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스타 지점장 열전] 7년 만에 3천억서 5.2조 `미다스의 손`
입력 2015-10-19 11:47 
전병국 하나금융투자 청담PB센터장(사진=하나금융투자)

금융은 더 이상 금융의 얼굴을 해선 안됩니다. 고객의 삶에 가까이 다가가는 것, 그게 자산관리의 시작이죠”
24년차 증권사 영업맨으로 뼛속까지 금융인이면서도 금융은 ‘금융의 얼굴을 버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전병국(48·사진) 하나금융투자 청담PB센터장의 말이다. 진정한 자산관리란 이성적이다 못해 차가운 기존의 금융 서비스를 넘어 고객의 동반자 역할을 하는데서 비롯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조 단위의 자산을 굴리는 PB센터의 격전지 서울시 강남구 청담동. 그 중에서도 갤러리아 백화점 맞은 편 트리니티빌딩에는 증권사 4곳의 PB센터가 층층이 자리 잡고 보이지 않는 전쟁을 펼치고 있다. 전 센터장이 이끄는 하나금융투자 청담PB센터도 그 중 하나다. 청담PB센터를 명실상부한 고액 자산가들의 ‘사랑방으로 만들며, 7년 만에 예탁자산을 17배 이상 불린 전 센터장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인터뷰를 위해 들어선 하나금융투자 청담PB센터는 증권사 지점이라기보다는 갤러리라는 표현이 더 맞아 보였다. 긴 복도를 따라가 마주한 방에는 전문 음향시설과 스크린, 와인바가 갖춰져 있었고 벽에는 국내 유명작가의 그림이 빼곡했다. 사실 청담PB센터는 하나금융투자 내 자산 규모 1위 지점이라는 점보다는 몇 해 전 방영된 SBS 인기 드라마 ‘시크릿 가든의 촬영장소로 유명해진 곳이다. 당시 증권사답지 않은 감각적인 인테리어 디자인과 분위기로 드라마를 타면서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이 같은 청담PB센터는 고객의 삶에 맞닿은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선 공간부터 혁신해야 한다는 전 센터장의 철학이 반영된 결과다. 금융서비스가 단순한 수익놀음이 아닌 삶의 일부분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고객이 쉽게 찾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기 때문이다. 또 인터넷·모바일 증권 거래가 활성화되면서 대면 영업의 한계에 직면한 지점의 살 길 역시 고객의 시간을 사로잡는 데서 나온다고 봤다.
전 센터장은 청담PB센터는 고객에게 24시간 열려있는 곳”이라며 이제 시장점유율(M/S) 경쟁이 아니라 고객의 시간을 얼마나 점유할 수 있는지를 말해주는 시간점유율(T/S)이 증권사 성과의 더 중요한 지표가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실제 청담PB센터의 이색적인 공간은 고객과의 끈끈한 관계 형성에 많은 영향을 줬다. 고객의 기본적인 재무 상담은 물론, 센터를 고액 자산가의 비즈니스 공간으로 대여하고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철저한 ‘맞춤형으로 진행하기 때문. 한 명의 고객에게 다수의 직원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해 다방면에서 만족도를 끌어올리는 셈이다.
전 센터장은 이를 위해 청담PB센터 24명 직원 전원을 외부에서 채웠다. 출중한 능력과 개인별로 특화된 업무를 위해 전 센터장이 꼼꼼하게 따져보고 스카웃했다. 하나금융투자 출신이 아닌 전원 외부 직원 출신으로 지점을 꾸린 건 청담PB센터가 유일하다.
‘결국 모든 건 사람이라는 그의 생각은 숫자로 증명되고 있다. 2008년 설립 당시 3000억원이었던 수탁자산은 지난 9월 말 기준 5조2000억원으로 17배 이상 불었다. 웬만한 중견 자산운용사를 훌쩍 넘는 수준이다. 전 센터장이 명동지점에서 8년 만에 800억원을 3000억원으로 만들었다는 과거 전력을 감안해도 증가세는 훨씬 가파르다.
전 센터장은 기업 자산을 굴리지 않는 지점 자산으로는 우리가 제일 많을 것”이라며 기존의 금융이 제공하던 서비스를 넘어 개별 고객 맞춤형 서비스 전략이 주효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특히 자산관리와 기부를 연계시킨 ‘기부미(기부美, Give Me) 프로그램이 고액자산가들을 사로잡는 데 톡톡한 역할을 했다고 자평했다. 기부미는 금융상품을 구매하는 고객이 내는 수수료 중 일부를 투자자가 지정한 후원대상에게 하나금융증권이 기부하는 프로그램이다. 평소와 같은 투자행위만으로도 사회발전에 공헌하고 기부를 통한 소득공제 혜택까지 받을 수 있는 셈이다.
전 센터장은 선발주자가 만든 경쟁방식이 아닌 애초에 경쟁의 축을 바꾸고 게임의 룰을 새로 만들어야 1등을 할 수 있다”면서 기부미의 경우 당장은 하나금융투자의 수익이 줄어드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더 많은 고액자산가의 계좌이동을 통해 장기적으로는 수익 향상에 크게 기여했다”고 말했다.
최근 뚜렷한 방향성 없이 흔들리는 국내 증시와 관련해선, 요즘은 위기와 기회과 공존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이럴 때일수록 오히려 시장에 휩쓸린 투자가 아닌 손익 구조가 단순한 상품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 센터장은 스스로 100% 이해할 수 있는 손익구조가 단순한 상품에 투자하는 게 좋다”며 포트폴리오를 분산하더라도 자신의 자산관리 상황, 이익의 드나듦에 대해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가장 인기 있는 상품이라는 건 그만큼 많이 시장에서 소진됐다는 점에서 오히려 가장 위험한 상품이라는 뜻이기도 하다”며 공모주 펀드와 같은 확실한 수익을 보장하는 상품이나 미래 성장 가능성을 판단해 상환전환우선주(RCPS)에 기반한 비상장사에 투자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매경닷컴 김잔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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