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불안사회…‘나홀로 여성’ 同行서비스 급증
입력 2015-10-19 16:07 

#1.지난 15일 서울 강남구 A쇼핑몰 지하주차장에서 박 모씨(27)와 최 모씨(49)가 나란히 걸어가고 있다. 얼핏 이들은 모녀지간으로 보이지만 사실 이날 처음 본 사이이다. 박씨는 지하주차장과 같이 인적이 드문 곳에 혼자 가기가 두려워 ‘동행서비스를 이용한 것이다. ‘가디언(현장 동행서비스 직원을 이르는 업계 용어) 최씨는 박씨와 간단히 인사를 나눈 이후 묵묵히 함께 다닐 뿐이지만 박씨는 심리적 안정감을 얻는다고 한다. 박씨는 제가 좀 겁이 많은 편이긴 하지만, 조심해서 나쁠 것은 없잖아요”라고 말했다.
#2. 서울 서초구의 김수지 씨(46·여·가명)는 최근 세입자를 만나러 가는 날 ‘동행서비스를 이용했다. 사정이 생겨 계약기간 만료 전에 집을 빼줄 것을 요청하자 세입자가 성난 목소리로 이사비와 함께 결근에 따른 3일치 일당 등 과도한 비용을 청구하면서 서로 언성을 높인 것이다. 전세금을 돌려주기 위해 세입자와 만나기로 한 날이 다가오자 김 씨는 충돌이 생길까 두려웠다. 김씨는 혼자 만나기엔 너무 무섭고 가슴이 떨렸다”면서 사안을 감안해 나이가 좀 있으신 ‘여성 가디언을 보내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혼자 있기 불안한 여성들에게 동행자를 붙여주는 신종 ‘동행서비스가 서울 강남 일대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 서비스는 고객의 요청에 따라 묵묵히 옆에 함께 있어주는 것으로 무술 유단자가 배치돼 신변보호에 집중하는 ‘사설 경호와는 다르다. 굳이 경호 개념으로 접근한다면 ‘심기 경호와 유사하다.
최근 김수지 씨와 동행한 가디언 최 모씨(49)는 당신이 뭔데 참견이냐”는 세입자의 질문에 지인이다. 이 분이 혼자 오기 불편하다고 해서 같이 왔다”고 응수했다. 최 씨는 고객 옆에 앉아 고객과 세입자 간 언성이 높아지면 ‘흥분하지 말고 원칙대로 하자고 중재에 나서기도 했다”고 전했다.

고객인 김 씨도 효과를 톡톡히 봤다. 김 씨는 다른 가족들이 바쁘고, 혼자 가기는 싫고 해서 가디언 서비스를 선택했는데 존재만으로도 큰 위안이 됐다”고 말했다.
최근 여성을 대상으로 한 강력 범죄가 잇따르자 동행서비스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A업체는 2012년에 비해 올해 10월 현재까지 서비스 의뢰 건수가 3배 이상 늘었다고 한다. 특히 얼마전 대형마트 지하주차장에서 여성을 납치해 살해한 ‘트렁크 살인 사건이 불거지면서 서비스 문의가 평소보다 30% 폭증한 것으로 알려졌다. A업체 관계자는 예전엔 고객이 병원에 가야하는 경우와 같이 특이한 상황에 한해 단기적으로 동행서비스를 찾았던 반면, 요즘은 여성이 일상 생활에 주기적으로 동행서비스를 찾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서비스 수요가 늘면서 최근 강남·서초 여성들이 모이는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여성 가디언이 아닌 남성을 동행시켜준다는 업체 광고글이 올라와 눈길을 끌기도 했다. 쇼핑 시 동행하며 장바구니를 들어주거나 골프연습장을 함께 하는 등 제공하는 서비스도 다양해졌다.
전문가들은 동행서비스의 유행이 치안상황에 대한 시민들의 불안한 인식과 맞닿아 있다고 염려를 표한다. 김석호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공공 치안이라는 국가의 역할을 시장에 넘기는 것으로 치안 불안이 그만큼 확대됐기 때문”이라며 경찰력이 완전하지 못하다고 생각되면서 시민들이 자구책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문조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원래 동행은 상업화된 형태가 아니라 자연스럽게 지인 간에 이뤄지는 것”이라며 (거래에 입각한) 동행서비스가 고객과 비용 시비는 물론 동행 과정에서 노출된 고객 사생활을 미끼로 한 협박 위험 등 여러 형태의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윤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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