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
[인터뷰]`잉여` 송원석, 히치하이킹으로 인생을 배우다
입력 2015-10-17 09:02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박세연 기자]
모델 송원석(28). 아직 대중에 낯선 이름이지만 ‘그녀석(노홍철)과 함께 유럽 한복판에서 흐느적거리던 키다리 청년이라 하면 오히려 금세 떠올릴 수도 있다.
말도 많고 탈도 많던 MBC 파일럿 프로그램 ‘잉여들의 히치하이킹에서 20일간 유럽 배낭여행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돌아온 대한민국 대표 잉여(!)인 송원석을 만났다. TV 속에서와 같이 늦더위를 식힐 만한 청량한 미소로 첫 인사를 건넸지만 의외로 ‘아줌마 수다 스타일을 보여준 송원석은 한껏 들뜬 기분을 숨기지 않았다.
‘잉여들의 히치하이킹이라는 프로그램명에 대한 생각부터 물었다. 대놓고 잉여라는 표현이 행여나 언짢았던 건 아니었을까.
처음엔 솔직히 잉여라는 말에 거부감이 있었어요. 하지만 냉정하게 내가 잉여인가 돌아보니, 잉여더라고요. 확실하게 두각을 나타낸 적도 없고, 일이 없을 땐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았으니까. 잉여가 맞더라고요.”
하지만 잉여란 어디까지나 상대적인 개념. 송원석을 비롯해 노홍철, 이동욱, 료니, 태원준을 두고 다수 네티즌들은 ‘잉여 코스프레라고 비아냥거렸다. 그는 솔직히 이런 반응은 예상 못했다”며 내심 속상해했다.

힘들 때도 제 생각만 했지, 남들이 나를 그렇게 보리라곤 생각 못 해서 아쉬움도 커요. 친구들은 그런 이야기 안 했어요. 제 실제 모습을 아니까요. 주위 친구들과 일적인 고민 이야기도 많이 나눠왔는데, 이번 방송을 보고 잘 됐으면 좋겠다는 응원을 많이 받았습니다.”
송원석은 출연이 결정된 후 2주 동안 유럽에 대한 공부를 하며 그만의 버킷 리스트를 적었다. 직접 만든 노트와 그 속에 꾹꾹 눌러 적은 귀여운 글씨와 그림은 방송 이후에도 화제를 모았다.
이뿐 아니라 현지에서 부끄러움도 모르고 연거푸 선보였던 일명 ‘흐느적 댄스 역시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숙소에서 거울을 보고 춰봤는데 재미있어서 현지에서도 시도해봤어요. 각 나라마다 찍어서 편집해보려 했는데 휴대전화가 망가질 줄은 예상을 못 했죠.(그는 몹시나 아쉬워했다) 처음 사람들 앞에서 출 땐 너무 창피했지만, 남겨두고 싶은 마음이 더 커서 나중엔 더 즐기면서 췄습니다.(웃음)”
히치하이킹 처음 성공했을 때 기분은 어땠을까.
처음엔 금방 잡아주겠지 싶었어요. 그런데 히치하이킹을 하는데 욕하는 사람도 많고, 차를 세웠다가 다시 바로 출발하는 등 장난치는 분들도 많더라고요. 그렇게 쉽지만은 않았어요. 4시간 정도 계속 시도했던 것 같아요. 사실 20일 동안 해온 고생담이 3시간으로 편집돼 나갈 수 밖에 없는 게 아쉽기도 했어요.”
기억에 남는 고생담은 차마 웃지 못할 ‘사서 고생이었다. 제가 모델 출신이다 보니 처음엔 패션은 포기 못하겠더라고요. 옷을 굉장히 많이 싸가지고 가서 이틀에 한 번은 갈아입자는 마음이었는데, 막상 부딪쳐본 현실은 다르더라고요. 옷은 갈아입지도 않았고, 개시 못한 옷이 많았어요. 짐이 제일 힘들었어요. 배낭여행할 땐 짐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교훈을 확실히 얻었죠.”
무엇보다 ‘잉여들의 히치하이킹은 음주운전으로 물의를 빚은 노홍철의 복귀작라 더 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그녀석과 함께 한 20일의 여정은 어땠을까.
