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이사장의 기금운영본부에 대한 인사권과 기금운용본부장의 결정 권한이 부딪혀 갈등이 생길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이 권한을 명확하게 구분해주지 않으면 앞으로도 반복될 수 밖에 없다.”
최광 국민연금 이사장이 홍완선 기금운용본부장에게 ‘연임 불가 통보로 촉발된 사태에 대해 기금운용본부에서 일하고 있는 A씨는 이런 반응을 보였다. 이번 사태가 기금운용본부의 태생적 한계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최광 국민연금 이사장의 연임불가 통보 사태가 불거진 이후 이메일 등으로 ‘이번 사태의 배경등에 대한 몇건의 제보들이 들어왔다. 제보 내용들을 요약해보면‘국민연금 이사장의 기금 운용에 대한 과도한 개입과 ‘개성이 강한 최광 이사장과 홍완선 본부장의 충돌이 이번 갈등의 핵심적인 이유였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의 최종 권한은 기금운용본부장에게 있지만 역대 국민연금 이사장들은 대부분 직·간접적으로 기금운용본부의 의사결정에 개입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박해춘, 전광우 전 이사장들은 정기적으로 기금운용본부를 방문해 전략회의를 주재하면서 투자에 대해 자신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금운용본부에서 일했던 B씨는 이메일을 통해 기금운용본부장의 권한을 대놓고 침해할 수 없기 때문에 이사장이 현안 보고만 받겠다는 핑계를 대고 있지만 누구도 안믿었다”고 말했다.
최광 이사장이 취임하면서 개입의 강도가 더욱 커졌다는 것이 기금운용본부 직원들의 대체적인 생각이다. A씨는 최광 이사장 스스로 자신이 기금운용의 최고 전문가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표시하고 이를 관철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국민연금 이사장과 기금운용본부장의 권한이 충돌할 수 밖에 없는 조직구조도 갈등을 증폭시켰다.
B씨는 이메일에서 국민연금 일반직 직원으로 구성된 감사실, 준법감시인실, 그리고 이사장이 인사권을 갖는 리스크관리센터장까지 이사장의 권한이 미치는 범위가 광범위하기 때문에 실장급을 포함해서 3년 마다 재계약을 해야하는 운용직은 이사장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며 전략회의에 참석해야하는 실장들은 이사장과 본부장 사이의 줄서기를 이미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자신들의 직속 상관인 본부장과 재계약권한과 감사권을 가진 이사장 모두 두려운 대상”이라고 덧붙였다.
기금운용본부에서 일하는 C씨는 최광 이사장이 주재하는 전략회의에 최근들어 홍완선 기금운용본부장이 참여하지 않으면서 내부적으로 이러다가 사고 한번 터지겠다는 이야기가 돌았다”고 말했다.
홍완선 기금운용본부장이 전략회의에 참석하지 않은 것이 자의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타의에 의한 것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우리쪽에서 참석하지 말라고 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두 사람의 강한 개성, 업무에 대한 자신감, 정치적 배경 등도 갈등을 폭발시키는 기폭제가 됐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최광 이사장은 기금 전문가인데다 보건복지부 장관까지 지냈기 때문에 누구보다 자신이 이 분야의 권위자라고 생각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보건복지부의 주요 간부들이 사무관때 최광 이사장이 보건복지부 장관이었기 때문에 산하기관장으로 있어 불편한 점이 있다”며 보건복지부 장관뿐 아니라 조세연구원장, 국회 예산처장 등을 지냈기 때문에 자기 자신의 전문성에 대한 자신감이 크다”고 말했다.
두 사람의 든든한 정치적 배경도 이번 갈등의 향방과 관련해서 관심거리 중 하나다. 최광 이사장은 지난 2007년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경선 당시 박근혜 캠프에서 일을 했다. 최 이사장이 국민연금 이사장이 된 데에는 이런 전력도 도움이 됐다.
홍완선 본부장은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대구고 15회 동기동창이다. 지난 2013년 홍완선 본부장이 기금운용본부장이 되자 금융권에서는 ‘최경환 파워덕이라는 이야기가 돌았다.
두사람의 갈등이 폭발한 것은 기금운용본부의 독립문제였다.
최광 이사장의 기금운용본부에 대한 영향력 행사에 불편함을 느껴 오던 홍완선 본부장이 공개적으로 기금운용본부의 독립을 주장하면서 두사람의 관계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최광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국회 국정감사에서현재도 기금운용본부의 전문성·독립성이 보장되고 있다”며 기금운용본부의 독립에 반대입장을 전했다.
기금운용본부에서 일하고 있는 C씨는 한 지붕 두 수장의 불편한 동거를 제도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금운용본부의 지배구조 문제를 공식적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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