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쑥쑥 자라는 ETF…발 빨라진 운용사
입력 2015-10-19 17:29  | 수정 2015-10-19 20:08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쑥쑥 크고 있다. 올해 들어서만 자산 규모가 2조원 가까이 늘었다. ETF 시장이 점점 커지면서 자산운용사들도 ETF를 활용한 자산배분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금융당국도 ETF를 국민 재산 증식을 위한 최적의 수단으로 보고 적극 지원하고 있어 향후 ETF 시장 성장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ETF 시장 순자산총액은 지난 16일 기준 21조4934억원으로 지난 2월에 이어 8개월 만에 또다시 역대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지난해 말 순자산총액 19조7104억원과 비교하면 1조7830억원이 늘었다. 2003년 국내에 처음 도입된 ETF는 2011년 말 시장 규모가 10조원가량으로 불어났고 이후 약 4년 만에 2배 이상 커진 것이다.
ETF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주요 자산운용사들은 최근 ETF를 활용해 자산을 배분하거나 은퇴자산을 운용하는 포트폴리오를 제공하는 솔루션 서비스 강화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괜찮은 자산배분 솔루션을 만들어 판매사에 제공한 다음 투자 대상으로 활용되는 ETF로 자사 상품을 편입시켜 시장점유율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삼성자산운용은 16일 패시브전략본부를 신설하고 본부장에 KB자산운용 퀀트운용본부장 출신 문경석 상무를 임명했다. 신설된 패시브전략본부는 ETF를 활용한 자산배분 솔루션 사업을 담당한다.
KB자산운용도 이달 초 멀티솔루션본부를 신설하고 삼성운용 퀀트운용본부장 출신 홍융기 씨를 본부장으로 영입했다. 홍 본부장은 "ETF를 활용한 투자자 맞춤형 솔루션 개발에 중점을 둘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운용과 KB운용이 양사 퀀트운용본부장을 사실상 맞트레이드하면서 ETF 솔루션 사업 강화에 나선 셈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도 박현주 회장이 최근 관련 사업 강화를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한국투신운용은 지난해 7월 대체투자(AI)운용본부를 베타(Beta)운용본부로 변경하는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그만큼 회사 차원에서 전략적으로 ETF를 포함한 패시브 펀드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베타운용본부는 글로벌투자솔루션(GIS)부문, 퀀트운용부문, ETF운용부문으로 구성돼 있다.
운용사들의 ETF 솔루션 사업 강화는 최근 증권사들이 경쟁적으로 데이터 전문업체들과 업무협약을 맺고 있는 로보어드바이저(Robo-Advisor) 사업과도 연관이 있다. 로보어드바이저 핵심이 ETF를 활용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슈퍼컴퓨터가 시장 상황에 따라 자산배분을 자동으로 해주는 데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도 ETF 활성화에 적극적이다. 정찬우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 15일 한국거래소가 개최한 '2015 글로벌 ETF 콘퍼런스'에서 "해외투자 비과세,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편입 등 다양한 ETF 상품 개발 여건을 조성하겠다"며 "ETF와 자산관리 서비스 연계를 위해 금융회사의 자산관리 기능이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ETF 시장이 투자자와 금융회사, 금융당국 등 모두에서 주목을 받는 건 일반 펀드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다양한 자산에 손쉽게 투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증시는 이미 7년째 코스피 2000선에서 장기 박스권에 갇혀 있고 해외도 일부 국가에 투자해서는 높은 변동성 때문에 수익을 내기 힘들다. 전문가들은 이제 자산배분이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지적하고 있다.
국내 ETF 상장종목 수는 현재 198개로 200개 돌파를 앞두고 있다. 앞으로 ETF는 특정 국가나 섹터 지수를 추종하는 상품보다는 성장, 가치, 배당, 변동성 등 기존 액티브펀드 투자전략을 지수로 만든 스마트 베타 ETF를 중심으로 커질 전망이다. 최근 거래소 콘퍼런스에 참석한 존 데이비스 S&P다우존스 글로벌 증권상품 헤드는 "스마트 베타 ETF가 향후 글로벌 ETF 시장의 성장을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최재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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