홍철이형도 저희 멤버 중 한 명이라는 걸 나중에 알게 됐어요. 처음엔 어색해서 인사만 하고 끝이었는데, 저는 이번 여행을 통해 홍철이형의 진지한 면을 굉장히 많이 봤어요. 만나기 전엔 돌아이, 그녀석 등의 모습을 상상했는데 직접 만나서 대화해보니 진중한 면이 많더라고요.”
현지에서 노홍철은 보이지 않게 맏형 노릇을 톡톡히 했다고. 홍철이형은 20일 동안 한 번도 화를 내거나 기분 나쁘게 이야기한 적이 없었어요. 또 퍼져있거나 그런 일도 별로 없었죠. 힘들다가도 촬영이 시작되면 다시 힘을 내고 격려해주는, 친형 같았어요. 이렇게 인간미 넘치는 사람이라는 걸 이번에 처음 알았습니다.”
송원석은 프로그램 초반 셀프 돌직구도 화제가 됐다. 당시 스스로 노력을 안 해서 지금 이 모습”이라고 했던 그의 지난 시간들도 궁금했다.
중학교 때 갑자기 훌쩍 커버린 탓에 운동부에서도 러브콜이 쏟아졌지만 정작 운동에는 큰 흥미가 없었다는 그는 평범한 학창시절을 보냈다.
솔직히 꿈이 없었어요. 하고 싶은 게 아무 것도 없었죠. 오늘 하루 버티고, 또 내일이 오고 그런 생각 밖에 없었고, 뭔가 하고 싶은 게 없었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보니 큰일 나겠더라고요.”
그렇게 송원석은 모델 서바이벌 프로그램(‘아임 어 모델)에 지원했다. 당시 187cm이던 그는 당연히 될 줄 알고” 출전했으나 낙방이라는 충격적인 결과를 받아들었다.
실패는 그에게 오기를 심어줬다. 그 때 꿈을 모델로 잡은 거였어요. 이후 고교 졸업 후 곧바로 군대에 다녀와서 모델 일을 시작했죠.”
본격적으로 모델 생활 시작한 게 22살이었고, 4년간 모델 생활만 했어요. 제가 목표를 크게 잡는 편이 아니거든요. 목표를 짧게 잡고, 그걸 이룬 성취감으로 만족하는 편인데, 컬렉션 다섯 개, 모델 잡지 메인 서보고, 그런 목표를 세웠다가 그걸 이루고 나니 한계에 부딪쳤달까요. 살짝 허무함이 생기더라고요.”
어느 순간 연기에 대한 꿈이 솟아올랐지만 모델 기획사에 소속돼 있다 보니 기회를 얻기 쉽지 않았다고. 결국 스스로 만든 프로필을 영화 제작사에 돌려 얻게 된 데뷔작이 영화 ‘댄싱퀸이다. 그렇게 뛰어든 연기 분야의 필모그래피도 차근차근 쌓아가고 있다.
예능으로는 ‘잉여들의 히치하이킹이 처음이라는 그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히치하이킹을 해보니, 잉여를 벗어날 것 같은지.
프로그램과는 별개로, 내 노력에 달린 것 같아요. 그동안엔 노력 안하고 성과만 바랬지. 보여주기식 노력이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지금은 간절한 마음이 커요. 좋은 기회가 오지 않을까 생각해요. 그동안 기회 탓을 많이 했는데, 내가 노력을 많이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20일간 진행된 다섯 남자의 셀 수 없이 많은 히치하이킹을 지켜보니, 많은 시도 끝에 성공하는 경우도 있고 상치 않게 금방 성공하는 경우도 있다. 어쩌면 우리네 인생도 마찬가지리라.
20대의 상당한 시간을 ‘잉여로 보냈다는 송원석의, 앞으로 다가올 10년의 바람은 무엇일까.
예전엔 일이 와도 내가 노력 하다 만 게 많았어요. 하지만 이제는 한 번 노력해도 안 될 때 포기하고 싶어요. 죽을 힘을 다 해 해보고 싶고, 그 기분을 느껴보고 싶어요. 최선을 다 하고, 알차게 보내고 싶습니다.”

psyon@mk.co.kr/사진 스타하우스엔터테인먼트[ⓒ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