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김택진, 지분2% 사들이며 최대주주로
입력 2015-10-16 16:01  | 수정 2015-10-16 19:43
2012년 이후 3년 동안 엔씨소프트의 1대주주 지위를 유지해온 넥슨이 결국 큰 손실을 본 채 완전히 철수하게 됐다. 넥슨은 원화 기준으로 투자 손실을 보게 됐지만 불확실한 지분투자에서 벗어나 주력인 모바일게임에 집중하게 됐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도 나온다. 엔씨소프트는 이번 블록딜에 일부 참여한 김택진 대표가 최대주주 지위를 회복하면서 책임경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넥슨은 엔씨 지분 15.08%(330만주) 전량을 시간 외 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매각했다고 16일 밝혔다. 주당 처분가격은 18만3000원, 총처분금액은 6051억여 원이다. 2012년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로부터 지분 14.7%(321만주)를 매입할 당시 주당 25만원을 지불했다. 약 2000억원의 투자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넥슨 입장에서 지난 3년을 돌이켜보면 악몽 같은 시간이었다. 애초 엔씨소프트 지분투자 목적이었던 EA(일렉트로닉아츠) 공동인수에 실패했고 엔씨소프트와 협업을 통한 성과도 내지 못했다. 경영권 참여로 지분투자 목적을 변경했지만 엔씨소프트 경영진의 완강한 거부에 직면해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했다.
게임업계 양대 산맥이 서로 협력하지 않고 분쟁만 일으킨다는 안 좋은 평판만 얻었다. 엔씨소프트와 악연을 끝내고 새 출발을 하게 됐다는 점이 이번 지분 매각에서 찾을 수 있는 유일한 긍정적인 측면이다.

또한 '탈출 시점'이 최악이 아니었다는 점에서 위안을 얻을 만하다. 경영권 분쟁이 촉발되기 전인 지난해 10월 엔씨소프트 주가는 주당 13만원대로 떨어졌다. 하지만 올 초 반등에 성공해 20만원 가까이 회복했다.
게다가 엔화가치 하락 덕분에 환율 효과가 발생했다. 3년 전 투자금액이 약 543억엔이었는데 이번 블록딜로 인해 넥슨이 확보할 자금은 엔화로 환산하면 약 634억엔이다. 넥슨 본사가 일본에 있고 3년 전 지분 투자 대금이 엔화로 지급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엔화 기준으로는 오히려 이익을 봤다.
게임 업계에서는 이번 기회로 넥슨이 주력 분야인 모바일게임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됐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모바일게임에 지속적으로 투자해 온 넥슨은 전략게임 '도미네이션즈'와 스포츠게임 '피파 온라인 3 M' 등으로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일본 증시에서 넥슨은 전날보다 2.92% 상승한 1624엔에 거래를 마쳤다. 엔씨소프트는 한국거래소에서 장중 한때 전날보다 6000원 오른 20만2500원에 거래됐으나 오후 들어 상승분을 모두 반납하면서 결국 전날과 동일한 주가 수준에서 장을 마감했다. 시장에서 넥슨과 엔씨소프트 결별과 관련해 양사에 나쁘지 않은 평가를 내린 셈이다.
한편 엔씨소프트는 김택진 대표가 이날 넥슨이 진행한 블록딜에 참여해 지분 44만주를 취득했다고 공시했다. 이로써 김 대표의 엔씨소프트 지분은 총 11.99%가 됐다. 국민연금이 이번 블록딜에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김 대표의 최대주주 지위 회복이 유력하게 점쳐진다. 시장에서는 오버행(매도 대기물량) 이슈가 사라져 엔씨소프트 주가가 긍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용환진 기자 / 송광섭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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