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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버스킹] 음악으로 이야기하는 ‘우효’의 작은 고백
입력 2015-10-17 15:30 
사진=엑설런트뮤직그룹 제공
[MBN스타 남우정 기자] 목소리를 계속 듣다 보면 나른하다. 가사도 무심한 듯 보이지만 귀에 쏙쏙 박힌다. 최근 인디신에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우효. 여성들의 취향을 저격한 곡들이 많다.

이 코너를 하면서 서른개가 넘는 팀들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그 중에서 우효는 처음으로 직접 만나지 않고 서면으로 인터뷰를 진행한 유일한 뮤지션이다. 현재 영국에 거주하고 있는 우효와 직접 만나진 못했지만 질문마다 글자 하나하나 정성을 쏟아낸 답변만으로도 그의 진심이 묻어났다.

지난 7일 발표된 우효의 첫 정규 앨범인 ‘어드벤처. 총 11곡이 가득 채워진 이번 앨범은 인트로인 ‘ICU부터 마지막 곡 ‘고슴도치의 기도까지 놓칠만한 곡이 없다. 그리움, 외로움, 열정, 기대와 믿음 같은 감정들이 크고 작은 모험으로 다가온다고 느꼈던 우효는 삶이라는 모험에 어떻게 대처할지 점을 맞춰 앨범 타이틀을 ‘어드벤처로 정했다.

저는 성격이 급해서 앞으로 어떤 변화가 생길지 알수 없는 일들에 대해 미리 판단하고 빨리 그 일에 대한 고민, 기다림, 노력으로부터 자유로워지려고 하는 안 좋은 습관이 있어요. 빨리 지나쳐가야 나를 위한 진짜 모험을 다른 곳에서 시작할 수 있을 거란 착각 때문인 것 같아요. 그런데 내 앞에 주어진 사소하거나 불편하거나 부담스러운 일 속에 내가 원하는 모험으로 날 이끌어 줄 지름길이 있을 수 있다는 걸 요즘 많이 느끼고 있어요. 행복은 가장 평범하고 수수한 모습으로 조용히 다가올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타이틀곡은 전혀 색이 다른 ‘K드라마와 ‘아마도 우린이다. 한 곡을 가장 멋지게 만들고 싶기 보다는 각각 개성이 있으면서 한 가지 방향을 갖는 곡으로 구성해 질리지 않은 앨범을 만들고 싶었던 우효의 욕심이다. 사랑에 대한 귀여운 정의를 내려준 ‘스쿨버스, 사차원적인 소녀의 모험을 담은 ‘UTO(UnidentifiedTravelObject), 목적을 상실해서 방황하는 사람들에게 돌아오라는 메시지를 담은 ‘그레이스(Grace)까지 다양한 곡들이 담겼다. 그 중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곡은 ‘씨사이드(Seaside)와 ‘스쿨버스다.

‘씨사이드는 이번 앨범을 준비하기 전부터 정말 시도해보고 싶었던 스타일의 곡이어서 가장 많은 기대를 가졌었고 결과에 대해서도 굉장히 만족하고 있어요. 또 하나는 ‘스쿨버스예요. 가사와 리듬감이 지금의 저를 잘 표현해 주는 것 같아서 특별히 더 애착이 가요. 과거에는 어느 자리에 있든 최선을 다하는 마음 자세가 저한테 부족했어요. 제가 정말로 관심 있는 게 아닌 이상 무엇인가를 배우는 것도 귀찮아했고요. 지금은 내가 모르는 세계를 적극적으로 찾아 나서면서도 중심이 흔들리지 않을 자신이 있고, 내 자신을 바꾸어서 가장 좋은 결과를 만들고 싶다는 마음이 있어요.”

