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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판 여행지] 사라질 섬 피지에 내 맘 다 뺏겼다
입력 2015-10-19 11:23 
비치콤버 섬 리조트. ‘핫‘한 젊은 영건 여행족들이 주로 찾는다. 1박에 단 8만원 정도면 숙박과 식사, 무제한 무동력 워터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놀라운 리조트. 패러세일링도 만원짜리 한장에 즐길 수 있는 알뜰족의 메카다. [사진제공=피지관광청]

‘지난 세월 사라진 것은 뭘까. 갤럽의 조사 결과가 있다. ‘연탄, 삐삐, 공중전화, 편지, 제비, 그리고 사람간의 情. 앞으로 사라질 것도 있다. 놀라지 마시라. 그게 여행지다. 특히 보석같은. 그래서 매일경제 투어월드팀이 이번호 전체 테마를 ‘한정판 여행지로 맞췄다. 서둘러야 한다. 언제, 없어질 지 모르는 보석같은 여행지니까.
‘적게는 일년에 0.3cm, 많게는 1.2cm까지
아, 피지의 해수면 상승률이다. 고작, 몇년 아니 몇 십년이다. 피지에 닿을 때, 하늘에서 볼 수 있는 앙증맞은 우산 크기의 섬들은 볼 수 없게 될 게다. 큰 섬 3개를 제외하고는 300여개의 작은 섬들과 산호 섬들이 이 운명이다. 가엽다. 그러니, 안가본 독자들 빨리 가 보셔야 한다, 는 일념으로 이 여행기를 쓴다.
도착하는 순간부터 치마(피지 전통복장인 술루sulu)를 입은 삼인조 남성 밴드가 우쿨렐레(Ukulele)를 연주하며 흥을 돋운다. 피지에 가면 불라(안녕)”라는 말을 백 번이상 들을 거라던 지인의 예언이 공항에서 이미 이루어질 듯, 생전 처음보는 이방인인 나를 향해 여기저기서 ‘불라!를 끊임없이 외쳐댄다.
가장 먼저 향한 곳은 난디공항에서 25분 거리의 난디마켓. 집에서 키운 과일과 야채로 난전을 벌여 직접 판매하는 시골 장터 분위기다. 피지의 분위기를 느끼기엔 가장 좋은 곳이다. 사진을 찍으며 사람구경을 하고 있는데, 본인이 카메라 앵글에 걸리자 저벅저벅 걸어오더니, 불라! 왓츠유어네임?”하며 손을 내미는 키티(Kiti). 왕초보 피지 투어족들은 사십 대 초반의 안상좋은 이 아저씨 같은 분들에게 당황하시면 안된다. 피지언들은 마음이 열려있고 경계가 없으니깐. 한 5분쯤 짧은 영어로 대화를 나눴을까. 불쑥, 마을로 놀러오라는 초청까지 하신다. 여기서 피지를 제대로 즐기는 팁 하나. 가능하면 초대에 흥쾌히 응해도 된다. 보통은 ‘망기티Magiti로 손님 접대를 한다. 피지어로 ‘잔치음식이라는 의미. 화산섬인 피지는 과거에는 지열로 음식을 익혀 먹었는데, 화산활동이 멈춘 지금은 성인 무릎 깊이로 땅을 파고 달군 돌을 채워 넣고 그 위에 코코넛 잎으로 싼 음식을 넣고 덮은 후 2시간 후에 꺼내 먹는 ‘로보lovo조리법을 써서 망기티를 만든다. 별미니 꼭 맛보시도록.

사실 피지 여행은 매우 단순한 구조로 이루어진다. 항공예약을 하고, 리조트를 고르면 끝이다. 그럼 쉬는 것 외에 뭘 해야 하나 의아할 정도로 일정표가 텅 비어 보인다. 강의 시간표 처럼 시간대 별로 일정이 좀 있어줘야 할 것 같은데, 알아서 놀으라 하니 영 막막하다. 평생 시간이 없어서 못 논다는 타령을 해왔는데, 시간이 있어도 놀 줄 모르는게 맞았다.
내가 묵었던 힐튼 리조트를 비롯, 방문한 거의 모든 리조트에는 로비마다 투어데스크가 있다. 상담같은 건 받을 필요도 없이 뒤에 꽂힌 브로셔를 쭉 보고 마음에 드는 것을 골라 예약해 달라고 하면 끝이다. 투어의 가격이 모두 공개되어 있어 바가지 쓸 일이 없고, 여러나라에서 온 사람들과 같이 여행을 하는 맛도 몇 번 해보니 부끄럼 잘 타는 나도 괜찮았다. 뭔가 대단한 모험을 해본 것만 같아 스스로 대견하고, 더 큰 자신감이 붙는다. 무동력 해양스포츠는 거의 모든 리조트에서 무료로 이용할 수 있으니 물놀이는 원 없이 할 수 있을 테고, 역시 무료로 제공하는 실 내외 액티비티들이 많아 정 심심하면 얼마든지 할 거리는 널려있다.
