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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방송진단] ‘마리텔’의 위기?…‘웰메이드 콘텐츠’가 사라졌다
입력 2015-10-19 11:41 
사진=마이리틀텔레비전 방송 캡처
[MBN스타 유지혜 기자]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 프로그램의 콘셉트를 공고히 했던 ‘웰메이드 콘텐츠가 점점 사라지는 모습을 보여 우려의 시선이 형성되고 있다.

지난 17일 방송된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서는 오세득 셰프, 이엑스아이디(EXID) 솔지, 정두홍 무술감독, 방송인 김구라, 박명수가 1인 방송국을 개국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오세득 셰프는 최현석 셰프와 함께 ‘캠핑에 어울리는 요리를 주제로 방송을 진행했고, 솔지는 ‘신부수업을 하는 과정을 그렸으며, 김구라는 ‘유어 트루스토리라는 이름으로 고민상담소를 열었다. 박명수는 EDM을 강습하는 콘셉트로, 정두홍은 액션을 가르치는 액션스쿨 콘셉트로 시청자들과 만났다.



오세득은 ‘천적 최현석과 방송을 진행하며 자꾸만 호스트와 게스트가 바뀌는 ‘주객전도 현상을 겪어 난감해 했다. 김구라는 서장훈과의 ‘티격태격 케미를 보이는가 하면, 패널로 초대된 장영란의 ‘폭주에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박명수는 찰스박, 유재환과 EDM 음악으로 순식간에 현장을 클럽으로 만들었다.

각자 자신만의 콘셉트로 방송을 개국했지만 아쉬움은 컸다. 일단 콘셉트와 취지가 명확한 채널은 정두홍과 김구라 정도였다. 다른 채널들은 콘셉트 자체가 정확하지 않거나 방송을 진행하며 본래의 취지에서 벗어나 산만함을 자아냈다. 그나마 방송 콘셉트가 명확했던 김구라 채널마저 많은 수의 패널이 등장하면서 제대로 된 고민 상담이 이뤄지지 못해 아쉬웠다.

솔지는 지난 출연 당시 보컬 트레이너의 경력을 살리는 등 ‘노래에 관련한 콘텐츠들을 준비했다. 이번에는 ‘신부 수업이라는 전혀 다른 콘텐츠를 들고 ‘마리텔에 돌아왔다. 평소 기승전결이 잘 짜여진 방송을 만들었던 솔지였기에 이번 방송에도 시청자들의 기대감은 컸다. 하지만 그의 ‘신부수업은 에이오에이(AOA) 초아가 했던 ‘가상연애를 떠올리게 했다.

셀프 웨딩을 집중 탐구하겠다는 콘셉트는 좋았으나 이를 풀어가는 과정이 ‘가상연애 콘텐츠와 다를 바 없었다. 솔지는 시청자들을 예비신랑으로 설정해 ‘자기라는 호칭으로 각종 드레스를 갈아입으며 그들이 선택하도록 했다. 셀프 웨딩에 대한 정보는 기억에 남지 않았고, 솔지가 어디 가지 말라”며 노래를 부르거나 드레스를 입고 쨘”하고 나타났던 장면들만이 화면을 채웠다.


오세득 또한 솔지처럼 명확한 콘셉트를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 평소 ‘요리 강습이라는 기본 콘셉트에 충실하면서 ‘아재 개그를 양념으로 삼았던 오세득은 최현석의 초대가 걸림돌이 됐다. 최현석의 캐릭터가 워낙 강하다보니 오세득-최현석의 티격태격하는 장면이 방송의 주가 됐다. 평소 요리하는 과정이 길게 나오고, 그 안에서 재미를 찾았던 방식과 달리 이번에는 요리하는 과정은 짧게 생략된 채 토크나 분량 싸움 같은 ‘요리 이외의 요소들이 지나치게 부각됐다.

박명수의 방송은 총체적 난국이었다. 박명수는 ‘마리텔이라는 프로그램의 특성을 전혀 파악하지 못한 분위기였다. 정보의 전달이나 소통도 전혀 없었고, 그저 EDM 음악만 주구장창 틀었다. 보다 못한 시청자들이 이 형 ‘마리텔 안 봤다”고 핀잔을 줄 정도였다. 스타가 콘텐츠가 되는 타 프로그램과 달리, 스타가 콘텐츠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 ‘마리텔인데 박명수는 이에 대한 준비가 부족해보였다.

사진=마이리틀텔레비전 방송 캡처


이날을 빛낸 사람은 의외로 정두홍이었다. 정두홍은 우리나라 액션영화의 역사를 짧은 시범과 함께 설명하며 콘텐츠의 흐름과 방향을 명확히 했다. 모르모트 PD를 데리고 액션을 직접 가르친 후 직접 짧은 액션영화를 만들겠다는 취지는 시청자들로 하여금 ‘액션은 쉽고 재밌는 것이라는 것을 느끼게 하기 충분했고, 그 사이 ‘액션 초보자 모르모트 PD는 ‘의도치 않은 몸개그를 펼쳐 큰 웃음을 자아냈다.

사실 ‘마리텔의 핵심은 패널들의 ‘스타성에 기인하지 않는, ‘웰메이드 콘텐츠에 있었다. 유명하지 않은 인사들이더라도 취지와 콘셉트가 명확한 방송을 진행하면 그 사람이 ‘마리텔의 스타가 됐다. 그 예가 바로 백종원, 황재근, 차홍 등이었다. 유난히 전문가가 많이 나오는 이유도 ‘명확한 콘셉트와 시청자들과 소통하기 쉬운 ‘정보 전달이 용이한 점 때문이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의 ‘마리텔은 이런 프로그램의 기본 목적을 충족시켜주는 ‘웰메이드 콘텐츠를 찾기 힘들게 됐다. 마치 초반에 ‘마리텔이라는 프로그램의 특성이 아직 생소했을 시절, 아무 준비 없이 그저 ‘개인기 소비에만 급급했던 스타들의 모습이 재현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는 ‘마리텔이 프로그램만의 독특한 색깔을 조금씩 잃어간다는 징조로 해석할 수 있다. 조금씩 고개를 들고 있는 ‘마리텔 위기론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물론 프로그램의 취지를 잘 살려줄 인사를 섭외하는 제작진의 노력도 필요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마리텔에 1인방송을 개국하는 출연진의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시청자들이 ‘마리텔에 원하는 것은 ‘유명스타들의 시시콜콜한 잡담이 아닌 ‘소통을 기반으로 하는 특색있는 콘텐츠라는 점을 출연진이 다시 한 번 되새겨야 하는 시점이다.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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