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시승기] SM7 LPe “LPG는 약골? 도넛 먹고 힘 좀 씁니다”
입력 2015-10-19 18:02 

LPG 자동차는 값싼 연료비 말고는 좋은 게 없다”는 말이 있다. LPG는 프로판과 부탄이 주성분인 액화석유가스로 원유를 정제하는 과정이나 유전에서 부산물로 생긴 가스에 압력을 가해 액체로 만들어 가격이 저렴하다. 대신 힘과 연료 효율성은 가솔린·디젤보다 나쁘다.
효율성이 떨어지는 연료를 사용하는 LPG엔진도 가솔린·디젤엔진을 장착한 같은 차종과 비교할 때 힘이 약할 수밖에 없다.
트렁크 공간을 실린더형 LPG 연료탱크가 차지해 실용성도 부족하다. 주요 구매자도 경제성을 가장 중요하게 따지는 택시회사, 렌터카회사, 장애인과 국가유공자에 한정됐다.
이 처럼 소수를 위한 자동차였던 LPG차가 단점을 없애 가솔린·디젤차에 버금가는 힘과 실용성을 함께 갖춘 카로 변신했다. 주인공은 르노삼성의 준대형차 SM7 노바 LPe.

노바(Nova)는 ‘신성(新星)이라는 뜻을 지닌 라틴어다. 새롭게 떠오르는 유로피안 프리미엄 세단이라는 뜻이다. SM7 LPe는 현대·기아차가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LPG 자동차시장에서 르노삼성이 영향력을 키우기 위해 SM5 LPLi에 뒤이어 내놓은 모델이다.
SM5 LPLi는 올 1~9월 5006대가 팔려 선전했다. 같은 기간 SM5 전체 판매대수는 1만8613대로 LPLi 비중은 20%를 기록했다.
두 차종은 공략대상이 다르다. SM5가 택시와 같은 영업용차를 주요 타깃으로 설정했다면 SM7은 렌터카와 장애인·국가유공자를 공략한다. 개인은 LPG차를 살 수 없지만 장기렌터카로 이용할 수 있다.
게다가 준대형 LPG 자동차시장에서 새로운 모델이 출시된 것은 5년만이다. 판매가격은 2550만원으로 SM7 가솔린 모델보다 400만원 이상 저렴하다.
배기량 3000cc급 엔진을 장착한 현대 그랜저와 기아 K7 등 경쟁차종과 달리 2000cc급 엔진을 장착해 취득세·등록세·자동차세를 면제받는다. 세제혜택은 5년간 최대 551만원에 달한다. 유류비 절감은 연간 39만원 정도다. 렌터카로 이용하면 차 값을 포함해 최대 422만원을 절약할 수 있다. 경제성은 동급 최강이다.
크기와 디자인은 가솔린 모델과 같다. 전장x전폭x전고는 4995x1870x1480mm다. 그랜저는 4920x1860x1470mm, K7은 4970x1850x1475mm다. SM7 노바가 경쟁차종들보다 길고 넓고 높다.
외관은 QM3부터 시작한 신규 디자인 아이덴티티를 채택했다. 듀얼 캐릭터 라인을 적용한 후드와 전면 범퍼 디자인, 라디에이터 그릴 등을 변경하고 지붕 뒤쪽이 낮아지는 쿠페 스타일을 통해 우아하면서도 볼륨감 넘치는 프런트 룩을 완성했다.
LED 주간 주행등은 안전성은 물론 존재감을 살릴 수 있게 디자인됐다. 뒷모습은 단정하면서 강인해보였다. 국내 최초로 고성능 듀얼 트윈 머플러를 채택한 효과다.
실내도 기능성에 초점을 맞춰 단순하게 디자인했던 가솔린 모델과 동일하다. 다만, 시승차에는 모니터를 포함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빠졌다.
도넛 연료 탱크는 LPG 차의 단점인 실용성 부족을 해결했다. 주로 택시로 이용하는 중형차보다 위급인 준대형 시장에서 LPG차를 선호하지 않는 주된 이유 중 하나가 트렁크 공간 부족 때문이다.
SM7 도넛 탱크는 트렁크 밑에 숨어있는 스페어타이어 공간에 들어가기 때문에 트렁크 공간을 차지하지 않는다. 실린더형 연료탱크보다 용량이 40% 증가한다.
골프백은 4개가 들어간다. 휠체어, 여행용 가방, 캠핑용품도 충분히 실을 수 있다. 트렁크 룸과 뒷좌석을 연결하는 스키스루를 이용하면 스키나 보드, 길이가 긴 낚시용품도 적재할 수 있다
시동 소리는 엔진 소음이 적고 노킹 현상도 거의 발생하지 않은 LPG엔진 특성을 이어받아 조용했다. 시속 120km까지는 힘이 부족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한 덩치 하는 준대형차는 묵직한 움직임을 보이지만 SM7 LPe는 상대적으로 가볍고 부드럽고 정숙했다.
힘은 가솔린 모델보다는 약했지만 일상 주행 상황에서는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을 수준이었다. 힘이 부족하면 가속페달을 밟은 발에 힘이 잔뜩 들어가기 마련인 오르막길에서도 ‘용 쓰지 않고 가솔린 모델보다 약간의 힘만 더 주면 무리없이 올라갔다.
시속 70~80km로 달리다 앞 차를 추월하기 위해 가속페달을 힘껏 밟자 RPM 게이지가 빠르게 상승했지만 폭발적으로 치고 나가지는 못했다. 그러나 시속 130km까지 꾸준하게 속도를 냈다. 코너링은 무난했다. 지그재그 구간에서 좌우로 쏠리는 현상은 억제됐고 부드럽게 빠져나갔다.
최고출력은 140마력, 최대토크는 19.7kg.m, 공인연비는 8.6km/ℓ이다. 급가속과 급정지를 반복하고, 트렁크는 물론 뒷좌석까지 캠핑 용품을 가득 실은 채 200km를 달린 뒤 측정한 연비는 7.8km/ℓ 나왔다.
9월까지 ℓ당 800원대에 달했던 LPG 가격이 이달부터 20~30원이 내려 700원대로 떨어진 것도 희소식이다. 1일 기준으로 서울지역에서는 ℓ당 798원, 전국 평균은 771원으로 나왔다.
SM7 LPe는 실용주의 노선을 걷는 준대형차다. 품격 높은 SM7에 LPG로 경제성을 가미했고, 2000cc 엔진과 도넛 탱크로 품격과 경제성을 모두 강화했기 때문이다.
성적은 좋다. 판매에 들어간 첫 달인 8월에 404대가 팔렸다. SM7 전체 판매대수가 675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10대 중 6대가 LPe인 셈이다. 9월에는 전체 996대 중 724대가 LPe로 나와 점유율 70%를 기록했다. 같은 달 310대 팔린 SM5 LPG 모델보다 배 이상 많은 성과도 달성했다.
[매경닷컴 최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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