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그라비아 화보 ‘착한글래머’ 대표, 성범죄 예방 전도사 되다
입력 2015-10-28 12:08  | 수정 2015-11-18 16:05
사진=이현지 기자
[MBN스타 유지훈 기자] 나에게 ‘낭만인 것이 상대방에겐 치명적인 ‘범죄가 될 수 있단 것 알려야.”

최근 사회 전반적으로 성범죄에 대한 관심과 그에 따른 우려가 깊어지는 가운데, 피해자의 시각이 아닌 반대편의 입장에서 성범죄 예방에 발 벗고 나선 인물이 있다. 바로 4년 전 성추행 혐의로 유죄 선고 받았던 그라비아 화보 ‘착한글래머의 제작사 사과우유 커뮤니케이션즈 심영규 대표. 그는 경찰조사부터 재판까지 지난 4년 간 자신이 겪었던 모든 경험을 책 속에 망라해 출간한다.

불미스런 사건으로 인해 크고 작은 소송을 약 4년 간 했어요. 생계가 막막해 대리운전과 엑스트라 같은 무슨 일이든 다 했죠. 그러다가 나와 같은 상황에 처할 수 있는 사람들을 위한 책을 집필하자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간 성범죄 예방책을 보면 피해자의 시각에서만 이루어지더라고요. 예컨대 ‘이러이러하게 조심해야 한다라는 식이죠. 물론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칠 수 없는 내용이지만 다른 면에서 생각해보고 싶었어요. 과연 ‘내가 성범죄자가 된다면 내 인생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 같아요. 그래서 제가 지난 5년간 겪었던 일들을 경찰조사 때부터 재판까지 담담하게 적었죠. 아마도 읽어 보시면 정신이 번쩍 드실 거예요. 성범죄에 대한 그런 경각심을 저의 경험을 바탕으로 대중들에게 전달하는 그런 책인 셈이죠.”

책의 이름부터 눈길을 사로잡는다. 출간을 앞둔 책의 제목은 ‘낭만과 범죄사이. 긍정적 의미로 쓰이는 ‘낭만과 부정적 뜻인 ‘범죄가 한 제목으로 지어져 묘한 느낌을 자아냈다. 책의 제목에 대한 그의 생각을 들어봤다.

요즘 성범죄의 유형을 보면, 물론 성폭행과 같은 강력범죄는 말할 것도 없지만, 용의자들이 자신의 혐의에 대해 다소 억울하다고 주장하는 경우를 뉴스나 기사를 통해 본적이 있어요. 억울하다는 거죠. 가령 모 정치인은 골프장에서 캐디의 신체를 만져놓고 ‘딸 같아서 그랬다던지, 어떤 대학생은 소개팅 한 여자를 집에 바래다주다가 기습적으로 키스를 해서 고소를 당했는데 ‘여성이 자기를 좋아하는 줄 알았다던지. 이런 분 들은 자신의 경험에 비춰 봤을 때 그것이 ‘낭만이었거든요. 영화에서도 보면 몇 십 년 전까지만 해도 식당 같은 데서 서빙 하는 여성의 신체를 만지는 것은 그들만이 ‘낭만처럼 묘사되기도 하니까요. 그러나 시대가 바뀐 만큼 내가 생각할 때는 ‘낭만인 것이 상대방에게는 치명적인 ‘범죄가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어요.”

‘그라비아 사업을 오랫동안 진행해왔던 심 대표. 그에게 있어 책을 집필하기까지 과정들은 결코 녹록치 않았을 터. 전문적으로 글 쓰는 것을 업으로 삼지 않은 이가 책을 출간하기까지 어떤 고통이 따랐을까.

처음 책을 기획하면서 혼자서 쓰려는 생각은 애초부터 없었죠. 비슷한 주제로 누군가의 생각을 더 담고 싶었어요. 그래서 제가 평소에 존경하는 정신과 전문의 김정일 원장께 부탁을 드렸죠. 그 분은 이미 수십 권의 책을 쓰셨고 백만 부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한 베스트셀러 작가였어요. 언젠가는 꼭 한번 같이 작업하고 싶었는데 흔쾌히 허락해주시고 정말로 좋은 글을 줘서 감히 공동저자로 이름을 올리게 됐죠. 워낙 글재주가 없어서 처음부터 책을 쓰는 것이 아니라 말을 전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무작정 적었어요. 그러다 보니 어떻게 책이 돼 버렸네요.”

끝으로 지루한 법정공방의 어둡고 긴 터널을 지나 신간 발매란 새로운 도약을 앞둔 그에게 향후 계획에 대해 물었다.
사진=이현지 기자

다음주에 ‘낭만과 범죄사이 책이 출간이 되면 그 내용을 가지고 강연을 다니려고 해요. 요즘 성범죄 예방 교육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데요. 성범죄자가 되면 ‘형벌을 받는다란 단순한 겁박이 아닌 경찰 조사와 재판은 어떻게 받는지, 그때는 내 주변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지는지. 그리고 성범죄는 피해자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줄뿐만 아니라 스스로 자신의 인생을 파괴할 수 있는 무서운 범죄임을 대중들에게 알려 드리고 싶어요. 그래서 제가 속한 이 사회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뿐이죠. 지난 소송으로 인해 이제는 사업을 다시 할 수 있는 도덕적 명분을 모두 잃어 버렸어요. 그동안 사랑해주신 많은 삼촌 팬들에게는 정말 죄송한 마음이 들어요.”

그의 미소에 비친 열정이 앞으로 드러낼 새로운 행보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유지훈 기자 ji-hoon@mkculture.com/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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