도 미국과 물러설 수 없는 한판 승부를 벌일 수 밖에 없는 형국이다. 난사군도 인공섬 주권을 인정해달라는 중국과 인정할 수 없다는 미국의 벼랑끝 대치가 장기화될 경우, 한국에게도 불똥이 튈 수 있다. G2간 충돌이 심각한 수준으로 빠져들면 어느순간 미국과 중국중 한쪽을 선택해야 하는 곤혹스런 상황에 처할수 있기 때문이다. 남중국해 지역은 우리 수출 물동량의 30%, 수입 에너지의 90%가 통과하는 중요한 해상교통로다.
애슈턴 카터 미국 국방장관은 27일 미국 연방의회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국제법이 허용하는 지역이면 어느 곳이든 비행하고 항행하며 작전을 할 것”이라며 (구축함이 남중국해 난사군도 인공섬 근해에 진입한) 이번 작전이 앞으로도 수주 또는 수개월동안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을 무력화시키겠다는 의사를 명학히 한 셈이다.
이에 중국은 발끈하며 방공식별구역 선포 가능성 카드를 꺼내들었다. 미국 군함이 남중국해 인공섬 해역으로 들어올 때마다 대응할 것이 아니라 방공식별구역 선포와 같은 항구적 주권강화 조치를 마련하겠다는 취지다. 홍콩 봉황위성TV에 따르면 중국군 강경파 인사 뤄위안 예비역 소장은 이날 미국의 도발적 행동은 (미중) 신형대국관계 건설 약속과 남중국해에 대한 약속을 깬 것”이라며 남중국해에 방공식별구역을 선포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방공식별구역(카디즈·CADIZ)은 자국 영공에 접근하는 군용기를 조기 식별하기 위해 설정한 선으로 지난 2013년 11월 동중국해 상공에 처음으로 선포, 동북아 안보지형을 뒤흔든 바 있다. 카디즈 선포와 함께 국경선의 의미를 갖는 남해 9단선(南海九段線·nine dash line)선언, 인공섬 요새화도 검토할 수 있다. 중국이 남중국해에 설정한 가상의 국경선인 9단선안에는 중국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스프래틀리 제도(중국명 난사군도) 등 남중국해의 80% 이상이 포함된다.
남중국해에서 미·중간 군사적 긴장이 고조됨에 따라 한국의 입장도 점점 더 곤혹스러워지고 있다. 한국 정부는 국제규범에 따른 평화적 해결을 촉구해왔다”는 원론적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러나 속내는 복잡하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28일 남중국해 지역 평화와 안정에 영향을 미치는 어떤 행동도 자제할 것을 국제회의 등 여러 계기를 통해 강하게 촉구해오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이같은 설명은 사실상 국제규범을 따라야 한다”는 미국측 입장에 좀 더 무게중심이 실려 있다는 평가다.

이런 가운데 일본은 미군 함정의 남중국해 진입을 사실상 지지하면서 향후 자위대 개입 가능성까지 저울질하고 있다. 미국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집단 자위권 행사를 용인하는 안보법이 개정됐기 때문에 유사시 미국 요구에 따라 자위대가 남중국해에서 모종의 역할을 해야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이미 일본 정부에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에 맞서야 한다는 요구를 전한 바 있다.
가장 곤혹스러운 것은 대만이다. 남중국해 분쟁에서 대만은 역사, 문화적으로나 혈연상으로 남중국해 영유권을 주장하는 중국 편에 서는 것이 맞지만 국가안보나 현대사 측면에서는 미국을 먼저 고려해야 하는 처지다. 대만 유력지 중국시보는 남중국해 분쟁으로 미국과 중국이 충돌할 경우 의문의 여지 없이 대만의 입장이 가장 곤란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미국 태평양 사령관이 내주 중국을 방문해 중국군 고위 간부와 대화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양측간 긴장이 다소 완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28일 NHK는 해리 해리스 미국 태평양사령부 사령관이 11월 2일부터 5일까지 중국을 방문, 중국군 간부와 양국 군사교류에 대해 논의한다”며 최근 사태에 대한 수습 방안이 논의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고 보도했다.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 베이징 = 박만원 특파원 / 서울 = 김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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