차로 20여분을 달려 데나라우 항구로 향했다. 333개의 섬에 다 가보는 것은 물리적으로나 비용 때문에라도 불가능하겠지만, 섬들 사이를 잇는 크루즈 연결망이 촘촘히 잘 짜여있어 체력만 허락한다면 꽤 많은 섬을 가볼 수 있으니까. 나 같은 알뜰한 욕심쟁이들을 위해 ‘호핑패스라는 ‘무제한 섬 투어 티켓이 있다. 1일 패스 부터 최장 21일까지 가능하다. ‘이 섬들을 다 가보고 출국일을 미뤄?객기를 부려보고 싶었다. 물론 오년만 젊었어도. 섬들 사이를 잇는 타이거 포 (Tiger IV)라는 이름의 페리는 3층 짜리로 크고 튼튼해 뵌다. 300명 이상 수용할 수 있고, 하루에 7코스로 나누어 마마누다와 야사와 군도의 섬들을 연결한다 (www.ssc.com.fj).
이 패스의 주 고객은 섬에서 숙박을 하려거나 데이투어로 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지만, 스무살 언저리의 어린 배낭족 학생들도 눈에 많이 띈다. 특히 여학생들이 삼삼오오 보이는데, 다들 몸매가 모델급이다. 서핑을 하러 왔는지 몸에 꽉끼는 수트에 질끈 묶은 머리, 주근깨가 가득한 구리빛 얼굴이 너무나 건강해 보인다. 그냥 데려다 광고 한편 찍어도 손색없지 싶다. 호주나 영국에서는 대학에 들어가기 전, 피지에서 한 두달 머물면서 배낭여행을 하는 것이 학생들 사이에서 유행이라고 한다. 저렴한 숙소가 많고, 치안이 좋고, 체험거리가 많아 적은 비용으로 인생의 중요한 전환기를 맞아 의미있는 여행을 할 수 있기 때문이란다. 피지에 온지 한 달 반이 다 되어가는데 체류비만 따지고 보면 8500파운드(약150만원)가 채 들지 않았다는 소피아(영국, 19세)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소피아가 말미에 이런 말을 건넨다. 자신도 ‘리미티드 투어(한정판)를 하고 있는 중이라고. 그리고 곧 키리바시라는 섬으로 갈 거라고. 피지에서 3466㎞가 떨어진 키리바시는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땅이 점점 바다에 잠기자 식량 안보차원에서 피지 땅 약 2428만㎡를 구입했고, 피지로 수도를 이전하는 것을 고려 중인 나라다. 그래? 이참에 키리바시나 찍어야 겠다.
▶ 박지영 지사장의 피지여행 꿀팁
1. 가려면 = 대한항공이 인천-피지로 주 3회(화·목·일) 직항을 운항한다 (9시간40분 소요). 홍콩 경유편도 있다. 피지국적기인 피지에어웨이스Fiji Airways는 주 3회 홍콩-난디 구간을 운항한다. 홍콩에서 난디까지 약 11시간 소요. 가능하면 7박 이상 여정을 잡으면 좋다.
2. 피지 액티비티 = 피지에서 즐길 수 있는 투어·액티비티는 무려 250가지가 넘는다. 특히 낚시, 다이빙, 서핑, 골프, 요트, 크루즈의 경우는 특별한 이벤트나 경기가 열리는 때가 있으니 미리 알아보면 좋다. 따라가기만 하면 되는 원스톱 자유여행을 예약해도 편리하다. www.feejeeexperience.com/passes
3. 이동 수단은 택시 = 가장 간편한 이동수단은 택시다. 거리에 따라 요금이 정해져 있어 보통 미터기가 없다. 장거리 이동시에는 미리 기사와 가격 협상을 할 수도 있다. 피지의 택시는 약간의 가이드 역할을 해주므로 이동 중에 사진을 찍고 싶거나 잠시 들르고 싶은 곳이 있으면 이야기해도 된다.
4. 추천 여행 = 초보라면 롯데관광 (02-2075-3333)에서 운영하는 상품을 강추. 자유일정동안 크루즈로 데이투어, 스파, 집라인 등 다양한 액티비티를 체험할 수 있는 ‘포함형 자유여행 코스다.
* 취재 협조 = 피지관광청
[글 = 박지영 주한 피지 관광청 한국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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