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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영화愛人] 강승용 미술감독 “‘사도’, 공간의 다중성·색감·민화로 차별점 뒀죠”
입력 2015-10-18 18:06 
한 영화가 개봉되기까지 많은 과정과 다양한 사람들을 거치게 된다. 영화감독을 시작으로 배우, 촬영감독, 음악감독, 미술감독, 제작진, 의상 팀, 무술 팀, 투자자, 배급사, 매니저, 홍보사 등 너무도 다양한 사람들이 힘을 다해 제작에 열을 올린다. 그러나 늘 영화가 개봉되면 배우 또는 감독만이 인터뷰를 통해 못 다한 이야기를 전하곤 한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최선을 다하는 이들의 숨은 이야기를 거침없이 파헤쳐본다. <편집자 주>


[MBN스타 김진선 기자] 영화 ‘사도는 깊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부자 간의 갈등에서는 더 깊은 애정이 드러나고, 가족에 대해서도 곱씹게 만든다. 뿐만 아니라 시대, 상황, 자리가 인물에게 얼마나 많은 영향을 끼치는 지도 생각해 볼 수 있다.

특히 ‘사도는 시대 뿐 아니라 인물들의 관계나 심리 등이 무겁게 표현 됐다. 강승용 미술감독은 이러한 인물들의 감정과 관계, 상황에 따른 사건들을 관객들이 편안하게 느낄 수 있게 작은 것 하나하나에 정성을 기울였다. 덕분에 ‘사도는 당시 상황을 가까이 느끼면서도 인물들의 감정 역시 공감하며 접할 수 있게 됐다.

강승용 미술감독은 ‘한국 미술계 거장이라 불린다. ‘왕의 남자 ‘실미도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 ‘YMCA 야구단 ‘평양성 ‘연가시 등 영화 뿐 아니라 ‘엄마, TheMemoryShow로 뮤지컬 작품에도 빛을 냈다.

Q, 미술감독이 된 계기가 있나

A. 1994년 ‘테러리스트가 데뷔작이다. 미술전공(석조각)을 하고 영화 미술감독이 되기 위해 세트, 소품 의상, 분장 헤어, 특수 분장, 특수 소품 등 두루 배우게 됐다. 1990년 초에는 학과나 전공학과가 없어 순수미술을 전공하고 현장에서 분야별로 학습을 했다.

Q.다른 미술감독과 달리, 작품에서 나타내고자 하는 감독님만의 특별한 개성이 있나

A. 시나리오를 읽고 자연스러움, 일상적이면서 함축성이 포함된, 한국적인 감성 표현을 바탕으로 한다. 미술장치로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닌 감성이나 느낌으로 가능한 전달되면서 드라마에 녹아들어 갈 수 있도록 노력한다.

Q. ‘사도의 역사적인 분위기를 나타내기 위해 강조한 부분은 어디인가

A. 최소한의 미술적 장치로 최대한의 시간과 역사, 인물의 해석이 녹아들 수 있는 장치를 고민한다. 궁중미술, 궁중민화, 궁중 문화를 이해하고 사도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상식적 미술과 ‘사도가 보여줄 수 있는 미술을 함축하여 깊이를 표현하고 싶었다.


각각의 인물들을 해석함으로써 공간 소품 배경 등을 계획하고 직위나 계급, 성별을 구분하여 궁중 미술만이 표현 할 수 있는 미술적 장치를 배치하여 인물의 감정이나 드라마에 시선을 빼기지 않고 오롯이 캐릭터와 사건 드라마에 적적하게 녹아 들 수 있도록 고민했다. 또 궁중 및 왕가의 관혼상제를 연구하여 관혼상제가 미술로서 시각적 장치로 장점이 있으나, 되도록이면 구현된 장치가 눈으로 확인되는 것이 아니라 상황과 사건 드라마에 녹아 들 수 있도록 최소한의 장치를 가지고 오히려 깊이와 질감을 표현하려 했다.

Q. 뒤주 속 유아인의 모습은 어떻게 구현 된 것인가

A. 사도세자의 뒤주는 한국 사람이면 누구나 알고 있는 보편적인 역사이며 사실이다.

그래서 일반적인 상식과 영화적 장치로서의 뒤주를 고민하고 한중록, 영조실록 등 익히 알고 있는 사료 및 자료들을 찾아내 역사의 재현과 구현을 목표로 생각했다. 설계 제작 과정에서 몇 가지의 샘플링을 통하여 재질(소나무) 색(먹물) 질감(한옥고재) 무쇠장식, 무쇠 못 등을 재현하여 제작했다.

