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가복 3만8000원, 찹 스테이크 3만5000원, 양장피 3만3000원, 훈제오리 샐러드 2만4000원, BBQ 소스를 머금은 연어구이와 버섯 리조또 1만8000원...”
서울 내 고급 레스토랑 메뉴가 아니다. 연세대 신촌캠퍼스 한 가운데 자리한 지하공간 식당의 메뉴다. 일반 대학생들을 위한 음식이라기엔 그 가격이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연세대 대학원생 황 모씨(26)는 이달 초 오픈한 지하캠퍼스는 되도록 방문하지 않는다. 매일 '2000원대 학식'을 이용하고 이따금 ‘1000원대 커피'를 마시던 그에게 끼니당 수만 원이 넘는 학내 식당은 그 자체만으로도 커다란 위화감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황씨는 지방에 계신 부모님한테 용돈받고 산다. 학생식당 가격이 3000원만 넘어도 망설여진다”며 3만원도 넘는 메뉴를 캠퍼스 한 가운데서 떡하니 팔고 있다니 나같은 학우는 상대적 박탈감만 커진다”고 말했다.
연세대가 2년간의 ‘백양로 프로젝트 공사를 마치고 새단장한 캠퍼스를 지난 7일 오픈했다. 정문에서 본관 앞까지 주차장과 지하시설 등을 신설하고 유수 상업시설을 들여놨다. 하지만 지하캠퍼스 내 입점한 고급 식당과 각종 프랜차이즈 매장에 대한 학생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연세대 학부생 손 모씨(27)는 캠퍼스 밖에 있는 식당보다도 비싼 음식을 과연 누가 이용하겠냐”며 이미 교수나 교직원들을 위한 식당이라는 인식마저 팽배해 있다”고 전했다. 학부생 김 모씨(27)는 2년여간 준비한 ‘백양로 재창조 프로젝트가 과연 누구를 위한 사업이었는지 의구심을 제기하는 친구들이 많아졌다”며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깔끔해진 캠퍼스 외양을 제외하면 학생들을 실질적으로 배려한 모습은 찾기 힘들다는 반응이다. 더욱이 주머니 사정이 녹록지 않은 학생과 부유한 학생 간 ‘빈익빈 부익부 현상마저 가시화되지 않겠냐는 우려마저 제기된다.
실제로 연세대는 총 900억 원이 상당의 비용이 요구되는 캠퍼스 공사를 설계할 당시 교수ㆍ학생들로부터 ‘구성원들의 의견을 배제시킨 밀어붙이기 개발이라는 거센 반발에 부딪힌 바 있다.
연세대 관계자는 지하캠퍼스 식당은 학생들도 마음껏 이용할 수 있는 곳”이라며 국제회의에 참석한 연사들을 상대하는 차원이지만 이용에 제한은 두고 있지 않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대학의 실질적인 주체인 학생을 고려치 않았다는 점만은 분명해 보인다.
[김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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