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구멍 뚫린 마운드...지켜야 할 자존심

[매경닷컴 MK스포츠 김원익 기자] 삼성 라이온즈의 ‘도박스캔들이 결국 한국시리즈에까지 치명적인 악재로 덮쳤다. 구멍 뚫린 마운드를 갖고 이제 최후의 자존심을 지켜야 할 시기가 왔다.
삼성이 해외원정도박을 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선수들을 한국시리즈 엔트리서 제외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해당 선수들의 명단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원정도박 혐의를 받고 있는 주축 투수 3명이 모두 빠질 것이 결정됐다.
삼성 라이온즈 김인 사장은 20일 대구시민운동장에서 긴급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삼성 라이온즈는 최근 소속 선수의 도박 의혹과 관련해 물의를 빚은 점에 대해 프로야구를 사랑하는 팬들과 국민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구단은 선수단 관리를 철저히 하지 못한 점을 깊이 반성하고 있다. 도박 의혹과 관련해 향후 수사당국의 요청이 있을 시에 적극 협조하겠다. 혐의를 받고 있는 선수들에 대해 한국시리즈에 출전시키지 않기로 결정했다. 구단은 한국시리즈 준비에 최선을 다해 좋은 성적을 올리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로써 15일 TV조선의 최초 보도 이후 좀처럼 해답이 나지 않았던 해당 문제는 5일만에 엔트리 제외로 최종 결정이 났다.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해당 선수들에 대한 징계 여부를 결정하지 못하고 침묵하는 사이 구단의 이미지는 상당부분 떨어졌다. ‘소문이라는 말로 하늘을 가리기엔 시시각각 터져나오는 수사 진행 소식이 삼성을 압박했다. 여론도 날로 악화됐다. 한 점 의혹없는 투명한 삼성의 대처를 바라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결국 뒤늦은 시기, 선수들의 명단을 공개하지 않는 완벽하지 않은 모양새지만 삼성도 결단을 내렸다. 이제 후속 대응책을 고민할 시기다.
해당 선수들을 제외하고서라도 한국시리즈는 무사히 치러야 한다. 그것이 더 중요해진 이유는 여태껏 삼성이 쌓아올린 공든탑을 소수의 과오로 무너뜨릴 수는 없기 때문이다.

삼성은 이제 에이스급 투수 1명과 필승조를 모두 빠진 상태서 한국시리즈를 치러야 한다. 마운드 전력의 절반 이상이 떨어져 나간 셈이다. 동시에 베테랑인 이들이 차지하고 있는 큰 경기 경험과 위치를 떠올리면 사실상 마운드 붕괴라고 표현해도 과하지 않다.
남은 이들이 받을 정신적, 실질적 부담도 매우 크다. 올해 삼성은 5인 선발 로테이션과 기존 필승조가 꾸준히 활약했다. 그런데 이런 ‘합이 한국시리즈서 처음으로 깨지게 된 셈이다. 결국 가능성만 있었던 신예나 주요 전력으로 활용되지 못했던 기존 자원들의 분발이 절실해졌다.
남은 선수들 역시 ‘도박스캔들의 과오를 메워야 한다는 부담을 안게 됐다. 팀으로서 승리 의욕을 고취시키고 어수선한 팀을 하나로 모으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절차상으로 분명 삼성은 해야 할 일을 했다. 최소한의 도리는 했다. 이제 떨어진 위상을 지키는 자존심이 필요하다. 마운드 붕괴나 다름없는 전력 공백하에 치르는 한국시리즈는 어떤 의미에서 다시 삼성에겐 도전이다. 그리고 흔들림 없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지난 통합 4연패를 이끈 디펜딩 챔피언의 추락한 자존심을 지키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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