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부실기업 구조조정 한다더니 자금 `펑펑`
입력 2015-10-20 17:43  | 수정 2015-10-21 10:04
채권단이 대우조선해양에 4조3000억원 안팎 신규 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당초 알려진 것과 달리 별도 유상증자를 시행하지 않고 모두 신규 대출로 지원하기로 했다.
대우조선해양 최대주주인 산업은행과 최대 채권은행인 수출입은행 등 두 국책은행이 신규 자금 지원을 전담하기로 해 부실기업에 대한 막대한 혈세(血稅) 투입 논란이 예상된다. 시중은행 채권단은 이번 자금 지원에 참여하지 않는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경환 경제부총리, 임종룡 금융위원장,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 진웅섭 금융감독원장 등은 22일 오후 비공개 경제금융점검회의인 서별관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으로 대우조선해양 정상화 방안을 논의한다. 산업은행은 서별관회의에서 대우조선해양 지원 방안이 최종 확정되면 23일 이 방안을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금융당국과 채권단은 별도 유상증자 없이 자금 4조3000억원 안팎을 모두 신규 대출로 순차적으로 지원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추후 대우조선해양 정상화가 지연돼 자본 확충이 필요해지면 일부 채권을 지분으로 출자전환하기로 했다. 무역보험공사는 그간 수출입은행 중심으로 이뤄진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선수금환급보증서(RG) 발급에 나서기로 했다.
대우조선해양은 해양플랜트 사업의 대규모 부실 여파로 올해 상반기 3조832억원 규모 영업적자가 뒤늦게 드러나 이 회사 최대주주이자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의 부실 관리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정부는 대우조선해양 부실에 따른 시장 불안을 일소함으로써 조기 정상화를 달성하자는 방침이다. 하지만 국책은행 중심의 막대한 자금 지원으로 혈세 투입 논란과 더불어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특혜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국내 조선 업계 전반의 생산과잉(overcapacity) 논란이 여전한 상황에서 사실상 정부 소유인 대우조선해양에 막대한 혈세를 투입하기로 한 결정은 조선 업계 전반의 산업별 구조조정에 역행한다는 비난이 커지고 있다.
대형 조선사 고위 관계자는 "국내 조선사들이 대형 플랜트 수주에서 이렇게 큰 손실을 보게 된 것은 조선사에 불리한 저가 계약을 서슴지 않았던 후발주자 대우조선해양 탓이 크다"며 "해양플랜트 사업을 치킨게임으로 몰고 간 대우조선해양에 정부 자금을 지원한다니 이런 도덕적 해이가 또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조선 업계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은 주인이 없는 회사라며 우는 소리를 했지만, 사실 정부와 국책은행 우산 안에서 묻지마 수주와 방만 경영을 해왔다"며 "삼성이나 현대중공업 그룹보다 더 센 산업은행 모회사의 덕을 또 보게 됐다"며 비난했다.

채권단 내부에서도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선제적인 산업별 구조조정을 통해 부실 조선사를 정리하는 대신 내년 총선과 내후년 대선을 앞두고 고용과 지역경제 침체 우려를 앞세우는 정치권 논리에 따라 나랏돈이 허비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채권은행 관계자는 "차라리 대우조선해양 법정관리를 추진해 부실을 떨어낸 뒤 다른 대형사에 분리 매각하는 편이 낫다는 의견이 내부적으로 나오고 있다"며 "정치권 눈치만 보다가 결국 비합리적인 결론이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법정관리나 매각계획 등 보다 근본적인 차원의 구조조정 방안이 포함돼 있지 않아 아쉽다"며 "정치권 눈치를 보다 또 좀비기업을 연명시키기 위한 퍼주기가 될 것 같아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전범주 기자 / 정석우 기자 / 정지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