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조희팔 사건 또 뒷북…‘외조카’ 손놓고 있다가 다시 미궁
입력 2015-10-21 14:57 

4조원대 다단계 사기범 조희팔(58) 사건을 재수사 중인 수사당국이 조씨의 외조카 유모(46)씨의 사망과 관련해 부실 수사 논란에 휩싸였다.
유씨는 강태용(54)이 중국 공안에 검거될 당시 동행하고 있었지만 수사당국은 유씨에 대해 아무런 조사도 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조씨의 생사 여부를 규명할 핵심 인물 중 하나인 유씨가 지난 13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수사당국의 향후 조희팔 관련 수사가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21일 대구 동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0일 유씨는 중국에서 강태용과 함께 길을 가던 중 중국 공안에 체포됐다. 당시 지명수배 중인 강태용과 달리 수배자 신분이 아니었던 유씨는 혐의가 없어 석방됐고 다음날 대구공항을 통해 대구로 돌아왔다. 유씨의 출입국관리기록에도 지난 7일 중국으로 출국해 11일 대구로 돌아온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수사당국은 유씨가 강태용 등 조희팔 측근들과 수시로 연락하며 지냈고 강씨와 함께 중국에 머물렀지만 귀국 후 아무런 조사를 하지 않았다. 강태용이 검거된 후 대구에서 지내던 유씨는 조희팔 관련 재수사가 시작되자 주변에 많이 힘들다”는 말을 남긴 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유씨의 죽음으로 수사당국은 어떤 목적으로 무슨 이유에서 강태용과 만나 함께 동행했는지 조차 파악하지 못하게 됐다.
유씨는 2008년 조희팔의 밀항을 도운 후 2011년 그가 죽었다며 유골을 국내로 운반한 인물로 조씨의 행적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측근으로 꼽혔다. 그는 조희팔의 밀항을 도운 혐의로 징역 1년형을 선고받고 복역한 후 중국에서 조씨와 함께 지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조희팔 사기 피해자들이 공개한 녹취록에서는 유씨가 조희팔 측근과의 통화에 ‘조희팔 생존설을 암시하는 발언을 해 조씨의 생존설을 뒷받침하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유씨는 주변의 관심과 심적 압박을 이기기 못하고 심한 우울증과 불면증에 시달렸다. 경찰은 유씨의 사망원인이 약물 중독이라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유씨가 주요 수배 인물이 아니었던 만큼 그에 대해 별다른 조사를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도 그동안 유씨에 대해 별다른 조사를 하지 않은 채 그가 숨진 날 그의 집에서 컴퓨터 2대를 확보해 정밀 분석에 들어갔다. 뒤늦은 유씨 행적 추적에 수사 당국의 재수사 계획에도 적잖은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조희팔 피해자 모임인 바실련(바른가정경제 실천을 위한 시민연대) 관계자는 유씨가 왜 중국에서 강태용을 무슨 목적으로 왜 만났는지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경찰은 강씨에게 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정모(40) 전 경사가 사전에 수사 정보를 강씨에 흘렸다는 참고인 진술을 확보했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대구지방경찰청은 정씨가 압수수색 전 강씨 일당에게 관련 정보를 유출했다”는 참고인 진술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대구경찰청은 2008년 10월 17일 조희팔 사건 수사에 처음 착수해 같은 달 31일 조씨의 다단계업체 본사 서버를 압수수색했다. 정씨는 당시 이 사건을 맡으면서 압수수색 전에 관련 정보를 강씨에게 전달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하지만 정씨는 이같은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정 경사에게 기존의 뇌물수수 혐의 외에도 수뢰후 부정처사 혐의도 추가할 방침이다.
[대구 = 우성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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