‘사도에서 뒤주는 또 하나의 상징성을 가지고 있기에 제작 뿐 만 아니라 시각적으로 충분히 감정이 전달되어야 한다는 명제를 가지고 크기(3척*3 2/1척*4척)와 질감 재질 색감 등으로 재현하였고 총 3가지의 목적으로 만들었다. 부수적인 밧줄 및 때장으로 시간의 경과 사도세자의 심리적인 감정이 시각으로 보여 질 수 있는 장치가 도리어 고민했다.

Q. 부자간의 갈등, 극 중 긴장감을 위해 쓴 미술적 장치는 무엇인가

A. 공간의 다중성과 색감 민화 등으로 차별을 계획 했다. 영조(송강호 분)의 침소는 옐로우 칼라, 괴석도는 금강 전도의 빽빽한 산수를 근거로 집약과 신경질적이며 집요하고 완벽을 요구하는 성격을 표현하려 했다. 사도세자(유아인 분)의 공간은 블루(동양에서 흔히 해석하는 청운의 꿈인) 색깔과 어락도를 표현하여 자유분방하고 예술적인 성격과 지위 상승과 개척정신을 표현하려 했다.

서체 또한 이상적인 서체가 아니라 좀 더 개성 있고 형상화하려는 서체를 공간마다에 배치 했다. 또한 의상에서도 차가운 블루와 따듯한 옐로우가 대립되게 유도하고 구현했고 정조는 오히려 모든 색을 담을 수 있는 무채색 화이트 컬러를 강조했다.

Q. 극 중 시대의 흐름을 나타내기 위해 구별점을 둔 곳은 어디인가

A. 극중 흐름은 뒤주의 8일간의 시간과 52년간의 3대 이야기를 표현하는 과정이라 남성적인 공간 색감 질감 과 여성적인 공간 색감 질감 등으로 구별했다. 궁중의 관혼상제가 주요한 시간의 터닝 포인트라 계획하여 가례, 상례, 초상, 환갑 등 구별하여 배치하면서 표현했다.

Q. 미술 감독을 하면서 가장 뿌듯할 때는 언제인가

A. 미술감독의 일반적인 역할은 문자(시나리오) 해석과 미술적 장치 계획 및 구현, 작품의 전체적인 톤의 이미지 조정과 조절, 공간기획 및 재현 세트 대소도구, 연출적 의미의 미술적 장치 재현 및 구현, 캐릭터별 스타일과 소통, 드라마 해석으로 인한 긴장감 구현이다.

그 중 가장 뿌듯한 일은 드라마 해석으로 긴장감을 창출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사도에서 인정전에 놓여 있는 뒤주를 해석하고 계획하여 설계하고 제작한다. 소품을 통해 드라마를 어떻게 유도하고 연기자와 스태프에게 분위기를 조성하여야 하는가에 대한 숙제를 푸는 과정이다.

Q. 감독님이 해왔던 작품과 달리 ‘사도에서만 내보였던 다른 스타일이 있나

A. 최소한의 미술적 장치를 가지고 최대한 깊이 있는 이야기를 표현하고 싶었다. 예를 들면 단칸방의 많은 사람이 같이 거주하며 다양한 소품과 장식적인 소품으로 이야기를 표현하는 것, 비주얼을 재대로 확보하여 뷰를 강조할 수 있는 공간은 이미 뷰를 확보 하였기에 최소한의 소품으로 공간을 채우기도 했다. 바닥재 벽지 하나하나에는 최상의 예술성과 고급문화를 표현하는 명품이 있는 미술의 차이라면 사도는 후자의 표현방식 이었다.

Q. 관객들이 놓치지 않았으면 하는 장면은 어디인가

A. 관객은 드라마와 인물에 몰입되는 순간 미술적 장치는 눈으로 확인 되지 않는다.

또한 눈으로 확인된다면 미술적 의도는 실패하였다 생각할 수 있다. 그렇지만 두 번 세 번 관람 한다면 미술적 장치가 세밀하게 배치된 것을 확인 할 수 있다. 영조의 침소, 편전, 정전 사도의 동궁전, 세자시강원, 무덤방, 인원왕후, 정순왕후, 영빈 등과 사도의 가례, 영조의 초례, 혜경궁 홍씨의 환갑, 인원왕후의 상례, 능행차, 종묘, 선원전, 만인소 등의 미술적 장치인 궁중의 관혼상제와 궁중민화를 느낄 수 있다.

Q. 감독님이 본 작품 중 미술적인 부분이 좋았던 영화는 무엇인가

A.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 ‘강남1970 등.

앞으로 하고 싶은 영화 장르가 있나

A. 가장 한국적인 미술적 장점을 가지고 보편적인 사람의 이야기가 중요한 소재와 장르라면 도전하고 싶다.

최준용 기자, 손진아 기자. 김진선 기자, 최윤나 기자 amabile1441@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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