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중국동포, 차별·불법체류 신고에 동료 살해
입력 2015-10-12 17:27 
직장 내 차별대우에 불만을 품은 중국동포가 자신의 불법 체류 사실을 신고한 직장 동료에게 흉기를 휘둘러 목숨을 앗아간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습니다.



서울동부지법 제12형사부(김영학 부장판사)는 살인 및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된 이모(42)씨에 대한 국민참여 재판에서 징역 22년을 선고했다고 12일 밝혔습니다.

이씨는 4개월 전 양파 가공 공장의 동료 A(64·여)씨를 흉기로 살해하고 재차 B(55)씨를 살해하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로 구속기소됐습니다.

이씨는 여느 조선족처럼 목돈을 만들겠다는 '코리안드림'을 꿈꾸며 10년 전 한국에 왔습니다.

처음에는 공사판을 전전했지만, 한국 생활이 길어지면서 좀 더 안정적인 직장을 찾았습니다. 2년 전에는 송파구에 있는 한 양파 가공업체에서 일을 시작했습니다.


한 푼이라도 아끼려고 작업장으로 쓰이는 비닐하우스에서 숙식을 해결했습니다. 매달 양파를 손질해 번 280만원은 중국에 있는 가족에게 보냈습니다.

직장생활은 원만하지 않았습니다.

동료가 조선족이라고 무시하면서 일을 많이 시킨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자신을 괴롭힌다고 생각한 동료와 수시로 마찰을 빚기도 했습니다.

그러다가 올해 6월 11일 오전 6시 30분께 사달이 났습니다.

"왜 시키는 대로 양파를 냉장고에 넣지 않느냐"고 나무라는 A씨와 언쟁을 벌였습니다.

이후 A씨의 전화를 받고 달려온 B씨가 이씨가 불법 체류자라는 점을 거론하며 "경찰에 신고해 중국으로 보내버리겠다"고 말하고서 기어코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급기야 B씨와 주먹다짐까지 했습니다.

B씨가 "왜 신고했는데 경찰이 아직 출동하지 않느냐"며 경찰에 재차 전화하자 이씨는 불법 체류자 신분이 들통났다는 사실에 격분해 흉기를 휘둘렀습니다.

이씨는 A씨를 흉기로 살해하고는 B씨에게도 달려들어 어깨와 가슴 등을 찌르다 출동한 경찰을 발견하고서 범행을 멈췄습니다.

이씨는 재판에서 동료가 평소 자신을 '중국놈'이라고 비하하며 멸시하고 괴롭혔다고 하소연했습니다.

1년 전에는 아내가 아들을 데리고 한국으로 들어와 같이 일했습니다. 그러나 자신이 직장에서 모욕당하는 것을 알고서 스트레스로 건강에 문제가 생겨 중국으로 다시 돌아갔다고도 했습니다.

재판부는 그렇다고 살인이 정당화될 수 없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재판부는 "사람의 생명을 침해하는 행위는 어떠한 이유로도 합리화될 수 없으며, 피고인이 피해자와 그 가족들로부터 용서받지도 못해 엄벌에 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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