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한국 건설·조선·플랜트 ‘중동서 살아남기’ 신화 다시?
입력 2015-10-16 14:15 
[자료 = 수출입은행]

미국 제재조치로 닫혔던 한국의 ‘6대 시장 이란이 다시 문을 열면서 침체기에 빠진 한국 건설·조선·플랜트 산업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란 시장은 이르면 내년 1분기부터 다시 열릴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란 정부는 내년 한해 동안만 대규모 사업을 잇따라 발주할 것으로 관측된다.
한국수출입은행에 따르면 이란 정부는 2016년 총 1600억달러(약 180조원) 규모의 플랜트·인프라스트럭처 사업을 발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란 시장이 5년간 닫혀 있었던 만큼, 시장이 열리는 내년부터는 대규모 사업이 추진될 것이란 예상이다.
이란 국영석유회사(NIOC)가 원유·가스 분야에서 45개 사업의 발주를 준비중이다. 하루 원유생산량을 현재 340만 배럴에서 420만 배럴로 증산한다는 계획에 따른 것이다. 이란 정부는 경제개발계획에 따라 발전용량을 매년 5기가와트(GW)씩 늘리고 있는데, 내년에도 발전용량을 추가로 확대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2018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용량을 5GW, 2022년까지 원전 설비용량을 약 7.7GW로 증대할 방침이며, 2020년까지 광물 분야에 150억달러의 예산을 배정하기로 결정한 상태다. 또 수도 테헤란 외곽에 있는 이맘 코메이니 국제공항을 비롯한 4개 공항을 확장하거나 근대화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경제제재로 선박 발주가 장기간 없었던 중동지역 최대 탱커 선사인 ‘NITC는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액화천연가스(LNG) 선 등 대규모 발주를 예정하고 있다.
최근 한국의 조선·건설·플랜트 산업은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수은에 따르면 올해들어 이들 분야 기업들의 해외수주 실적은 345억불에 그친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497억달러)에 비해 무려 31%가 줄어든 것이다. 특히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해왔던 중동지역의 수주실적은 지난해 267억달러에 달했지만, 올해는 125억달러로 ‘반토막난 상태다.
이같은 상황에서 이란 시장이 다시 열리는 것은 ‘가뭄의 단비라는 표현도 나온다. 한국 정부가 미국의 대이란 제재에 동참하기 이전까지만 해도 이란은 한국의 6대 수주 대상국으로 꼽혔다. 제재에 동참하기 직전인 2010년 6월 이란에 대한 수주실적은 누계기준으로 87건, 119억달러 규모로 국가별 순위에서 6위를 기록했던 바 있다. 하지만 제재 이후 수주 실적이 뚝 끊기면서 지난해 말 기준 순위는 16위로 떨어졌다.
하지만 때를 놓치면 이같은 기회를 경쟁국에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미 이란은 대규모 항만연계 철도사업을 중국과 협의중에 있다. 총연장 1350km에 달하는 철도망을 구축해 항만과 연계하는 프로젝트로 전체 사업규모가 50억달러에 달한다.
이같은 움직임에 발빠르게 대처하기 위해 수은은 지난 4~7일 이란 현지에서 ‘이란 대외통합마케팅을 진행해 비즈니스 기회를 모색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날 행사에는 이란 재무부 차관 겸 투자청장, 이란 중앙은행 부총재, 테헤란 상의 회장 등 이란 주요 정부부처·발주처 인사들과 대림산업, 두산중공업, 현대건설, 삼성물산 관계자 등 350여명이 행사에 참여했다.
김영수 수은 부행장은 이란 시장이 다시 열리는 만큼 한국 기업들이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금융지원에 적극 나설 것”이라며 과거 벌어졌던 한국 기업간의 과당경쟁이 없도록 조율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최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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