첫 EP인 ‘소녀감성은 타이틀 그대로 18살 소녀를 이미지한 앨범이었다. 하지만 이번 ‘어드벤처는 성인이 된 우효를 보여주고 있다. 평범하지만 훨씬 강해지고 성숙해졌다. 좀 더 탄탄한 중심이 생겼고 음악적으로도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는 역할이 생긴 현재의 자신을 담아냈다. 또 디어클라우드 용린, 피터팬컴플렉스 전지한, 더 콰이엇, 프라이머리 등 다양한 뮤지션과 협업을 펼치기도 했다.

다양한 편곡을 시도하는데 필요한 기술이나 경험이 저에게 부족하기 때문에 제가 좋아하고 감성이 통하는 아티스트들과 함께하면서 많이 배우고 동시에 좋은 결과물들을 기대하며 즐겁게 앨범을 만들고 싶었어요.”

초등학교 5학년때 피아노를 시작했고 고등학생 때부터 직접 노래를 만들어 밴드를 결성했던 우효는 대학교 1학년부터 진짜 자신의 음악을 본격적으로 하게 됐다. 건반 악기를 주로 다루면서 신스팝이 주 장르가 됐다. 최근 신스팝을 하는 여성 뮤지션들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우효가 생각하는 본인만의 색은 무엇일까.

대중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단순한 멜로디, 그리고 신스팝의 기계적인 매력과 상반되는 편안하게 풀어져 있는 목소리가 특징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건반류의 악기들을 제일 편하게 다룰 수 있고 건반이 중심이 되는 인디팝이 지금의 저와 가장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요. 그렇지만 어떤 스타일의 음악이든 제가 일상적으로 공감할 수 있고 제 자신을 표현하는 데 즐거움을 줄 수 있다면 얼마든지 시도해 보고 싶어요.”

아쉽게도 영국에 거주하고 있는 우효는 국내에서 아직 공연을 통해 팬들과 만난 적이 없다. 앨범 재킷 외에는 얼굴도 잘 알려지지 않았고 SNS를 통해서도 정보를 많이 찾을 수 없다.

관심을 끌기 위한 신비주의 전략은 아니고요. 다른 어떤 정보보다도 제가 만든 노래들이 저를 가장 잘 보여줄 수 있길 바라는 마음, 그리고 제가 여러가지 노력을 통해 얻은 생각들을 편견없이 듣고 공감한다면 그게 가장 좋은 소통의 방법이 될 거라고 생각해서 굳이 더 개인적인 정보를 많이 공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요. 실제로 평범한 삶을 살고 있기도 하고요. 최대한 빨리 공연으로 만나 뵙고 싶어요. 그냥 제 노래들을 들려드리는 것보다는 즐겁고 의미 있는 시간을 만들어 드리고 싶어서 그런 계획이 구체화되면 언제든 여러분 가까이로 달려가려고 합니다.”

18세 소녀에서 20대 여성이 된 우효는 음악으로 훨씬 강해지고 성숙해진 정신을 보여줬다. 답변 곳곳에서 스스로를 내성적이라고 표현을 했지만 그만큼 음악으로 하고 싶은 말이 많은 이야기꾼으로 보여 지기도 했다. 본인의 음악을 ‘간절한 기도가 모여 만들어진 한 사람의 작은 고백이라고 표현했다. 음악으로 이야기하는 우효의 다음 신곡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저는 어렸을 때부터 환경의 변화를 여러번 경험하면서 내성적인 면이 생겼는데 그래서 지금도 안으로 숨고 싶고 사람들과 거리를 두고 싶은 마음이 쉽게 생기지만, 사실은 언제나 사람들에게 뭔가 이야기를 들려주고 새롭거나 의미 있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어요. 잠재적으로는 언제나 적극적인 자세로 사람들을 대해 왔는데 그런 저 자신을 스스로 인정하게 되기까지 많은 경험이 필요했고 음악을 하면서 결정적인 깨달음을 얻게 되었어요. 이런 저의 마음을 표현한 것이 고슴도치의 기도입니다. 어떤 방법으로든지 저의 생각을 여러분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면 주저함 없이 도전해 볼 계획입니다. 앞으로 오래오래 함께해 주세요.”

남우정 기자 ujungnam@mkculture.com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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