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원화값 급등…IT·자동차株 `먹구름`
입력 2015-10-16 16:00  | 수정 2015-10-16 16:57
달러 대비 원화값이 강세로 돌아서면서 모처럼 탄력을 받고 있던 IT·자동차주 등 대형 수출주가 약세로 돌아섰다.
당초 삼성전자가 지난 7일 발표한 3분기 깜짝실적이 환율 효과 덕분이라는 분석에 그동안 대형 수출주들이 덩달아 급등했다. 그러나 미국 금리 인상 지연 소식으로 지난 13일부터 원화값이 크게 오르자 주식시장도 술렁이고 있다. 환율 효과에 힘입어 3·4분기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오히려 실망감으로 전환되고 있는 것이다.
16일 유가증권시장에서는 현대·기아차를 비롯한 자동차 대표주들의 주가가 일제히 내렸다. 현대차는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전날보다 0.92% 내린 16만1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기아차는 2.77% 내린 5만2700원에, 현대모비스는 1.68% 빠진 23만4000원에 거래를 종료했다. 대표적 수출주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도 함께 내렸다. 삼성전자는 전날보다 0.32% 내린 126만5000원, SK하이닉스는 1.77% 내린 3만6100원에 거래됐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값은 1125.00원에 개장하며 강세를 이어갔다. 원화값이 1125.00원까지 오른 것은 7월 6일 이후 약 3개월 만이다.

현대차는 7월 17일 장중 12만3000원으로 연중 최저가로 떨어진 뒤 지난 1일에는 16만8000원까지 오르며 좋은 성적을 보여왔다. 기아차 역시 꾸준히 올라 지난 1일에는 5만3600원까지 주가가 회복됐다. 원화값 약세로 수출 경쟁력이 커지면서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가 주가를 견인했기 때문이다.
신정관 KB투자증권 연구원은 "수출 비중이 높은 업종이다보니 환율이 실적에 영향을 크게 미칠 것이라는 해석 때문에 주가가 빠지고 있는 것"이라며 "다음주 실적 시즌을 앞두고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특히 삼성전자의 어닝서프라이즈를 해석하는 과정에서 환율 효과가 크게 부각된 탓에 환율 변동에 시장이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습이다.
김형렬 교보증권 매크로팀장은 "삼성전자의 깜짝실적을 환율 효과로 해석하다보니 원화값 상승에 대한 부담을 주가가 의식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코스피가 장중 2030선을 회복하면서 월간 고점 수준까지 올라 단기 상승에 대한 염려가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다만 원화 강세가 내년 이후까지 계속되기 어려운 만큼 주가 수출주의 하락세가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신정관 연구원은 "미국의 금리 인상이 내년 상반기 안에 이뤄질 것으로 본다면 원화 강세는 일시적인 현상"이라면서 "지난해 2·3분기처럼 원화값이 1050원까지 가는 강세는 보이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최근 수출주의 호실적을 볼 때 환율에 민감할 필요는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원재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실적 개선에는 환율 효과도 있었지만 반도체사업부 실적 호조와 스마트폰 판매 수량 증가 등 여러 요인이 있었다"며 견조한 실적이 예상된다는 전망을 내놨다.
최중혁 신한금융투자 연구원도 "현대차는 내년 1분기까지 아반떼와 투싼 등 새로운 모델을 발표했기 때문에 신차 효과도 기대된다"며 "자동차 업체들의 3분기 실적 컨센서스가 상향되는 추세이고, 4분기 실적에 대한 기대감도 높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환율 효과보다는 매출 성장이 나타나는 수출주에 집중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오승훈 대신증권 연구원은 "과거 원화가치 하락 시기에는 매출 성장이 동반되면서 환율 효과가 극대화됐지만 지금은 다르다"면서 "국내 수출주에 대한 전략은 매출 개선이 동반되는 종목으로 압축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전병득 기자 / 강다영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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