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변호사 한 명 없던 강화도에 일어난 행복한 변화
입력 2015-10-16 14:06 

강화도는 이른바 ‘무변촌이다. 변호사가 없는 마을이란 뜻이다. 작은 도서지역이라 변호사가 낄 분쟁이 많이 없는 탓이지만 그렇다고 변호사가 필요 없는 건 아니다. 이곳에 법무부가 시행 중인 ‘법률홈닥터가 들어가면서 행복한 변화가 시작됐다.
유 모씨(40)는 10세 때 지뢰 폭발 사고를 당해 두 손을 잃었다. 유실된 지뢰 탓에 평생 장애인으로 살면서 어려서 부모까지 여의었다. 유씨는 기초생활수급자로 근근이 버티며 생계를 해결할 수 있는 일이라면 이것 저것 가리지 않고 하던 차에, 인천 강화군 일대에 부모 앞으로 된 토지가 조금 남겨진 사실을 알았다. 이를 상속 받고 새 삶을 꾸리려던 지난 6월, 유씨는 강화군청으로부터 난데 없이 부동산 취득세 283만원을 내라는 고지서를 받았다. 고지서엔 유씨가 상속 받은 토지에 지은 건물을 김 모씨에게 미등기 전매했다는 이유가 적혀 있었다. 땅을 팔려고 맡겼던 부동산 중개인 방 모씨(50)가 유씨가 관련 행정 절차에 어둔운 것을 이용한 결과였다. 방씨는 유씨 토지에 가건물을 지어두고 토지를 김씨에게 1억원에 넘기면서 마치 유씨가 건물까지 함께 넘긴 것으로 서류를 꾸몄다.
유씨는 너무나 억울한 나머지 강화군청에서 대성통곡을 했다. 하지만 유씨가 인감증명을 방씨에게 수차례 건네주며 매매를 진행한 탓에 세금을 내지 않을 방법이 없었다. 그러던 중 법률홈닥터 서유진 변호사(34·변호사시험 3회)가 강화군청에서 울고 있는 유씨를 보고 사연의 전말을 듣게 됐다. 안타까운 사연에 법률 사각지대에서 놓인 유씨를 대신해 상속 토지 매매 과정의 문제점을 방씨에게 따지기 시작했다. 결국 방씨는 세금을 물기로 했다.
유씨는 당장 세금을 내지 않아도 반색했다. 그런데 그 보다 더 기뻤던 일은 방씨로부터 내가 내야 할 세금이다. 사과한다”는 문자메지시를 받은 것. 유씨는 양손을 잃었어도 사과를 받은 적이 없었는데 서 변호사님 도움으로 이렇게 사과를 받게 돼서 너무 기분이 좋다. 평생의 한이 씻긴 느낌이다”고 말했다. 서 변호사 역시 ‘장애인이나 취약계층에게 함부로 할 수 없다. 이런 분들을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한 명은 있다는 경고를 보낸 것 같아 흡족했다”고 말했다.

법무부가 법률 사각지대의 취약계층 보호를 위해 시행 중인 ‘법률홈닥터 서비스가 해가 더해 갈수록 괄목할 성과를 내고 있다. 법률홈닥터는 사회·경제·현실적 이유로 기존 법률 복지망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계층을 돕기 위해 법무부가 변호사들을 채용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제도다. 지금까지의 법률구조 서비스가 소송 단계에 집중돼 있어 상담 및 조력기관 연계 등의 1차 서비스 지원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지적에서 출발한 제도다.
16일 법무부에 따르면 법률홈닥터 서비스 이용 실적은 2012년 1만1792건에서 2013년에는 1만7611건으로 늘었고, 지난해엔 2만8563건으로 급증했다. 올해 실적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어 연말까지 3만 건을 넘길 전망이다. 실적은 만족도에서도 확인된다. 법무부가 지난 6월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한 법률홈닥터 이용자 8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전체 만족도는 87.9점이었고, 92.5%의 응답자가 ‘주변에 서비스를 추천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법무부 관계자는 대부분의 이용자가 기초생활수급자 내지 차상위 계층”이라며 전국 81만의 기초생활수급 가구 수를 고려해 향후 80명까지 법률홈닥터 규모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세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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