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한국의 자랑 ‘한의학’ 공룡 중국에 결국 밀리나
입력 2015-10-14 16:11  | 수정 2015-10-16 13:13

한국 인삼을 영어로 ‘징센(Ginseng)이라고 부른다. 인삼의 일본식 발음이다. 조만간 징센 뒤에 ‘TCM이라는 단어가 추가될 지 모른다. TCM은 ‘중국전통의학(Traditional Chinese Medicine) 약자다. 전문가들은 ‘중국전통의학 인삼(징센 TCM)이 세계 표준이 돼 버리면 한국 인삼 정체성은 사라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올해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로 중국의 투유유 중의학연구원 명예교수가 선정되면서 중국 전통의학인 중의학을 바라보는 한국 한의학자들은 그저 부럽기만 하다. 중국 정부와 비교했을 때 전통의학에 대한 한국 정부의 지원이 미약하기 때문이다. 한 한의학자는 중국 정부는 이제 전 세계 전통의학의 기준을 중국 중의학을 중심으로 맞추려는 계획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중국 정부는 중의학에 엄청난 지원을 하고 있다. 한의사협회에 따르면 중국 헌법은 중의학을 서양 의학과 동일한 위치에서 발전시켜야 한다고 명시했다. 중국 헌법 21조에 현대의학과 중국 전통의학(중의학)을 발전시켜”라는 문장이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한의사협회는 중의약 조례에는 ‘중의 및 양의를 공동 중시하는 원칙에 따라 서로 학습·보완을 통해 유기적 결합을 추진해 중국의 전반적 중의약 사업을 발전시킨다며 중의학과 서양의학의 결합을 꾀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우리 헌법에는 한의학에 대한 내용이 포함돼 있지 않다.
정부 의지는 예산과 연구개발(R&D) 규모에서도 큰 차이로 나타난다. 중의학을 담당하는 중국 위생부 중의약관리국 1년 예산은 1조 3634억원으로 한국 220억원과 비교하면 어마어마한 비용이다. 해당 부처의 예산 비율도 중국은 5.8%지만 한국은 0.046%로 차이가 크다. 중의학을 연구하는 중국중의과학원 연구원은 6000명이다. 산하병원 6개, 관련 연구기관도 8개가 있다. 반면 한국은 한국한의학연구원(143명)이 전부다. 그마저도 임상연구를 위한 산하 한의병원은 전무한 실정이다. 국립 중의학병원은 중국에서만 3590개가 운영되고 있지만 한국은 국립의료원과 부산대한방병원이 유일하다. 중의약을 통한 수출은 4조원에 달하지만 한국 한약제제 수출은 사실상 전무하다.
국제표준기구(ISO)는 현재 각국 전통의학 표준을 수립하는 일이 진행되고 있다. 가령 침의 크기와 놓는 방법 등 표준화시켜 세계화하는 작업이다. 김지호 대한한의사협회 이사는 한국은 각국 전통의학 표준에 대해 ‘동양의학이라는 이름을 정하자고 했지만 이미 1950년대부터 중의학 세계화를 추진하는 중국에 밀리고 있다”며 전통의학 표준은 현재 TCM으로 거의 확정됐으며 이대로 사용될 것”으로 우려했다.
[원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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