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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기자24시]연출-편집권 쟁취, 과연 밥그릇 싸움인가?
입력 2015-10-12 18:45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지난 20회 부산국제영화제 한 술자리에서 연출 데뷔를 앞둔 한 유명 감독의 조감독 출신 A와 이야기를 나눴다. 감독들의 연출권과 편집권 얘기가 나왔다. A는 성토했다.
"1차 편집 과정에서 문을 걸어 잠그고 영화를 연출한 감독을 못 들어오게 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하니, A는 "진짜 그건 말도 안 되는 얘기"라고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최근 한 영화를 연출한 감독에게 실제 있었던 일이다. A는 "감독이 그렇게 힘이 없다니…"라고 자조했다. 힘을 떠나 무식한 방법이 이해가 안 간다고 하자, 그도 고개를 끄덕였다.
충무로에서는 박찬욱, 이준익 등 소수 감독만이 자기 얘기를 하고 싶은 대로 다 할 수 있다는 얘기가 공공연한 사실이다. 투자사와 제작사에 휘둘리는 감독이 많다는 얘기다.
A는 아직 한국영화감독조합(DGK) 회원은 아니다. 그의 사수가 얼마 전에 있던 '한국영화감독 표준연출계약서' 공청회에 참석했기에 '1차 편집권 확보' 얘기도 알고 있었다. 영화는 몇 차례의 편집 과정을 거치는데 1차 편집에서만이라도 감독들이 자신의 재능을 제대로 보여주자는 의미다. 감독들이 자신의 최고의 작품을 마무리한 것이니 보고 평가라는 얘기다.

물론 투자사, 제작사가 곧이곧대로 2, 3차 편집본에서도 감독의 의견에 쉽게 고개를 끄덕일 리는 없다. 그런데도 DGK는 "이 정도도 큰 수확"이라고 생각한다. 감독들과 한국영화제작가협회가 여러 차례 이견 조율을 거친 '투쟁'의 결과다.
'상업영화'이기에 감독들은 흥행 여부에도 신경을 곤두세워야 한다. DGK 집행부들 역시 감독들이 투자사와 제작사 등 이해관계가 복잡하니 온전히 자기주장만 할 수 없다고 수긍한다. DGK 대표인 이준익 감독도 최근 영화 '사도'가 600만 관객을 넘어 안심하는 눈치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했고, 투자자들에게 손해도 끼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 영화는 연출과 편집이 확연히 분리되지 않았다. 그런데도 여기저기 '갑질'은 도가 지나치다 싶을 정도다. 2012년 이명세, 임순례, 박신우 감독이 처했던 감독 교체와 갈등이 대표적 문제다. 여전히 불합리한 처사는 많다. 물론 "난 예술을 한다"고 소통이 안 되는 감독도 문제이긴 하다.
하지만 감독이 자기가 연출한 영화 편집도 못하게 편집실 문을 걸어 잠근 건 말도 안 되는 처사라는 건 기본 상식이다. DGK 사례를 살펴보면 상식적으로 이해 안 되는 사항들이 적지 않다.
술자리에서 만났던 A는 온전히 자신의 재능을 발휘할 수 있을까? 그의 시나리오를 읽은 다른 이들이 소재와 내용은 괜찮다고 하는데, 지금 같은 상황에서 낙관적이라고만 할 순 없다.
jeigun@mk.co.kr[ⓒ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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