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SK그룹 부동산개발업체인 SK D&D 상장을 앞두고 국내 증권사 기업금융(IB) 부서에는 이 주식을 구해달라는 프라이빗뱅킹(PB) 센터의 요청이 빗발쳤다. 기업공개(IPO) 시장이 워낙 활황이었던 데다 국내 최초 부동산개발업체 상장사라는 가치가 부각되며 자산가들의 관심을 끌었기 때문이다. SK D&D는 상장 첫날 공모가(2만6000원)의 200%인 5만2000원에 시초가를 형성한 뒤 곧바로 상한가로 직행했다.
지난 9월엔 SK증권 경기PIB센터가 비상장주식 코엔스에너지 블록딜(주식 장외대량매매)을 진행됐다. 코엔스에너지의 지분 18% 가량을 보유하고 있던 대주주인 네오플럭스가 투자조합(펀드) 만기가 도래하자 투자금 회수를 위해 주식 매수자를 찾고 있던 상황이었다. 경기PIB센터의 큰손 고객들은 상장 이익을 기대하고 수십억원대 투자를 결정했다. 코엔스에너지는 최근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하는 등 내년 3월 상장을 목표로 절차를 진행 중이다.
기존 PB센터가 단순한 재테크를 넘어 기업이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는 과정인 기업금융(IB)에 투자하는 창구로 진화하고 있다. 국내 증권사 PB센터에서는 투자자를 물색하는 IB담당자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자산관리(PB)와 기업금융(IB)를 결합시킨 PIB(Private Investment Banking)라는 용어까지 등장했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PIB 센터 운용자산은 지난 9월말 기준 8조3359억원으로 집계됐다. 2013년말 PIB센터 운용 자산은 3조4388억원에 불과했으나 1년10개월 만에 2.5배 가까이 늘어났다. 거액 자산가들로부터 자금을 모아 IB에 투자하는 PIB 시장이 빠르게 성장한 것은 저금리에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산가들의 수요와 기관투자자들의 보수적 자금운용으로 자금 조달길이 막힌 기업 수요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서재연 KDB대우증권 이사는 예금 금리가 1%대로 떨어지고 채권 투자로도 3% 이상 수익을 내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기대 수익률이 연 5% 이상인 기업금융에 대한 자산가들의 관심이 높다”며 자산가들의 투자 규모가 늘면서 최근 IB담당자들이 투자자 확보를 위해 PB센터를 찾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김혜순 기자 / 송광섭 기자]
◆용어=기업금융(IB)란 기업공개(IPO) 유상증자 회사채 발행 등 기업 활동 과정에서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는 활동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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