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지금 뜨는, 아니 이미 뜬’ 이 대세 배우의 무기는 평범한 얼굴
입력 2015-10-16 13:27  | 수정 2015-10-16 13:57

‘베테랑, ‘뷰티 인사이드, ‘오피스, ‘특종, ‘내부자들…. 올해 주목받는 한국 영화 라인업인데 하나의 공통 분모로 묶인다. 모두 배성우(43)가 출연했다는 점이다. 그의 출연작은 올해만 12편. 산술적으로 매달 한편씩 개봉하는 셈이다. 오는 22일엔 그가 처음으로 주연을 맡은 영화 ‘더 폰이 개봉한다. 출연 분량이 절반을 넘는다. 조연 생활 10여년만에 이룬 ‘늦깎이 승진이다. 15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작은 역이든 큰 역이든 언제나 즐겁다”면서도 영화는 여러 사람이 걸려있고 돈도 많이 들어가기 작업이기 때문에 부담감이 크게 다가온다”고 했다.
적은 분량에서도 큰 존재감을 발휘하던 ‘씬 스틸러의 내공은 주연작에서 만개했다. ‘더 폰에서 그는 누명을 쓴 변호사 고동호(손현주)를 위협하는 부패 경찰 도재현역이다. 치밀한 계획을 세워 고동호의 가족을 죽이려하는데, 살벌한 눈빛 연기가 압권이다. 눈물을 뚝뚝 흘리는 여자 아이를 무표정하게 노려볼 때는 잔털까지 곤두서는 느낌이다. 영화판에선 기분 나쁜 눈빛은 배성우가 제일”이라는 평이 나온다. 숱한 악역에 그가 기용된 이유다. 인면수심의 성폭행범(‘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 엽기적 싸이코패스(‘몬스터), 비열한 외교관(‘집으로 가는 길) 등 악역에서 그는 빛났다.
악역을 연기하는 배우가 아니라, 실재 존재하는 사람처럼 보여야해요. 우리 주변에 있을 법한 사람처럼 연기해야하죠. 살인을 할 때도 현실적이고 치밀한 계획을 갖고 차근차근 해나갈때 관객은 더 오싹해하는 것 같아요.”
일상에서 오해도 많이 받았다.
현장 관계자들이 약간 제 눈치를 보거나, 지인에게 ‘배성우 좀 이상하죠?라고 묻는 경우가 있더라고요. 실제 성격은 순둥이에요. 낯을 많이 가리고 부끄럼 잘 타요.”
중학생 때 교회에서 연극을 한 경험이 배우를 꿈꾸게 했다. 군대를 제대한 뒤 서울예전 연극과에 입학했다. 1999년 뮤지컬 ‘마녀사냥으로 데뷔했지만 이내 연극판으로 옮겼다.

금방 질리는 성격이에요. 이틀 지하철 타면 다음날은 버스탈 정도로 반복적인 일을 못해요. 처음에는 노래랑 춤이 좋았는데 질릴 때가 있더라고요. 그런데 연기는 안 질려요. 매번 재미있으니까 신기했어요.”
연극할 때는 일년에 100만원 벌었다. 교통비는 해결됐으니 충분했다. 관객 5명 앉혀놓고 연극한 적도 많았다.
5명을 어떻게 (연기로)죽게 만들까, 그 생각만 하며 살았어요. 연기를 고민하는 맛을 알게 됐죠. 연기가 좋으니까 즐기면서 버텼어요.”
더 좋은 연기에 대한 고민이 스트레스면 스트레스였다. 집에서 일상적인 대화만으로도 자는 동생(아나운서 배성재)을 깨우는 큰 목소리도 컴플렉스였다고.
그런데 지금은 목소리 좋다는 얘기를 많이 들어요. 지금 생각해보니 부모님께서 물려주신 모든 것 다 감사합니다.”
외모 얘기도 나왔다. 어떨 때는 평범해 보이다가, 다른 때는 잘생겨 보여요. 어느 날은 못생겨 보이고요. 제 얼굴이 어떤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하하”
백지같은 배우가 ‘다작왕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이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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