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역시 예상대로’ 여야대치에 정신 못차리는 새해 예산안 심사
입력 2015-10-28 16:23 

역사교과서 국정화가 정국 ‘블랙홀이 되면서 내년도 예산안이 볼모로 잡힌 형국이다.
28일 국회 상임위원회 예산심사는 곳곳에서 파행을 거듭했다. 벌써부터 역대 최악의 부실 심사가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첫 전체회의를 열었으나 역사교과서 집필 관련 비용을 예비비에서 충당키로 한 국무회의 결정에 대해 야당이 자료 제출을 강력히 요구하면서 오전 내내 한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은 회의 시작과 동시에 44억원으로 책정된 예비비 세부내역을 제출하라고 압박했다. 이에 대해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예비비 관련 자료는 헌법과 국가재정법에 따라 내년 5월 30일까지 국회에 제출하게 돼 있다”며 총예산의 1% 안에서 예비비를 편성하고 다음 연도에 사용명세서를 국회에 제출해 승인받는 것”이라고 사실상 제출 요구를 거부했다. 최 부총리는 (예비비 내역 제출은)행정부 재량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1시간 이상 자료 제출 여부를 놓고 공방이 이어지자 김재경 예결위원장이 한때 정회를 선언하기도 했다. 황교안 국무총리는 이날 회의에서 객관적 사실에 입각하고 헌법가치에 충실한 균형있는 교과서를 만들자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자 박혜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헌법가치에 배치되는 내용이 담긴 교과서 페이지 수를 적어 제출해야 (회의를)진행할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이노근 새누리당 의원과 볼썽사나운 설전도 벌어졌다.
국회 운영위원회도 교과서 문제에 가로막혀 예산 심사는 뒷전으로 밀렸다.
청와대 내년 예산의 세부항목에 대해 제대로 질의하는 의원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날 야당 의원들이 이른바 ‘교과서 태스크포스(TF)에 대해 거세게 몰아붙이자 이병기 대통령 비서실장은 전혀 몰랐던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야당 의원들이 사무실을 방문한 뒤)상황실을 통해 내용을 들었고 그 전엔 전혀 몰랐다”며 비서실장이 개별 부처의 상황팀까지 알 수는 없다”고 청와대 개입 의혹을 부인했다. 이 비서실장은 청와대가 모든 행정을 일사분란하게 지시한다고 판단하지 말아달라”면서 부처 내에서 한시적으로 운영하는 팀까지 행정자치부의 파견명령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고 절차적 위법성이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상률 청와대 교육문화수석도 교과서 TF 사무실을 방문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단언컨데 없다. 별도로 보고받은 문건도 없다”고 부인했다. 김 수석은 비밀 TF도 아니고, 국정감사를 준비한다는 것만 지난 5일 이후에 보고받았다”며 (비서실장에게는)교육부 역사교육지원팀이 국정화 업무를 준비하고 있다는 것만 보고했다”고 해명했다.
교과서 문제의 한 가운데에 있는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도 이날 예산심사를 위해 첫 전체회의를 열었으나 교과서 TF를 놓고 1시간 30여분 동안 의사진행 발언만 계속했다. 강은희 새누리당 의원이 위원장이 방관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가까스로 예산안이 상정됐으나 이후에도 예산 관련 질의보다는 교과서 문제를 둘러싼 입씨름이 반복됐다.
[신헌철 기자 / 정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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