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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CL 32] 아스널, 공 버리고 골 얻으니 꿀이득
입력 2015-10-21 13:30 
아르센 벵거 감독은 바르셀로나와 바이에른 소속의 펩 과르디올라를 모두 잡은 유일한 지도자다. 사진(잉글랜드 런던)=AFPBBNews=News1
[매경닷컴 MK스포츠 윤진만 기자] 바이에른 뮌헨은 경기 시작 5분 뒤 아스널 홈구장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에 입장했다. 64파운드(약 11만2천원)에 달하는 비싼 입장료에 대한 항의 차원이었다. 가장 저렴한 리그 시즌 티켓이 140파운드(약 24만 4천원)인 구단 팬이 보면 64는 미친 숫자였다. 그들은 원정 응원석에 횡단막을 걸었다. 팬 없는 축구는 1페니(*1/100 파운드)의 가치도 없다. 아스널 팬들도 이에 동조한다는 듯 입장하는 바이에른 팬들에게 박수를 보냈다.
비싼 돈 들여 힘들게 원정 온 팬들을 위한 배려 차원인지 다행히도 경기장 안에선 5분 동안 골이 터지지 않았다. 하지만 뒤늦게 들어온 팬들도 경기 상황은 단번에 알아차렸을 테다. FC바르셀로나와 더불어 매력적인 패스 축구를 기본 철학으로 삼은 아스널의 아르센 벵거 감독이 커다란 버스 한 대를 수비 진영에 주차시켜 놓았다는 사실. 과할 정도로 공에 집착하는 바이에른이 밀어붙였다기보단, 그들 스스로 내려앉았다고 보는 게 맞다.
벵거 감독은 경기 후 "우리 진영 1/3 지점에서 단단히 압박하는 전술을 사용했다"며 경기 중 일어난 돌발 상황이 아니라 계산한 대로 선수들이 움직였다고 했다. 드리블과 패스에 특화한 플레이메이커 메주트 외질도 이 전술에선 수비 진영까지 내려와 상대 미드필더를 압박했다. 최전방 공격수 시오 월컷만이 상대 진영에 머문 시간이 더 많다고 느껴질 정도로 아스널은 남부 지방에 오래 머물렀다.

전체 패스 성공 횟수는 바이에른이 765회, 아스널이 278회. 전반전 점유율은 74.5 대 25.5였다. 두 팀이 얼마나 다른 스타일로 경기를 운영했는지 드러난다. 벵거 감독은 2010년 4월1일 과르디올라 감독이 이끌던 바르셀로나를 상대로 과정(공)을 버리고 결과(골)을 얻는 경기 운영으로 2-2 무승부의 성과를 냈던 적이 있었다. 그는 5년 만에 과르디올라의 아픈 곳을 또 찌르려고 했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상처가 다 아문 줄 알았을 것이다. 그런데 또 찔리자 엄청난 고통이 밀려왔다.
버스 뒤에는 체흐도 있다. 사진=SPOTV 중계화면 캡쳐

경기 중 결정적인 차이는 공의 소유가 아닌 찬스의 성공, 방어 여부에서 발생했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우리는 전반 3~4회, 상대는 2회 찬스를 맞았다"며 "전반전엔 뮌헨이 더 나은 경기를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공을 더 많이 소유하고 더 많은 기회를 잡았을지언정 무득점의 결과는 똑같았다. 더 중요한 마지막 45분에선 아스널이 결과적으로 더 나았다. 벵거 감독은 "후반 바이에른 선수들이 체력이 떨어졌기 때문에 상대 진영에서 더 머무를 수 있었다"고 했다. 교체 투입한 올리비에 지루가 후반 32분 상대 골키퍼 마누엘 노이어의 실수를 틈타 선제골을 넣었고, 추가시간 외질이 쐐기를 박아 2-0 승리를 완성했다.
바이에른 원정팬 팀 패배로 분노 수치가 더 올라갔을 듯. 사진(잉글랜드 런던)=AFPBBNews=News1

과르디올라 감독은 "노이어를 탓할 생각은 없다. 오늘 패배는 그의 잘못이 아니다. 최소 비길 정도의 경기에서 패한 건 우리가 완벽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후반 막바지 10여 분 동안 우린 많은 문제점을 드러냈다"라며 선수들을 다그쳤다. 반면 벵거 감독은 "꼭 이겨야 했던 경기에서 선수들이 분투했다"며 선수들의 헌신에 갈채를 보냈다. 원정, 홈팬들의 기분도 갈렸을 것이다. 값비싼 티켓에 더해 패배의 씁쓸함까지 얻고 돌아간 바이에른 팬들은 이가 갈릴 노릇. 반대로 홈팬 입장에선 이렇게 속시원히 이기는 경기만 해준다면 푯값이 대수겠는가.
[yoonjinman@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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