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시장에는 ‘투자할 곳이 없다는 말이 입버릇이 됐다. 상반기 높은 수익률로 열풍을 일으켰던 중국은 경기둔화 우려로 급락했고 관련 펀드와 랩(Wrap)은 물론 비교적 안전하다는 주가연계증권(ELS)까지 위험 수위로 내몰았다. 코스닥 열풍이 불었던 국내 증시는 다시 박스권 장세에 돌입했고 미국 금리 인상을 앞둔 브라질 등 원자재 신흥국들은 바닥없는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선진시장으로 불리는 일본·유럽까지 글로벌 변동성에 휘말리자 안정성이 강화된 채권형 상품만 시장에 쏟아지는 모습이다. 1%대 시중금리 보다 약간 높은 수익만으로 만족하지 못하는 투자자들은 어디로 가야할까.
베트남이 새로운 투자처로 떠오르고 있다. 글로벌 경제의 저성장 기조와 불확실성 증가에도 양호한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어서다. 아직 자본시장의 역사가 짧고 규모도 작은 편이지만 정부의 적극적인 활성화 정책과 시장 성장세를 감안하면 중국을 대체할 만한 지역으로 적합하다는 평가다.
한국펀드평가 펀드스퀘어에 따르면 국내에서 출시된 베트남 관련 펀드는 모두 13개, 운용규모는 4000억원 수준이다. ‘한국월드와이드베트남1,2 ‘한국투자베트남 ‘한국WW베트남부동산개발 등 한국투신운용이 5개로 가장 많으며 동양, IBK, 미래, 삼성자산운용 등이 베트남 펀드를 운용중이다.
성과도 우수한 편이다. ‘한국월드와이드베트남(61.40%) ‘미래에셋베트남(63.69%) ‘동양베트남민영화(54.65%) ‘IBK베트남플러스아시아(58.63%) 등 대부분 베트남펀드는 최근 3년 50% 후반에서 60%대 초반 수익률을 기록중이다. 이는 같은 기간 일본(86.20%)을 제외하면 해외지역·국가별 펀드 중 베트남 보다 높은 수익을 나타낸 곳은 없다. 연초 이후에도 대부분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해 같은 기간 중국을 제외한 신흥아시아 전체 펀드(-8.45%)에 비해 흔들림이 없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베트남 시장에 대한 시장 전망은 낙관적이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은 올해 베트남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분기 6.1%에서 지난달 6.5%로 상향 조정했는데, 이는 중국과 인도를 포함한 동남아시아 6개국 중 유일했다. 이밖에도 전문가들은 중국 경기 둔화 우려와 원자재 가격 하락, 미국 금리 인상 부담으로 대부분의 신흥 아시아 국가들의 수출 및 외국인 투자 감소가 예상되는 가운데 베트남만은 성장세가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광열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베트남은 거시 경제가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고 중공업 부문의 성장, 개인 소비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며 농수산물, 임업의 1차산업에서 휴대폰, 반도체 등 전자제품 제조업 중심으로 경제구조를 성공적으로 전환했다”고 설명했다.
NH증권에 따르면 2005년 25% 수준이었던 베트남 국내총생산(GDP) 농업 비중은 지난해 18% 까지 낮아진 반면 제조업을 포함한 산업 부문은 지난 3분기 9.6% 성장하는 등 GDP를 초과하는 성장률로 경제 발전을 이끌고 있다. 아울러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동남아시아 국가 중 중산층 증가율이 가장 높은 국가로 베트남을 지목하기도 했다. 연 소득 8500달러(약 1000만원) 이상인 베트남의 중산층 인구는 지난해 1200만명 수준에서 2020년 3300만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이다.
특히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외국인 투자 제한이 완화됐다는 점이다. 지난 9월 베트남 정부의 상장기업 외국인 투자 제한 완화로 인해 기존 49%였던 투자지분 한도가 100%로 확대됐다. 또 2005년 말 37개에 불과했던 상장사 수도 670개(호치민 하노이 합산)까지 늘어나 외국인 투자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한국투신운용은 이같은 성장세에 주목해 한국거래소와 협의를 통해 내년 초 베트남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도 출시할 예정이다. 배승권 한국투신운용 호치민사무소 팀장은 베트남 대형주의 경우 기존 한도인 49%가 차 있어서 ETF처럼 외국인 자금이 들어오고 싶어도 추가로 들어오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베트남 경제 지표가 살아나고 시장에 대한 외국인 평가가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는 상황에서 투자 한도 확대는 증시에 호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베트남의 GDP 대비 시가총액 비중은 30%에 불과한 만큼 우량 국영기업들의 민영화와 상장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선 외국인 투자한도 완화가 초석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자산배분 관점에서 베트남 시장에 지나치게 많은 비중을 둬서는 안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수익이 동반되는 만큼 위험도도 높은 시장이기 때문이다. 베트남 펀드의 경우 장기수익률만 보면 나무랄 데 없지만 기간별 수익률 편차를 고려해야 한다. 실제로 운용규모가 가장 큰 ‘한국투자베트남(980억원)의 경우 3년 수익률은 50.68%지만 1년 기준으로는 -7.51%에 그친다. 연초 이후로는 4.12%, 3개월은 -5.75%로 집계됐다. 투자시점에 따라 이익과 손실이 갈릴 수 있다는 의미다. 대부분의 베트남 펀드들이 국내 채권에 분산투자하는 혼합형으로 설계된 것도 이같은 수익률 급등락을 줄이기 위해서다.
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신흥국은 고위험·고수익군으로 분류되지만 베트남의 경우 지속적인 장기 성장세를 고려했을 때 단기 매매 보다는 장기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이용건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