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전투기 기술이전 대신 협력” 美 정중하지만 단호한 거절
입력 2015-10-16 14:06 

애슈턴 카터 미국 국방부 장관이 15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한민구 국방부 장관을 만나 한국형 전투기(KF-X) 사업 관련 4개 기술이전은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카터 장관이 전투기 개발에 필수적인 핵심기술 이전에 난색을 표하며 KF-X 사업이 차질을 빚을 우려도 커졌다.
16일 국방부는 한 장관이 워싱턴DC에 위치한 국방부 청사(펜타곤)에서 카터 장관과 한·미 국방장관 회담을 갖고 KF-X 사업을 위한 기술이전에 대해 전향적으로 검토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한 장관이 이전을 요구한 기술들은 △AESA(다기능 위상배열) 레이더 △IRST(적외선탐색 추적장비) △EO TGP(전자광학 표적추적장비) △RF 재머(전자파 방해장비) 관련 내용들이다. 미국 정부는 지난 4월 해당 기술들에 대한 이전을 한 차례 공식적으로 거부한 바 있다.
카터 장관은 전투기 기술이전에 부정적 입장을 밝혔지만 한·미 양국이 함께 참여하는 기술협력 방안을 모색해보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양국 국방장관은 KF-X 사업협력을 포함해 방산기술 협력을 증진하기 위한 한·미간 협의체를 구성·운영하기로 합의했다. 이날 회담에서 양측 장관들은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의 차질없는 이행과 우주·사이버, 방위산업 등 분야에 대한 실질 협력도 증진시켜 나가기로 의견을 모았다.
한·미 국방장관들은 회담을 통해 지난 8월 북한군의 DMZ 지뢰도발에 대한 대처와 북한 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행사 등 안보상황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눴다. 또 북한의 추가도발 가능성에 대해 논의하고 굳건한 한·미 연합방위태세를 유지해 나가기로 했다.

미국 측은 1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한·미 국장장관 회담에서 한국형 전투기(KF-X) 사업 관련 4대기술 이전을 지난 4월에 이어 재차 거부했다. 이에 따라 2025년까지 개발·양산비로 18조원을 투입해 KF-X 개발을 완료하려던 정부 계획에도 상당한 차질이 예상이 예상된다.
애슈턴 카터 미국 국방부 장관은 이날 회담에서 한민구 국방부 장관에게 기술협력 방안을 공동으로 모색해 보겠다”며 한국 측을 고려한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현재로선 카터 장관이 말한 ‘기술협력에 KF-X 추진을 위한 핵심기술인 △AESA(다기능 위상배열) 레이더 △IRST(적외선탐색 추적장비) △EO TGP(전자광학 표적추적장비) △RF 재머(전자파 방해장비)이 포함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
◆ 독자개발 성공해도 美기술과 ‘체계통합 난망
미국 측이 이전을 거부한 4대 기술은 최점단 전투기의 눈과 귀, 방패 역할을 하는 핵심기술로 평가된다. 이들 기술 가운데 AESA 레이더는 작전중 적 전투기와 지상의 타격 목표물을 빠르게 찾아내는 핵심 중 핵심이다.
앞서 방위사업청과 국방과학연구소(ADD)는 유럽 업체 등지 협력하거나 독자개발로 핵심기술을 확보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실현가능성은 의문스럽다. AESA 레이더는 ADD 주관으로 방산업체인 LIG넥스원이 참여해 2006년부터 자체 개발중이고 지상실험을 진행중인 단계다. 그나마 일부 핵심기술은 유럽 등 해외업체와의 협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현재 해외에서 ASEA레이더 기술을 이전받을 업체로는 영국업체 ‘셀렉스와 스웨덴 기업 ‘사브 정도가 거론된다. 군 당국에서는 국내 독자개발과 함께 유럽업체와의 협력에 대해서도 상당한 수준의 검토를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난관을 뚫고 ASEA레이더 등 미국이 이전을 거부한 기술을 확보하더라도 대부분 미국산 장비와 소프트웨어로 구성된 시스템과 통합하는 문제가 남는다. 현실적으로 기술이전을 거부한 미국이 우리 정부와 군 당국에게 장비를 해체하거나 소프트웨어 통합을 위해 프로그램 ‘설계도 격인 소스 코드를 제공할 특별한 유인도 없다. 이에 대해 방위사업청 관계자는 전투기와 핵심기술이 적용된 장비 사이의 체계통합과 관련해 해외 기술협력이나 국내 기반기술을 활용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 한·미 방산협의체서 전투기·사드 함께 논의?
양국은 이번 한·미 국방방관회의에서 ‘KF-X 사업을 포함한 방산기술 협력 협의체를 꾸리기로 발표했다. FK-X 핵심기술 이전을 거부한 미국 측이 우리 측 입장을 감안한 모양새다.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이 협의체는 당초 의제에 포함되지 않았다가 막판에 회담 테이블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다른 나라와 방산기술 협력을 위한 협의체를 만들기로 한 것은 이례적이다. 정부 관계자는 지금까지 KF-X 사업을 위한 한미간 기술 협력은 방위사업청과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록히드마틴이 해왔지만 앞으로는 한미 당국이 참가한다는 것”이라며 사업의 안정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에서는 한·미가 이 협의체를 통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논의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앞서 한·미 정부는 사드는 이번 정상회담 의제가 아니다”며 선을 그었지만 양국이 향후 이 협의체를 통해 사드의 한반도 배치와 KF-X사업 기술 이전 문제를 한 테이블에 올려놓고 논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한 장관이 미국 측이 수용할 가능성이 희박한 기술이전을 요구하는 ‘보여주기식 군사외교로 비난을 자초했다는 의견도 상당하다. 국방부와 군 당국은 초기부터 4대 핵심기술 이전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에서도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고 미국 측이 실제로 기술이전 불가 방침을 밝힌 이후에도 청와대 보고를 미뤘다. 결국 한 장관이 대통령 순방에 동행해 치른 한·미 국방장관 회담이 소득없이 ‘뒷북만 요란했다는 것이다.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 서울 = 김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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